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은 ‘유튜브, 아프리카티비(TV) 등 크리에이터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뷰’의 약자입니다. 플랫폼/장르 불문 1인 미디어 방송인들의 방송 뒷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매경닷컴 MK스포츠 김도형 기자] BJ여운의 방송에는 음악과 시와 공감과 힐링이 있다. 그는 자신의 시를 알리기 위해 방송을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팬들에게 힐링을 선사하는 일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
◇ BJ여운과 시
BJ여운이 방송을 시작한 이유를 소개했다. 사진=BJ여운 유튜브 영상 캡처
인터넷방송을 하기 전 BJ여운의 직업은 광고회사 카피라이터였다. 그는 자신의 시를 알리기 위해 방송을 시작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지자 완전히 전향을 결심했다. 지금도 방송에서 자작시를 읽어주고, 시청자의 이름으로 시를 써주기도 한다. “내 시를 알리고 싶어 방송을 시작했다. 지금의 문학계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모든 종류의 인쇄매체들이 쇠퇴하고 있다. 신문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면 나의 글을 알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 책을 쓰는 것도 한계가 보였다. 고심 끝에 생각해낸 게 방송이었다. 사람들에게 내 시를 알리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다. ‘내가 유명해지면 내 시도 저절로 유명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젠가 시집을 낼 계획이다.”
물론 BJ여운 방송의 주요 콘텐츠는 ASMR이다. 단순한 ASMR보다는 시청자가 던져준 주제로 펼치는 상황극이 주를 이룬다. 아프리카티비(TV) BJ로만 활동하던 초창기 시절 시청자들의 요청으로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 1년 반 정도는 아프리카티비(TV)에서 소통 방송만 했다. ASMR 콘텐츠는 팬들이 지속적으로 요청해서 하게 됐다. 당시에는 남자 롤플레잉 ASMR 크리에이터가 적었다. 그렇다 보니 주목을 조금 빨리 받을 수 있었다.(웃음)”
◇ 듣는 힐링
BJ여운은 방송을 통해 시청자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물론 그 특유의 감성이 누군가에게는 오글거리고 부담일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방송을 통해 위안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메인 테마는 힐링이다. 시청자들과 문학적이고 감성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노래 듣는 것도 좋아한다. 라이브 음악 하는 BJ들도 많이 찾아 듣고, 게스트로 부르기도 한다. 팬들에게 좋은 음악들을 들려주려 한다.”
BJ여운이 개인 방송을 시작한 것은 약 4년 전의 일이다. 제법 긴 시간을 투자한 것에 비해 구독자 수가 많은 편은 아니다. 조급한 마음에 유혹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목이 말라도 바닷물을 마실 수는 없는 법이다. 그는 스스로의 원칙과 소신을 지키려 애쓰고 있다.
“처음 방송을 시작할 때 ‘지금 있는 사람들이 편한 방송을 만들자’고 다짐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끌어 모으자’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방송을 하면서 유혹이 많았다. 자극적인 콘텐츠를 하면 빨리 유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도 자극적인 주제로 방송해본 적이 있다. 조회 수가 제법 나왔지만, 어린 아이들도 많이 듣기에 안 좋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해당 게시물들을) 전부 비공개로 돌렸다. 이후에는 힐링 콘텐츠만 다루고 있다.”
물론 그 과정은 힘들었지만, BJ여운은 인내했다. 그 결과 조금씩이지만 그를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외롭기만 했던 혼자만의 분투에서 이제는 제법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는 도전으로 바뀌었다.
“내 방송의 팬들은 나를 진심으로 좋아해주신다. 전체 시청자 수는 적지만 안정적이다. BJ는 프리랜서라서 수입이 불규칙하지만, 나는 비교적 일정한 편이다. 천천히 늘지만 일정하다. 처음에는 진짜 힘들었다. 자극적인 콘텐츠를 해볼까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떤 콘텐츠를 하던 간에 우선은 나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
BJ여운이 생각하는 1인 미디어 방송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컨디션이다. 사진=BJ여운 유튜브 영상 캡처
◇ 크리에이터에게 가장 중요한 것 BJ여운은 방송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컨디션 관리라고 했다. 특히 인터넷 방송은 실시간 방송이다 보니 금방 티가 난다는 설명이었다.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방송이 재미있다. 시청자의 댓글에 대응하는 방식이 컨디션에 따라 달라진다. 기존의 TV방송과 인터넷방송의 가장 큰 차이는 즉흥적인 애드리브다. 어떤 방송이든 컨디션이 좋고 나쁨에 따라 차이가 크다. 보는 입장에서 리액션이나 표정을 보면 전부 알 수 있다. 순간대처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컨디션이 나쁘면 저하된다.”
그는 컨디션 관리의 가장 힘든 원인으로 스트레스를 꼽았다.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본인만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모든 BJ들의 과제가 컨디션 관리다. 방송에서는 스트레스를 풀 수 없으니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필요하다. 인터넷 방송하는 분들은 대부분 저녁시간대에 방송을 한다. 개인시간이 없다. 친구들도 못 만난다. 친구들과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방음부스가 있으니) 크게 음악을 듣거나 노래를 부른다. 게임할 때도 소리를 지르면서 한다. 주말에는 친구들을 만나거나 밖에 나간다. 최대한 외부활동을 하려고 한다.”
BJ여운의 ASMR 방송은 100% 애드리브를 자랑한다. 사진=아프리카티비(TV) BJ여운 방송 캡처
◇ 100% 애드리브 방송 BJ여운의 ASMR 영상은 2~300편 가량 된다. 놀라운 것은 이들 모두가 그의 애드리브로 탄생했다는 점이다. 그는 시청자의 요구에 따라 즉흥적으로 상황 연기를 해낸다. 글을 쓰는 것이 도움이 됐다.
“나는 대본 없이 한다. 대부분 대본을 보고 하시는데, 나는 없이 한다. 즉석에서 실시간으로 주제를 만들고 바로 녹음한다. 종종 댓글로 ‘이런 멘트를 넣어 달라’고 하면 넣어준다. 팬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애드리브로 하면서 다양한 상황을 연출한다. 글을 쓰는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여러 배경지식을 끌어와서 상황을 만들고 감정을 표현한다. 글로 하던 것을 말로 풀어낸다. 고민상담할 때도 생각을 정리하는 게 편하다.”
또 BJ여운은 자신의 연애경험과 함께 가치관을 고백했다. 그가 만든 상황극 AMSR 영상의 대부분이 연인 콘셉트기에 연애 경험도 많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그는 순정파였다.
“연애경험이 많지는 않다. 4~5번 정도 있다. 많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번 만날 때 1년 이상씩 만났다. 드라마나 책을 많이 보기에 끌어다 쓸 것이 많을 뿐이다.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은 아니다. 백번을 사랑해도 하나밖에 못 느끼는 사람이 있고, 한 명을 만나도 백 가지를 느끼는 사람이 있다. 한 번을 사랑하더라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깊이 있게 만났으면 좋겠다.”
아울러 BJ여운에게는 스스로를 향한 굳건한 믿음이 있었다. 그것이 남들과는 다른 본인만의 특성을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롤모델은 없다. 누군가를 따라해야겠다는 생각을 안 해봤다. 다만 자아성찰을 자주한다. 사람마다 장점이 다르다. 롤모델만 따라가면 자칫 그 사람의 길을 그대로 답습하게 된다. 내 인생에서는 내가 1등이기도 꼴등이기도 하다. 누구를 쫓아가면 매번 2등이다. 내 길은 내가 개척하는 것이 맞다고 믿는다. 물론 배울 점이 있으면 배운다. 다른 BJ들 방송 모니터링도 많이 한다. 관찰력이 중요하다. 짧게 보더라도 자세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미세한 것이 큰 차이를 만든다.”
◇ 팬들에게 바라는 점
BJ여운에게는 시인으로서 목표와 방송인으로서 목표가 있었다. 시인으로서는 유명해지는 것도 좋지만, 손에서 글을 놓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방송인으로는 시청자들의 힐링 그 자체가 목표였다.
“내 꿈은 평생 글을 쓰는 것이다. 베스트셀러가 아니어도 좋다. 그저 평생 글을 놓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힘들 때마다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에 버틴다. 방송인으로서 목표는 내 방송이 봐주는 사람들에게 좋은 방송이었으면 좋겠다. 현재 있는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방송을 하고 싶다. 부담을 갖지 않고 편안하게 와주셨으면 좋겠다. 많은 후원도 중요치 않고,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 역시 없어도 된다. 내 방송에 와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mkculture@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