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맞을 자신 있었다.”
박영현이 위기에 몰린 KT위즈를 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담대한 마음가짐이 있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는 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프로야구 KBO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1차전에서 박진만 감독의 삼성 라이온즈에 8-7 진땀승을 거뒀다.
90승 5무 49패로 정규리그를 제패한 KT는 이로써 지난 2021년 이후 5년 만의 통합우승 도전에 청신호를 켰다. 역대 KS에서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무려 73.8%(31/42)에 달한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초반 8득점에 성공했지만, 불펜진이 연달아 흔들린 것. 다행히 KT에는 박영현이 있었다. 천금 같은 세이브를 올리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박영현은 KT가 8-6으로 쫓기던 8회초 1사 만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떨릴 수도 있었으나, 그는 침착했다. 류지혁을 좌익수 플라이로 유도, 급한 불을 껐다. 이후 폭투를 범해 한 명의 주자에게 홈을 내줬지만, 김현준을 좌익수 플라이로 이끌며 이닝을 매듭지었다.
9회초에는 거칠 것 없었다. 이재현, 전병우, 박승규를 모두 삼진으로 솎아낸 뒤 힘차게 포효했다. 5OUT 세이브가 완성된 순간이었다. 최종 성적은 1.2이닝 3탈삼진 무실점. 총 투구 수는 22구였다.
경기 후 이강철 감독은 “분위기가 넘어갈 뻔했는데 박영현이 잘 막아줬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박영현은 “(이강철) 감독님이 오늘 무조건 나간다고 하셔서 그만큼 준비했다”며 “감독님이 이렇게 지켜줘 고맙다 하셨다. 중요한 경기 지켜 기분 좋고, 흐름 이어서 우승하고 싶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 전에 나갈 줄 알았는데 만루에 나갔다. 무조건 막자는 생각 뿐이었다. 류지혁 선수 타구가 희생플라이가 될 줄 알았는데 안 돼서 기분 좋았지만, 바로 폭투를 범해 정신 차리고 던졌다”고 8회초 등판 상황을 돌아봤다.
더불어 9회초 결정구로 슬라이더를 구사한 것에 대해서는 “패스트볼이 좋았는데 포수 (한)승택 형이 슬라이더 사인을 내 믿고 던졌다. 내가 봐도 좋은 슬라이더였고, 안 맞을 자신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2년 1차 지명으로 KT의 부름을 받은 박영현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다. 통산 309경기(334.1이닝)에서 25승 12패 35홀드 94세이브 평균자책점 3.15를 적어냈다. 지난해에는 5승 6패 1홀드 평균자책점 3.39와 더불어 35세이브를 수확, 구원왕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존재감 역시 컸다. 56경기(61.2이닝)에 나서 7승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48을 작성, 마법사 군단의 수호신으로 군림했다. 이후 이날에는 KS 우승 확률 73.8%를 안겼다.
박영현은 “제가 오래 쉬면 고전한다는 말이 있는데, 오늘로 정리된 것 같다. 내일은 더 좋은 컨디션으로 던질 계획”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