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박찬형 기자] 현재 지상파 3사의 음악방송 시청률은 초라할 정도로 낮다. 1위 트로피를 거머쥐는 가수는 거의 매주 바뀐다. ‘가요톱10’이 음악방송의 방향을 제시하던 시절과 같이 1위 가수가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가 되는 시대는 지났단 얘기다.
그런데 현재 가요기획사들 간의 음악방송 출연 경쟁은 ‘가요톱10’ 시절보다 더욱 치열하다. 아직 ‘한류’ 바람은 아직 거세게 불며, 아이돌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기에 경쟁이 심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음악방송 시청률이 낮다고 해서 방송 경쟁력이 뒤처진 것은 아니다. 주요 시청자가 10대, 20대 초반으로 바뀌면서 아이돌에게 음악방송 출연은 필수가 돼버린 상황.
가요계 관계자들을 만나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출연 경쟁’에 대해 알아봤다.
▲ ‘페이스타임’...그리고 눈치작전 방송 3사를 포함해 각 케이블 음악방송 관계자는 매주 ‘페이스타임’ 혹은 ‘페이스미팅’이라 불리는 자리를 통해 각 기획사와 만난다. 이때 출연 가수 선정과 순서를 결정한다. 대형기획사는 이사 혹은 팀장급, 중소기획사는 보통 사장과 부사장급이 방송 PD를 만나기 위해 이름을 적고 대기한다. ‘컴백팀’이 많을 때에는 100여명 넘는 인원이 줄을 서기도 한다.
기획사 매니지먼트 팀장으로 재직 중인 A씨는 “페이스타임에서 음방 출연여부가 80~90% 결정된다. 나머지는 CP의 권한이다. 어떤 날은 출연하기로 성사됐는데, 다음날 PD가 전화를 해 '미안하다'며 다음 주에 출연하자고 하더라. 아마도 CP가 꽂아 넣은 팀 때문에 빠진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A씨는 “정보가 많고 눈치가 빠른 매니저가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며 “내 가수가 어느 정도 인기가 있고 영향력이 있으면 특별히 시간에 구애받지 않지만, 신인이거나 인기가 없는 가수라면 최대한 팀이 없는 시기에 활동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 ‘甲’과 ‘甲’의 기싸움...지상파3사 VS 대형기획사 앞서 A씨가 언급한 CP(Chief producer)는 총괄 프로듀서로서 보통 3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담당, 관리한다. CP가 담당하는 프로그램 중에 음방이 있다면 다른 프로그램 연예인 섭외는 무척 쉽게 이뤄진다는 후문이다. 예를 들어 한 기획사에서 신인 아이돌이 음악방송 출연을 원한다면, 기획사 소속 ‘스타’를 또 다른 예능프로그램에 내줘야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기브 앤 테이크’. 이 부분에서 매년 설날과 추석에 방송하는 ‘아이돌 특집 방송’과 같은 프로그램 섭외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방송사와 대형기획사 간의 마찰이 빈번하게 생긴다. 일종의 ‘거래’가 불리하다고 판단한 어느 한 쪽이 틀어질 경우, ‘기 싸움’으로 번진다. 실제로 이런 마찰을 빚은 한 대형기획사는 소속 연예인들을 특정 방송에 출연시키지 않는다. 아니, 못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아이돌 매니저 B씨는 “가장 골치 아픈 시기가 신인들 데뷔 시킬 때”라며 “꼭 그쪽(방송국)에서는 ‘해줄 테니, 누굴 주라’ 이런 식이다. 이때 회사 윗선에서 ‘안 된다’고 말하면 중간에서 입장이 참 곤란해진다. 보통은 잘 해결되지만, 틀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밝혔다. 이어 B씨는 “소속사 사장으로부터 ‘방송 접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패닉에 빠진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 ‘乙’과 ‘乙’의 눈물...케이블방송X중·소기획사 매니저들은 본인이 맡은 가수가 컴백하기 2~3주 전부터 음악방송 사무실에 드나든다. 각종 간식거리와 더불어 사인CD앨범, 프로필, 곡 샘플 등을 들고 “곧 컴백하는데, 잘 부탁드린다”며 허리를 굽실거린다. 다가올 ‘페이스타임’에서 섭외에 성공하기 위한 ‘밑밥’을 뿌리는 셈이다.
가수 매니저 C씨는 “대형기획사는 방송3사 음방에 출연하는 게 비교적 쉽지만, 소형기획사 가수는 하늘의 별따기”라며 “그래도 혹시 모르니 금, 토, 일 스케줄은 항상 비워놓는다. 행사가 잡혀도 활동하는 주라면 절대 스케줄을 잡을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소형 기획사의 주요 수입원인 주말행사가 불가능하단 설명이다.
케이블 방송 쪽의 상황은 어떨까. 음악방송 작가로 활동했던 D씨는 “오히려 우리는 가수를 섭외 하는 게 너무 힘들다”며 “출연하기로 해놓고 직전에 안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사전 녹화만 해놓고 생방 무대는 안 오르는 경우도 많다”라며 말을 흐렸다. 또 다른 현직 작가는 “매니저들이 지상파에서 하는 것과 우리에게 대하는 행동은 천지차이다. 방송 시간, 의상 등 우리 의견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아 골치 아프다. 인기 있는 가수 측에는 온갖 비위를 다 맞춰 줘야 된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 ‘큐시트 순서’ 그리고 기획사의 자존심 음악방송 출연에 성공한 가수 매니저가 녹화 당일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큐시트(촬영 진행 정보 기록지)’ 확인이다.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가수의 출연 순서 확인을 위해서다. 순서는 녹화 당일 알 수 있다. 순서는 관례상 신인에서 선배 순으로 짜이는 것이 보통이다. 근데 지상파 3사 음악방송의 가수 출연 순서는 제각각 다르다. 해당 가수의 인기와 소속사와의 관계를 더 중요시 하는 곳도 있다. 때문에 어떤 음악방송은 신인급 가수가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기도 한다.
작가 D씨는 “선배가수 매니저가 후배가수보다 순서가 앞이라고 해서 생방 무대에 오르지 않게 했던 경우도 있다. 이해가 전혀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프로그램 입장도 생각해야한다. 다행히 사전녹화를 해놔서 방송에는 문제가 없지만, 찾아온 팬들에게는 예의가 아닌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왜 매니저들은 순서에 이토록 목을 매는 것일까. A씨는 “첫 째는 순간 시청률 때문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시청률이 더 높다. 아무래도 출연을 했다면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비춰지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며 “때문에 순서에 있어서 소속사는 ‘선배’를 따지는 거고 음악방송 쪽에서는 ‘인기’를 척도로 내세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A씨는 “그리고 비슷한 가수 경력과 인기라면, 순서는 소속사간의 자존심 문제다. 아무래도 순서를 뒤쪽으로 뺀 가수가 음방 관계자로부터 더 아낌을 받는다는 방증일 테니”라고 말했다. chanyu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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