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김의 야구컨디셔닝] 정재훈이 스스로 지켜낸 생명력, ‘루틴’의 힘

2003년 두산에 입단했으니 벌써 프로 14년차, 오랫동안 꾸준한 활약을 펼쳐온 투수 정재훈(36)은 그만큼 자기관리가 확실한 선수였다.

내가 정재훈 선수를 만난 건 두산과 FA계약 첫해였던 2012년, 어깨 부상으로 정상적인 경기를 하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일 때였다. 그에 대한 첫인상은 아담한 몸집이었다. 생각보다 키도, 덩치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많이 하는 선수였다. 자신의 몸을 잘 알고 이를 이용해 운동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이런 능력이 작은 신체 조건을 극복하고 좋은 프로 투수가 된 밑바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칼럼에서는 ‘루틴’을 중시하는 선수들의 훈련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는 한국의 전통적인 학교교육과 스포츠의 공통점은 ‘주입식 교육’이다. 선수들은 처음 운동을 배울 때부터 주입식 훈련을 하다 보니 훈련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고 그때그때 그냥 시키는 대로 훈련하는 것이 몸에 익어 있다. 사람의 생김새가 다르듯 몸도 다르기 때문에 선수 각자에 맞는 훈련 방법을 찾아주는 것이 코치 및 트레이너의 역할이지만, 아직까지는 주입식 운동지도에 의해 익숙한 지도자와 선수들이 많다. 그래서 선수들 개인이 야구 또는 운동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하지 않고 자신에 맞는 훈련방법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에게 맞는 일정한 훈련방법이 중요한 이유는 규칙적인 식습관이 건강에 좋은 것과 같다. 일정한 시간에 식사를 하다보면 몸에 리듬이 생겨 항상 같은 시간에 배가 고파지고, 내가 편안하게 먹던 음식을 먹으면 위에 부담 없이 소화가 된다. 운동 역시 운동시간, 강도, 종류를 개인의 신체적 특성, 당일의 컨디션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 기술 훈련을 하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이다.

LG 트레이너 시절 지켜보았던 투수들 중 자기루틴을 갖고 있던 선수로는 김용수, 이상훈, 류택현, 최원호 등이 떠오른다. 모두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던 투수들이지만, 선수생활을 길게 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선수가 훈련의 루틴을 갖고 있다면 변화하는 외부환경 속에서 중심을 잡고 일관된 생활을 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한국 프로팀의 훈련 상황에서는 힘들 수도 있겠지만,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기 위한 고민과 노력은 선수들 스스로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2012년 같이 운동해본 경험을 떠올리면 정재훈의 강점으로 흔들리지 않는 멘탈을 꼽고 싶다. 흔히 선수들이 운동을 할 때 감정이 상하게 되면 그 스트레스로 인해 본인이 해야 할 것들을 놓아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재훈은 어떤 힘든 문제가 발생해도 자신이 해야 할 운동과 루틴을 놓지 않았다.

지난해 롯데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도 정재훈은 자신만의 루틴을 지키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준비를 계속했을 것이다. 그 결과가 올해, 선두 두산의 불펜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힘이 되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상과 부진, 어려운 시간들을 견뎌내고 다시 부활하고 있는 정재훈의 멋진 선수생활을 응원하면서 그의 길고 성실한 선수생활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어 더 많은 선수들이 스스로를 위한 ‘최선’을 찾아내기를 기대해본다. (김병곤 스포사피트니스 대표 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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