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박윤규 객원기자] 지난 비시즌 동안 흥국생명의 보강 포인트는 단연 센터였다. 국가대표 센터 김수지(30)가 FA 자격을 취득,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준수한 공격력이 빠지는 것도 문제지만(300득점), 무엇보다 그가 빠진 높이를 메우는 것이 고비가 됐다. 지난 시즌 김수지의 블로킹은 69개로 리그 4위이자 팀 내 압도적 1위에 해당했다. 또 그가 만들어낸 유효블락은 225개로 리그 최고수준. 일단 맞히기만 하면, 흥국생명의 튼튼한 수비진이 이를 안전하게 살려내 공격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그만큼 흥국생명이 느낄 김수지의 공백은 적지 않다. 가뜩이나 센터 나머지 한 자리마저 약점으로 꼽혔다. 두 번째 센터인 김나희의 블로킹은 김수지의 3분의 1 밖에 되지 않았고 임해정 외 센터 유망주들의 성장 또한 아직 부족했다..
정시영(가운데)의 센터 변신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사진=MK스포츠 DB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소 새로운 시도 움직임이 비춰졌다. 박미희 감독은 정시영(24)을 개막전 센터 한 자리에 넣었다. 사실 이는 깜짝 기용이 아니다. 정시영은 지난 천안·넵스컵 대회에서도 2경기 모두 센터로 출전했다. 첫 경기 현대건설전에서는 인상적이지 못했지만, 두 번째 경기인 KGC전에서는 4블로킹 포함 10득점을 기록하며 분전했다. 활약은 V리그 첫 경기 IBK전으로도 이어졌다. 정시영은 이 경기에서 4블로킹과 8득점을 기록하며 제 몫을 다했다. 이날 블로킹 4개는 김희진, 심슨과 함께 가장 많은 숫자였으며, 유효블락 11개는 김수지(13개)에 이은 2위였다. 특히 상대 윙스파이커 고예림을 연이어 블로킹해내는 장면이 이날의 하이라이트. 공격에서도 서브에이스 1개와 이동공격 2개, 속공 1개를 묶어 공격득점 4개를 기록했다.
정시영의 신장은 180cm로 센터치고는 작은 편에 속한다. 그 때문에 프로에서는 특유의 파워를 살릴 수 있는 윙 포지션으로 전향했지만 그간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그러나 오랜만에 돌아온 센터 자리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줬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정시영이 향후에도 한 경기 7득점, 블로킹 2~3개를 목표로 시즌을 풀어나간다면, 흥국생명의 센터 고민은 한 시름 놓을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