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도형 기자] ‘소녀의 세계’는 안정민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모든 낯선 것들이 그렇듯 신예 안 감독의 새로운 표현기법과 발상은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낯섦을 극복해낼 수 있다면, 순수함으로 가득한 소녀들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주인공 봉선화(노정의 분)는 열일곱 소녀다. 여느 여고생들이 그렇듯 순수하고 밝다. 어느 날 선배 정수연(조수향 분)의 눈에 띄어 연극부에 들더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 역을 맡게 된다. 줄리엣이 된 봉선화는 로미오 이하남(권나라 분)을 사랑하게 된다.
시작은 멋진 선배에 대한 지극한 동경심이었을 수 있다. 배역에 너무나 집중한 탓일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봉선화는 선배 이하남에게 사랑의 감정을 품는다. 이하남도 그런 봉선화에게 같은 감정을 느낀다. 짙은 키스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문제는 두 사람 모두 여고생이라는 점이다.
'소녀의 세계'가 오는 29일 개봉한다. 사진=영화 '소녀의 세계' 포스터
소녀 봉선화의 세계는 하나의 우주다. 또 다른 소녀 이하남의 세계는 또 다른 우주다. 두 사람은 소녀에 앞서 각자의 우주를 품은 인격체다. 이들의 만남은 두 우주의 충돌이며, 그로 인해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게 한다. 그렇게 탄생한 새로운 우주는 더욱 크고 방대하며, 소녀가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다. 안정민 감독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이를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동성애에 집착한다면 그것밖에 보이지 않는다. 안 감독도 동성애를 조장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닐 것이다. 여고생들끼리의 사랑을 다룬 것은 그것이 더욱 아름답고 순수해 보이기 때문이다. 아직 때 묻지 않은 소녀들이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모습, 그 자체로 아름다운 까닭이다.
안 감독은 이에 대해 “봉선화는 우주 속 한 점의 먼지가 아닌, 우주 그 자체다. 우주로 대변되는 소녀가 첫사랑에 상처를 받고 현실 세계에 발을 내딛기까지 과정을 유니크하게 그려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소녀의 세계’ 속 여고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감성과 사춘기 소녀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은 경이롭다. 배우들의 연기호흡도 자연스럽다. 관객 스스로의 추억을 곱씹으며, 각자의 우주를 들여다볼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오는 29일 개봉. mkculture@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