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대체 외국인선수를 두고 ‘여권을 뺏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나 윌슨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지만 반전의 신호탄을 쐈다. 잔여 44경기에서 윌슨은 자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윌슨은 6월 방출된 카를로스 아수아헤의 뒤를 이어 롯데에 입단했다. 양상문 전 감독의 승부수였다. 초반에는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 초반 6경기에서 타율 0.350 6안타 4타점을 올렸다. 마수걸이 홈런(6월 25일 사직 kt전)도 신고했다.
제이콥 윌슨은 7월 31일 대구 삼성전에서 KBO리그 첫 1경기 2홈런 및 3타점을 기록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하지만 윌슨은 기나긴 부진에 빠졌다. 6월 27일 사직 kt전부터 7월 30일 대구 삼성전까지 21경기 70타수 13안타 2홈런 10타점 타율 0.186에 그쳤다. 5타점(7월 4일 문학 SK전)을 올린 적도 있으나 폭발력은 단발성에 가까웠다. 시즌 타율은 0.222까지 떨어졌다.
차갑게 식었던 윌슨의 방망이는 7월 31일 대구 삼성전에서 제대로 터졌다. 윌슨은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롯데의 4연패 탈출에 앞장섰다. 윌슨이 1경기 2홈런 및 3안타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었다.
윌슨은 기세를 이어 1일 경기에서도 결정타를 쳤다. 4-0의 3회 무사 만루에서 바뀐 투수 김승현을 상대로 2타점 2루타를 날렸다.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롯데는 9-4로 삼성을 꺾고 32일 만에 위닝시리즈를 거뒀다.
윌슨의 타격은 다른 팀 외국인타자와 비교해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롯데가 기대했던 ‘찬스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윌슨의 득점권 타율은 0.292로 시즌 타율보다 높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출루율이다. 0.383으로 타율과 1할5푼 가까이 차이가 난다. 걸어서 출루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후반기 4사구는 8개로 안타(5개)보다 더 많다.
전반기까지만 해도 윌슨은 KBO리그 투수의 변화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경기당 평균 삼진 1개였다. 후반기 삼진은 4개뿐이다.
윌슨은 롯데의 주전 3루수다. 실책 3개를 기록했지만 전반적으로 롯데 내야 수비 안정화에 기여했다. 7월 31일 경기에서는 6-3의 8회 1사 1,3루서 러프의 타구를 포구해 3루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만들었다.
실망스러웠던 윌슨이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조금씩 인식을 바꾸고 있다. 아직 성에 차지는 않는다. 더 꾸준하게 잘해야 한다. 윌슨은 백조로 변신할 수 있을까. dan0925@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