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키나와) 이상철 기자] 1년 5개월 전 도쿄돔에서 빌었던 민병헌(두산)의 한 가지 소원이 이뤄졌다. 비록 오오타니 쇼헤이(닛폰햄)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지 않았지만 다시 방문하고 싶은 도쿄돔에서 재회할 일은 없다.
한국은 2015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서 기적의 9회를 만들며 일본을 꺾었지만, 오오타니에게 2번이나 농락당했다. 말로 듣던 ‘괴물투수’는 정말 무시무시했다. 2경기 13이닝 동안 안타 3개와 4사구 3개를 얻었으나 무득점. 게다가 탈삼진만 21개였다.
민병헌(오른쪽)은 2015 프리미어12 준결승 일본전에서 만난 오오타니의 공을 잊지 못한다. 사진(日 오키나와)=옥영화 기자
난공불락이었다. 한국 선수단은 오오타니의 공에 혀를 내둘렀다. 민병헌도 오오타니를 상대했다. 준결승 두 차례 대결했지만 병살타(2회)와 삼진(5회)을 기록했다. 160km 이상의 속구, 빠르고 낙차 큰 포크볼에 기막힌 각도의 슬라이더가 날아오니 민병헌으로선 속절없이 당했다. “다음에는 두고 보자”라며 설욕을 다짐할 터. 오오타니를 만날 기회는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다. 한국이 2라운드 진출 시 도쿄돔에서 일본을 만날 수 있다.
민병헌은 프리미어12 우승 세리머니를 한 도쿄돔을 향해 “2년 뒤에 보자”라고 작별인사를 하면서도 오오타니와 재회를 기피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2년 후에는 (WBC에서)오오타니를 안 봤으면 좋겠다. 빨리 메이저리그에나 진출했으면 한다”라고 주문(?)을 걸었다.
공교롭게 진짜 그렇게 됐다. 50%는 이뤄졌다. 오오타니는 NPB리그에 남아있지만 발목 부상 악화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민병헌은 한국 대표팀에 있지만 오오타니는 일본 대표팀에 없다.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1라운드를 통과해 도쿄돔에서 맞붙어도 오오타니를 만날 일은 없다.
민병헌은 2015 프리미어12 준결승 일본전에서 오오타니와 첫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2타수 무안타, 병살타 1번과 삼진 1번이었다. 사진=MK스포츠 DB
구시카와구장에서 훈련 중인 민병헌은 이에 관한 질문을 하자 활짝 웃었다. 그는 “(개인적으로)아쉬운 면도 있지만 (팀으로)잘 된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옆에 있던 서건창(넥센)은 오오타니와 대결을 꿈꾸기도 했다. 서건창은 “주위에서 ‘어마어마한 공’이라는 이야기를 하도 들어서 한 번 경험해보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이에 민병헌이 즉각 반응했다. 그는 “한 번쯤 볼만은 하지. 그런데 오오타니의 공은 치기 어렵다. 그냥 못 치는 공이다. 빠진 줄 알았는데 꽉 찬 스트라이크다. 정말 최고다”라고 호평했다.
하지만 오오타니와 재대결보다 일본을 또 꺾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대표 선수들이다. 그래야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 민병헌은 “오오타니를 안 만나더라도 우리에게 승산이 조금이라도 더 생기는 게 좋지 않은가”라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