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보다 뜨거운 LG의 상승세, 그 속에서 ‘미친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타자들 중에는 무더위와 함께 상승세를 탄 오지환(26)이 있다.
6월까지 전반기 레이스가 힘겨웠던 오지환의 시즌 타율은 10일 현재 0.259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월간 타율 0.355를 휘두른 7월에 이어 8월 들어서는 7경기서 타율 0.393. 특히 6연승의 쐐기를 박았던 만루홈런 포함, 멀티홈런을 때려낸 9일 SK전까지 8월에만 벌써 4홈런을 쏘아 올렸다.
무엇이 이 변화를 만들어 냈을까.
오지환은 리그에서 손꼽힐 정도로 손목이 강한 타자다. 그러나 때론 강한 손목에 대한 자신감, 혹은 의존이 타자 오지환에게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 손목에 과하게 힘을 쓰면서 강력한 손목 힘으로 타구를 멀리 보내려는 의욕이 거세지면 원하는 결과와 오히려 더 멀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적지 않은 야구인들이 ‘손목이 강해야 (혹은 손목을 많이 써야) 타격을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스윙의 과학적인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 않다.
손목은 하체부터 시작된 힘을 배트에 전달하는 마지막 구간이다. 그 단계에 걸맞은 올바른 활용이 중요하다.
사람의 근육 중에서 큰 근육에 속하는 엉덩이 근육(대둔근, 중둔근, 소둔근)은 우리가 움직일 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체와 하체를 연결하고, 신체의 중심을 잡거나 폭발적인 힘을 쓰는데 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복근을 더하면 ‘코어존’ 이라고 하는데 큰 힘을 쓰는 근육들이다.
오지환의 엉덩이와 다리 근육은 리그 정상급이라고 할 만큼 강하게 단련돼있다. 강한 스윙에 필요한 충분한 힘을 하체와 코어존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체격조건이다. 손목은 이곳으로부터 시작돼 전해져 오는 힘을 자연스럽게 배트에 연결해내는 역할만으로 충분하다.
볼을 맞히는 콘택트 포인트에서 좌타자 오지환의 경우는 배트를 쥔 아래 손인 오른 손등이 하늘을 향하고 배트를 쥔 위 손인 왼손은 바닥이 하늘을 보아야 정상이다. 투수가 던진 볼이 떨어지는 변화구라면 당연히 왼손이 더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오지환이 타격 부진을 겪을 때를 보면 반대의 경우가 발생한다. 손목이 빨리 과격하게 틀어져 왼손등이 자꾸 하늘을 보면서 빗맞히는 편타의 경향을 보이고 (골프의 훅 타구와 비슷한) 그 결과, 큰 바운드의 2루수앞 땅볼이 되거나 떨어지는 변화구에 헛스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손목이 정상적으로 회전하지 못하는 그림은 투수의 투구에 대처하는 타이밍이 늦었을 때 주로 나온다. 배트의 스위트스폿에 공을 맞히는 동작에서 조금만 늦게 되면 손목을 빨리 쓰면서 꺾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오지환은 무릎 부상의 여파로 준비 동작에서 탄력을 얻지 못하면서 타격 타이밍이 늦는 경우가 많았다. 자꾸 손목에 힘이 가면서 이상적이지 못한 스윙이 늘었다.
그러나 7월 이후 최근의 경쾌하고 힘 있는 타격을 보면 스윙이 늦는 경우가 드물다. 여기에 중견수를 중심으로 좌중간 쪽으로 가는 큰 타구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이제 오지환이 편안하고 여유 있게 손목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타자의 손목은 투수가 던진 투구 궤적에 유기적으로 대처하며 힘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 오지환의 ‘강한 손목’이 제대로 제 역할을 하게 되면서 뜨거운 타격감의 반전 페이스를 이끌고 있다. ‘연승 LG’의 중심에서 오지환이 씩씩하게 상승세를 이어가기를 기대해본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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