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삼성이 5연패를 끊고 9월의 첫 승을 올린 날, 또 하나의 ‘스토리텔링’이 완성됐다. 늦깎이 황수범(31)이 첫 승을 올렸다. 2011년 육성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지 6년 만이다.
황수범은 2일 KBO리그 잠실 두산전에서 역투를 펼쳤다. 5이닝 동안 2점만 내줬다. 특히 탈삼진만 무려 8개를 잡았다. 15개의 아웃카운트 중 절반이 넘는다. 최고 구속은 148km.
삼성은 1-2로 뒤진 6회 김헌곤의 2점 홈런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그리고 1점차 리드를 불페이 완벽하게 지켰다. 이로써 황수범은 선발승을 거두면서 데뷔 첫 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황수범은 믿기지 않는 하루를 보냈다고 했다. 그는 “꿈만 같던 첫 승을 거뒀다. 너무 오래 걸렸다. 6회 이후 설마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승리구를 손에 쥔 지금도 실감나지 않는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2014년 말)군 전역 이후 모든 것이 참 오래 걸렸다.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해 좋은 결과를 이뤄냈다. 기다려주신 부모님과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또한, 2군에 있을 때 여러 조언을 해주신 코치님들도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황수범은 0-1인 3회 1사 1,2루서 박건우에게 적시타를 허용했다. 추가 실점.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타구가 황수범의 왼 손목을 때렸다. 황수범은 ‘괜찮다’고 했다. 교체 없이 강행됐고, 황수범은 더욱 힘껏 공을 던졌다.
황수범은 “비록 팀이 리드하는 상황이 아니지만 마운드에 오르는 게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조금은 참고 경기에 임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 상황에서 마주한 첫 타자는 2회 홈런을 허용했던 김재환이었다. 황수범은 볼카운트 2B 2S서 127km 포크를 던져 김재환을 병살타(3루수-2루수-1루수)로 처리했다.
황수범은 “무조건 타자와 승부에서 이겨야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홈런을 맞았던 공(142km 속구)을 또 던지더라도 더 자신 있게 던지력고 했다”라고 밝혔다.
삼성 라이온즈의 황수범은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첫 승의 꿈을 이뤘다. 사진(잠실)=삼성 라이온즈 제공
황수범은 데뷔 첫 승과 함께 개인 1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그는 “난 제구가 좀 불안하다. 특히 변화구 제구가 안 될 경우 타자들이 내 속구만 놀린다. 그래서 오늘은 변화구 제구에 신경을 많이 썼다”라고 말했다.
황수범에게는 또 한 명의 고마운 사람이 있다. 바로 승리투수를 만들어 준 조력자 김헌곤이다. 김한수 감독은 “(김)헌곤이가 역전 홈런을 정말 좋은 타이밍에 쳐줬다”라고 호평했다.
황수범도 “평소 헌곤이가 내가 등판할 때 공-수에서 꼭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 정말 큰 도움을 줬다”라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