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김기태(48) KIA 타이거즈 감독이 독해졌다. 정규시즌과는 사뭇 다른 모습. 모든 작전이 단기전에 척척 들어맞는다. 우승경험이 없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어느새 타이거즈 한국시리즈 무패신화에 동화된 모습이다.
KIA의 한국시리즈 제패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29일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승리하며 시리즈전적 3승1패가 된 KIA는 이제 90%이상의 우승확률에 오르며 11번째 정상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1차전을 내줬지만 이후 내리 3연승을 거뒀다. 우려됐던 3주가량의 실전공백을 극복하니 거침이 없었다. 두산의 부진도 한몫했지만 전체적으로 KIA가 정규시즌 우승의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이 많다. 무엇보다 김기태 감독의 단기전 운용전략이 이번 4차전까지 빛을 발휘하고 있다. 기존 형님리더십을 넘어 철저한 각오와 준비가 수반된 듯한 모습. 3승1패라는 눈에 보이는 성적도 좋지만 그 안 경기내용이 나쁘지 않은 점이 더 고무적이다.
김 감독의 이번 한국시리즈 모습은 한 마디로 정의하면 독해졌다고 표현이 가능할 정도다. 공수에서 확실한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준비가 철저했다. 3주가량 여유가 있었는데 선수단 전체에 재정비라는 휴식의 의미와 더불어 투쟁심과 간절함을 불어넣었다. 4차전까지 KIA 선수들은 어이없는 실책이나 황당한 플레이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한결 단단해진 느낌을 줬다. 감독이 먼저 솔선수범하며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 가지 예로 KIA는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25일 전날인 24일 오후 5시부터 2시간가량 마지막 자체훈련을 실시했다. 그런데 일반적인 경우 경기 하루 전이라면 가벼운 운동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은데 KIA는 달랐다. 추운 날씨에도 선수들 대부분 땀이 맺힐 정도로 강훈련이 펼쳐졌다. 비록 1차전을 내줬지만 그만큼의 강한 의지가 선수단 전체에서 스며들었다는 증거가 되기도 했다.
마운드운용도 확실했다. 물론 1차적으로 선수들이 잘해줬다. 2차전 선발투수 양현종은 122구 투혼의 완봉승을 따냈고 3차전 팻딘, 4차전 임기영까지 기대 이상의 호투로 경기를 수월하게 만들었다. 다만 팻딘과 임기영 모두 경기 후반 흔들리던 시점이 없던 것은 아니었는데 타이밍이 되자 즉각 필승조에게 임무를 맡겼다. 결과론이지만 한 박자 빠르지도, 또 느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필승조들은 기대에 부응했는데 1차전은 물론 3차전과 4차전도 흔들리지 않았다.
김 감독은 이처럼 승부처가 되면 과감히 필승조를 호출했다. 4차전 전, 경기에 나서지 않은 불펜투수들이 많다며 이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던 김 감독은 상항이 박빙리드로 이어져도 그럴 것이냐는 질문에 단호한 표정으로 “단기전이다, (그런 경우) 필승조가 나간다”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도 그렇게 이뤄졌다.
KIA가 한국시리즈서 정규시즌 우승의 강자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피드백은 빨랐고 경기별 특수성도 철저히 연구했다. 3차전에 앞서 시리즈 환경이 드넓은 잠실구장 및 2시 실시로 바뀌게 됐는데 김 감독은 이에 맞춰 수비 및 낮경기에 최적화된 라인업을 들고 나와 경기에 임했다. 절대적인 원인은 아니었으나 실제 경기에서 수비 및 베이스러닝은 김 감독 의도대로 이뤄진 측면이 크다. 또 자연스럽게 타순도 소폭 조정이 이뤄졌는데 팬들이 바라던, 공격적일 때, 수비적일 때 상황에 맞게 이뤄졌고 이는 강점으로 발휘됐다. 4차전에서 보듯 적절한 대주자 기용 등은 상대실책의 상황 때 발 빠른 득점이 가능하게도 만들었다. 부진에 빠진 베테랑 타자들에게는 가벼운 면담을 통해 신뢰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범호와 김주찬은 직후인 4차전 부활을 알리는 안타를 신고했다.
김 감독은 정규시즌 과정에서 간혹 파격을 선보이곤 했다. 우승을 차지했지만 변수가 많은 단기전에서도 효용이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 그러나 막상 단기전이 되니 김 감독은 최대한 보수적이면서 또 아쉬운 부분은 적극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여기에 투쟁심까지 겹쳐지니 긴장감이 극도로 높은 한국시리즈서 나름의 집중력 있는 플레이가 선수단 전체에서 나오고 있다. 독해졌다. 이기는 경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