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내려놓은 김경문 감독, 2인자 설움 떨치지 못했다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2등을 많이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남들은 잘 모른다.”

지난해 10월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NC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2인자의 설움에 대해 말했다. 그러면서 “2등을 많이 한 자부심도 있다”고 껄껄 웃었다. 웃었지만, 뼈가 있는 말이었다. 2인자 꼬리표는 김경문 감독의 지도자 커리어에서 핸디캡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두산에 패퇴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 김 감독의 2인자 징크스는 이어졌다.

그런 김경문 감독이 끝내 2인자 설움을 떨치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놨다. NC는 지난 3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가 끝난 뒤 김경문 감독의 사실상 해임을 알렸다.

2인자 설움을 떨치지 못한 김경문 전 NC 감독. 사진=천정환 기자
사실상 해임이라는 표현이 웃기긴 하지만 NC가 발표한 내용이 그렇다. NC는 한밤중인 오후 10시10분께 ‘현장 리더십 교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김경문 감독이 일선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자리를 옮기고 유영준 단장이 남은 시즌 감독대행을 맡는다는 내용이었다. 사실상 해임이었다. 그렇게 7년여간 NC와 김경문 감독의 동행이 끝났다. 공교롭게도 NC는 7년 전 김경문 감독 선임 발표도 한밤중에 했다. 2011년 8월31일 오후 11시가 다 돼서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창단 감독이 김경문 감독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김 감독은 한밤중에 왔다 한밤중에 떠난 모양새가 됐다.



또 7년 전 두산을 떠날 때와도 비슷한 모양새다. 2004년부터 두산 사령탑을 맡아 3차례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키는 등 ‘가을야구 마스터’로 이름을 날리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 감독으로 전무후무한 전승 금메달을 이끌었지만, 유독 한국시리즈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고, 2011년 중반 두산이 하위권으로 떨어지자 미련 없이 감독직을 버렸다.

올해 NC는 여전히 상위권을 위협할 후보로 꼽혔다. 2013년 1군 진입 첫해를 제외하고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2016년에는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도 이뤘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이 바라던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고, 올해는 9연패를 당하는 등 추락을 거듭하다가 꼴찌까지 떨어졌다.

NC는 김 감독이 물러난 3일까지 삼성과의 홈 3연전을 모두 패하는 등 최근 14경기에서 2승 밖에 거두지 못하고 있다. 새 외국인 투수 로건 베렛이 2승5패 평균자책점 6.49로 부진하는 등 선발진이 붕괴됐고, 이는 NC의 자랑이던 불펜까지 영향을 미쳤다. 마무리 임창민은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시즌 아웃됐다. 김진성은 최근 벌투논란과 함께 2군에 머물러 있다.

타선도 마찬가지다. 팀 타율이 0.248로 최하위다. 규정타석을 채운 3할 타자가 나성범 단 1명뿐이었고, 외국인 타자 재비어 스크럭스도 타율 0.263에 그치고 있다. 결국 김 감독은 성적과 최근에 불거진 리더십 논란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제 당분간 2인자 설움을 떨칠 기회도 사라졌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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