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이 두려워 맡은 일로 승진까지 하지만 정작 마음은 힘들어하는 20·30대의 속사정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윤홍균이 전했다.
28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베스트셀러 ‘자존감 수업’의 저자 윤홍균이 출연했다.
이날 유재석은 최근 정신과를 찾는 20·30대가 늘어난 이유를 물었고, 윤홍균은 직장에서 벌어지는 뜻밖의 상황을 예로 들었다.
윤홍균은 “회사에서도 일을 주면 거절을 못 한다. 그래서 그 일을 한다”며 “상사 입장에서는 ‘일을 좋아하는 친구구나’ 하면서 계속 일을 준다”고 설명했다.
거절이 두려워 일을 맡았을 뿐인데, 상사는 일을 좋아하고 잘하는 직원이라고 생각해 업무를 더 준다는 것이다. 윤홍균은 “인정도 받고 승진하다 보니 비자발적으로 거절이 두려워서 한 일인데, 한쪽에서는 일 중독 아니냐고 비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내담자들이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고 자신도 모르게 완벽주의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남들에게는 성실하고 유능한 직장인으로 보이지만 정작 당사자는 일을 거절하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상황이었다.
정신과를 찾는 연령대도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윤홍균은 과거에는 20·30대가 바쁘게 살다가 40·50대에 이르러 삶을 돌아보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젊은 나이부터 자신의 한계를 느끼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윤홍균은 “유재석 님이나 저희 세대만 하더라도 대학에 가면 뭐가 있다는 판타지나 희망이 있었다”며 지금은 그런 기대가 사라지면서 “내가 열심히 살아도 이 정도까지 못 가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진료실에서 듣는 말도 달라졌다. 윤홍균은 “‘나는 괜찮은데 안 괜찮다’, ‘잘 살고는 있는데 잘 지내고 있지는 않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좋은 직장에 다니고 맡은 일을 해내면서도 행복이나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윤홍균은 이런 상태를 설명하면서 이른바 ‘고기능 우울’을 언급했다. 공식적인 독립 진단명은 아니지만, 겉으로는 일상을 유지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우울감을 겪는 상태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그는 번아웃을 마라톤에서 열심히 달리다가 오버페이스로 쓰러지는 상황에 비유했다. 반면 고기능 우울에 대해서는 “마라톤 결승선까지 갔는데 시상대가 없는 것이다. 만족감도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결승선에 도착해도 끝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윤홍균은 “지금 통과한 건 결승선이 아니라 출발선이었다”는 말을 듣고 다시 뛰는 상황에 빗댔다. 목표를 달성해도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달리는 일이 반복된다는 설명이었다.
SNS를 통한 비교도 화제로 떠올랐다. 윤홍균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려다가 오히려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된다며 “저 같은 경우 오늘 SNS에 뭘 올리겠냐. 유재석 님하고 이런 거”라고 농담했다. 이어 친구들이 그 사진을 보면 부글부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재석도 “SNS에 내가 자랑하고 싶은 것,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을 올리다 보니 ‘이 사람은 그렇게 사는구나’ 하면 오류가 자꾸 발생한다”고 공감했다.
이후 윤홍균은 마음의 상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 신호들도 소개했다. 일상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거나 자신을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 지나간 일을 반복해서 후회하거나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 등이었다. 다만 이런 경험 하나만으로 우울증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윤홍균이 “출근하는 길에 다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예시를 들자 유재석은 “근데 가끔은 그런 생각하지 않나. 학교 가기 싫다, 이런 식으로”라고 물었다.
윤홍균은 일시적으로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사고로 병가를 낼 정도로 아팠으면 좋겠다고 구체적으로 상상하거나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까지 이어진다면 우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제야 유재석도 “이건 위험하죠”라며 전문의의 설명에 공감했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