“노래를 통해 직진만이 답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다른 돌아가는 길도 있으며, 때로는 도망쳐도 된다는 이야기이긷 하죠. 살아오면서 생각했던 것들, 지금 내 나이에 하고 싶은 말을 담은 노래가 ‘Go Around’에요.”
‘기승전예민’이었다. 그룹 god 데뷔한지는 27년, 솔로 가수로 데뷔한지는 어느덧 20주년을 맞이한 손호영은 지금의 자신에게 가장 잘 걸맞은 음악으로 돌아왔다.
솔로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5년 만에 선보이는 손호영의 신곡 ‘고 어라운드’(Go Around)는 미니멀한 구성의 트랙 위, 그의 솔직한 이야기가 더해진 곡이다. 어떠한 준비나 완벽하지 않아도 오직 나만의 가능성을 믿고 새로운 세상으로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을 노래하는 ‘고 어라운드’는 지난 20년의 여정을 지나 비로소 찾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현재의 손호영’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세상의 소리에 대해 전보다 자유로진 만큼, 이제야 어느 정도 ‘진짜 나’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손호영은 솔로데뷔 20주년을 맞이하면서, 여기까지 오기까지의 겪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2021년 발매한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이후 약 5년 만에 신보 ‘고 어라운드’로 돌아왔다. 5년 만에 솔로 앨범을 내는 이유가 있을까.
명확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내가 조심성도, 겁도 많다. 욕심도 많고 예민한 데다 약간의 완벽주의 성향도 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이 하면 하고, 안 하면 아예 안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온 것 같다. 일부러 그랬던 것은 아니다. 앨범을 낼 때, 앨범 자체에 대한 겁도 있었다. 걱정도 많아지다 보니 나도 모르게 더 돌아갔던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올해는 20주년이지 않느냐. 20주년 만큼은 절대 피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먹고 앨범을 준비하게 됐다.
데뷔 20주년인 만큼 정규로 왔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정규가 아닌 싱글로 낸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나에게 ‘20년’은 예전의 호영이가 지금의 나를 표현하기 위해 준비해온 시간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좀 느리다. 배움도 느리고, 성숙해지는 과정도 느리더라. 어쩌면 이제야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시기가 온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는 앨범을 만들 때마다 영혼을 갈아 넣어 만들기도 했고, 완벽주의 성향도 있다 보니 앨범 준비를 하기까지가 쉽지 않더라. 많은 생각 끝에 지금의 나에게는 정규보다는, 한 곡 한 곡에 집중하면서 완성도를 높여가는 방식으로 앨범을 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었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출발점’을 만들고 싶기도 했다. 그러한 마음으로 작업을 하다보니 싱글로 나오게 됐다.
첫 솔로앨범을 발매하고, 어느덧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난 활동을 돌아보면서 20년 전 손호영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호영아, 너 지금 솔로 앨범을 낼 준비가 안 됐어” (웃음)
사실 준비는 늘 잘 안 된다. 완벽한 준비가 어딨겠느냐. 내가 상상했던 나보다 실제 제 모습이 부족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 그때는 자신감이 너무 넘쳤다. g.o.d가 데뷔부터 잘된 것은 아니긴 하지만, 손호영이라는 사람만 놓고 본다면 오디션에서 합격한 순간부터, g.o.d로 대상을 받고, 솔로 1집을 내기까지, 모든 것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저는 단 한 번도 주춤하거나 꺾인 적이 없었었다. 그렇기에 이후 내게 펼쳐질 길 또한 전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는 데, 막상 부딪쳐본 세상은 내 생각과는 또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되돌아보면 당시 내 실력과 색깔에 맞는 음악을 준비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또 조금은 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생각해보면 20년 전 나는 자신감이 넘쳤던 것이 아니라, ‘자신감이 가득했던 척’을 한 것 같기도 하다. 세상에는 타이밍과 흐름이 있는 것 같다. 당시에는 노래만 잘하고 싶었고, 그래서 노래 잘 하는 박선주 누나를 찾아가 8~9시간씩 연습했다. 그렇게 연습하면 실력이 엄청 늘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저는 노력과 실력 향상이 항상 크게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고 시작했다. 물론 노래의 어려운 부분을 소화하기 위해 연습하고 노력한 시간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한편으로는 ‘나만의 색’을 찾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물론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스스로에게 유독 엄격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저는 노력형 인간이다. 아이돌 할 때도 저는 너에게 엄격했고, ‘안 되는 것이 어딨어, 안 되면 되게 하자’라는 생각으로 지내왔었다. 그리고 당시에는 실제로도 노력으로 이룬 것들도 많았다. 근데 당시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g.o.d는 그룹이었다고, 손호영은 그 안에 있는 멤버였다는 점이었다. 그룹 안에서는 내 역할인 20%만 열심히 하면 나머지는 늘 항상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 그룹을 떠나 솔로가 되니, 뒤늦게 부족한 부분을 노력만으로 채우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그때는 내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기에 오기로 밀고 나갔고, 그래도 될 줄 알았다. 지금은 그게 아니란 것도 알게 됐고, 그렇게 하고자 하는 마음도 전혀 없다. (웃음)
이번에 발표하는 ‘고 어라운드’에 대해 소개 좀 해달라.
락 베이스의 팝이다. 고 라운드라는 것이 기분 좋은 표현이다. 괜찮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직진만이 답은 아니고, 다른 길도 있으며, 때로는 도망쳐도 된다는 이야기다. 살아오면서 생각했던 것들, 지금 내 나이에 하고 싶은 말을 가사로 썼다.
지금의 나에게 맞게 맞춰가자는 생각이다. 예전에는 도전을 많이 했다. 누군가를 롤모델로 삼고 그 사람의 음악을 따라 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런 방식이 나에게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런 기준을 지우고 나에게 집중하려고 한다.
‘어느새 익숙해진 침묵 속에 길들여진 나’라는 가사도 인상적이었다.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그 가사를 떠올릴 때 나 자신을 생각한 부분도 있지만, 사실은 나를 넘어 이 시간을 살아가는 이들을 생각하면서 썼다. 살다 보면 너무 많은 잡음들이 일어나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것들을 너무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실제로 지나고 보면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말들도 많았다. 그러한 것들을 떠올리면서 썼던 가사가 ‘고 어라운드’였다.
이번에 가사는 내가 직접 썼다. 이번 노래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내가 불렀을 때 와닿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손호영이 불렀을 때 힘이 있고, 나에게 어울리는 노래였으면 했다. 오랜만에 하는 음악인 만큼 듣는 사람에게 와닿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계속 자신을 ‘예민하다’고 하는데, 이 같은 예민함을 깨닫게 된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을까?
그동안 살면서 내 성격을 쉽게 알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던 것 같다. 주변에 나에게 맞춰주는 분들이 많았고, 어릴 때부터 그렇게 살아오다 보니, 나에게 와서 직접적으로 예민하다고 말해줄 사람이 없었다. 물론 내가 예민하다고 해서 짜증을 내는 사람은 아니기는 하지만, 돌아보면 예민한 부분이 많은 성격이더라. 어느정도 예민하냐면 콘서트 전날에는 잠을 못 잔다. 그렇게 무대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그 전날에는 예민해서 잠에 들지 못한다. 아마 주변 사람들 중에 스타일링을 해주는 분들이 가장 힘들지 않으셨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타고난 성향이라는 것이 쉽게 없어지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이러한 예민함은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무던해지기는 어려운 일이기에, 그냥 저는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좋은 면을 보기로 했다. 이러한 예민함이 제가 g.o.d로 데뷔하고 27년이라는 시간 동안 활동을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어느 순간부터 나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됐는데, 그러면서 상담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긴 적이 있었다. 진지하게 상담을 공부하고 싶어서 알아보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준비해야 할 부분도 많고, 현실적으로 물리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많이 있었다. 결국 상담과 관련해 더 깊게 진행하지는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고,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됐다.
‘예민하다’라는 말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미소천사’의 원조이기도 하지 않느냐.
사람들을 만났을 때 웃는 이유는, 계속 인상을 쓰고 있을 수 없기도 하고, 저뿐 아니라 모두가 함께 긍정적이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기에, 더 밝게 웃는 것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려는 이유에는, 타인에게 그렇게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사실 이면에는 나 자신도 웃음이 주는 힘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나는 겁이 많고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로 자랐다. 그런데 웃으면 좋아해 주시더라. 그 반응이 나에게도 격려가 됐고, 점점 더 밝게 표현하게 된 것 같다. 다만 집에 돌아와 혼자 있을 때는 잘 안 웃기는 한다.
그동안 저는 완벽함을 추구하려는 욕심이 있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원하지 않아도 내려놓게 되는 것들이 있더라. 저는 거절을 하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착한 아이 콤플렉스도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예전에는 누가 부탁을 하면 억지로라도 하려 했는데, 지금은 미안하지만 못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게 됐다. 물론 그것이 완전한 거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옛날에는 그런 말조차 못했기 때문에 많이 발전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는 내가 생각했을 때 맞지 않는 일은 정말 못할 것 같다.
저는 이제야 ‘거절해도 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거절해야 하는 것은 거절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거절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지금의 노래 가사에 담겨 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손호영이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주름이 있는 모습, 지금의 나이에 맞는 모습이 나왔으면 한다. 그래서 재킷 촬영도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막상 촬영이 시작되니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그게 참 쉽게 되지 않더라.(웃음) 어쩔 수 없이 더 예쁘게 표현되기는 했다, 하하. 다만 앞으로의 작업에서는 저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고 싶다. 자연스러움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담는 것이 목표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