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 6개월간 전국 20개 도시를 숨 가쁘게 내달려온 ‘미스트롯4’ 톱7의 전국 투어 대장정이 뜨거운 눈물과 환호 속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최고 시청률 18.4%라는 거대한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들의 마지막 무대는, 오디션 IP가 가진 막강한 팬덤 동원력을 다시 한번 증명함과 동시에 그 이면에 남겨진 찬란한 명암(明暗)을 짚어보게 한 의미 있는 현장이었다.
수많은 대중음악 공연장을 지켜본 기자의 눈에 비친 이들의 피날레는 단순한 오디션 뒷풀이가 아닌, 어엿한 아티스트로서 눈물겹게 비상(飛上)하는 웅장한 서사였다.
단순한 재탕은 없다… ‘진선미’가 증명한 진화
이번 앙코르 콘서트가 각별했던 이유는 익숙한 경연곡의 단순한 재탕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존 레퍼토리 11곡을 전면 재편곡하는 파격을 감행했고, 미(美) 홍성윤과 막내 윤윤서는 각각 신곡 ‘봉이로구나’와 ‘연정’을 최초로 공개하며 한층 진화한 음악적 역량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무대를 압도한 것은 멤버들이 뿜어내는 저마다의 묵직한 서사였다. 초반 ‘AI 같다’는 편견에 시달렸던 진(眞) 이소나는 18년간 파킨슨병으로 투병 중인 어머니를 향한 애절한 사모곡과 20년 내공의 탄탄한 정통 트로트로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20년의 긴 무명과 시련을 버텨낸 아이돌 출신 선(善) 허찬미는 흔들림 없는 라이브와 화려한 퍼포먼스로 ‘댄스 트로트’라는 자신만의 확고한 영토를 다졌고, 평범한 일반인에서 가야금 병창을 무기로 대형 무대의 주인공이 된 홍성윤은 호소력 짙은 음색으로 완벽한 인간 승리를 증명해 냈다.
화제성 이면의 그림자, 그리고 팬덤의 뼈아픈 성장통
물론 경이로운 흥행 돌풍 이면에는 오디션 포맷이 짊어져야 할 뼈아픈 그림자도 존재했다. 방송 내내 불거졌던 마스터들의 심사 기준과 객관성 논란, 특정 참가자를 향한 과도한 분량 쏠림과 편파 판정 의혹은 프로그램의 공정성 신뢰도에 적지 않은 생채기를 냈다.
팬덤의 양극화 역시 아쉬운 대목이었다. 결승에 진출한 톱5(이소나, 허찬미, 홍성윤, 길려원, 윤태화)에 아쉽게 탈락했던 윤윤서, 염유리가 합류해 지금의 톱7 체제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팬덤 간의 극심한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대중의 팍팍한 삶을 어루만져야 할 트로트가 자칫 세력 다툼과 소모전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씁쓸한 경각심을 남긴 대목이다.
“죽어도 잊지 않으리”… 땀방울이 빚어낸 찬란한 마침표
하지만 이 모든 크고 작은 잡음과 왕관의 무거운 압박감 속에서도, 톱7은 단 한 명의 낙오 없이 서로를 다독이며 6개월의 투어를 기어코 완주해 냈다.
앙코르 공연 막바지, 노래 ‘공’을 부르던 허찬미가 “모두 꿈이 없다는 것은”이라는 구절에서 끝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오열한 장면이나, 피날레 곡 ‘그대 내 친구여’에서 톱7 전원이 붉힌 눈시울은 지난 6개월간 이들이 견뎌온 끈끈한 전우애의 무게를 짐작게 했다. 18년 무명의 설움을 씻어내며 “가수 생활 동안 이런 큰 행복은 정말 처음”이라며 울먹인 맏언니 윤태화의 벅찬 고백, 그리고 쏟아지는 눈물을 꾹 참기 위해 피날레 선곡을 ‘님이여’에서 ‘나가거든’으로 바꿨다는 염유리의 유쾌한 넉살은 3,000여 명의 관객을 기립하게 만들었다.
길고 뜨거웠던 여정은 막을 내렸지만, 이는 끝이 아닌 새로운 도약의 신호탄이다. 논란의 거친 파고 속에서도 묵묵히 마이크를 쥐고 스스로의 가치를 실력으로 증명해 낸 톱7. 눈물 젖은 앙코르 무대에서 다짐했던 약속처럼, 이제 꼬리표를 떼고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설 이들이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에 어떤 짙은 울림을 새겨 넣을지 그 찬란한 내일이 기다려진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