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바로 키움 하위 타선이 폭발했다. 김규민의 2루타와 이지영의 안타로 7-7 동점이 됐다. 김웅빈이 동점 주자였다. 그리고 대타 송성문이 1타점 2루타로 승부를 뒤집었다. 김웅빈부터 송성문까지 4타자 연속 ‘소나기 펀치’에 SK가 케이오됐다.
역대 14번째 데뷔 첫 타석 홈런을 기록할 정도로 장타 능력을 갖춘 김웅빈이었다. 평소 번트를 잘 대지 않았다. 그는 “말 그대로 기습번트였다”라며 웃었다.
벤치의 작전도 아니었다. 빠른 상황 판단으로 과감하게 실천했다. 김웅빈은 “내 판단이었다. 1루수(로맥)와 2루수(안상현)가 뒤쪽에 있어 기습번트를 하면 출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막힌 번트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잘한 것 같아 다행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어떻게든 출루해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내가 출루하면, 득점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홈을 밟아 동점이 됐을 때 ‘이제 됐다. 이길 수 있다’라고 확신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김웅빈의 개인 1번째 포스트시즌 SK전이었다. 플레이오프를 치르러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을 방문했을 때 그는 “평소와 다를 게 없다”라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으나 친정에 비수를 꽂았다.
2015년 프로에 입문한 김웅빈이 SK 선수로 활동한 기간은 1년이다. 2015년 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영웅군단에 합류했다. 정식선수가 됐고 1군 데뷔(2016년 7월 13일 수원 kt전)도 했다. 키움에서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있다.
장정석 감독은 1차전에 결장했던 김웅빈과 김규민을 2차전에 선발로 뛰게 했다. 빠른 공을 잘 친다는 이유였다. 두 타자는 장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김웅빈은 0-3의 4회초 키움의 반격을 알리는 신호탄을 터뜨리기도 했다. 김하성의 2루타 뒤 이정후의 안타에도 김강민의 보살로 득점에 실패했던 키움이다. 그러나 2사 1, 2루에서 김웅빈이 1타점 적시타를 치며 흐름을 바꿨다.
키움 김웅빈은 15일 SK와 플레이오프 2차전 승리의 ‘주역’이었다. 4회초 적시타로 반격의 시작을 알렸으며 8회초 기습번트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사진(인천)=옥영화 기자
플레이오프 3·4차전은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다. 키움이 안방에서 1승을 추가하면, 올해 인천을 다시 방문할 일은 없다. 김웅빈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의 타석에 설 일이 없어진다. 처음이 강렬했다. 김웅빈은 “오늘 경기 활약에 만족한다. 다만 앞으로 수비를 좀 더 잘해야 할 것 같다”라며 “(전 소속팀) SK를 상대로 이겼는데 지금 난 히어로즈 선수다. 우리 팀이 이겨 기분이 좋다.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김웅빈은 잠시나마 기분 좋은 상상을 했다.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홈런을 터뜨리는 그림이다. 김웅빈의 통산 인천 경기 타율은 0.154(13타수 2안타)였다. 장타도 없었다.
김웅빈은 “SK에 친한 형들이 있어 (이번 시리즈가) 더 흥미롭다. 다들 건강하게 잘했으면 좋겠다. 나도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라고 소망했다. 김웅빈의 홈런은 없었으나 김웅빈의 적시타와 기습번트로 키움이 이겼다.
당장 홈런 욕심은 없다. 그는 “물론 홈런을 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더 많이 출루하는 것이다. 타격감이 좋아지면 장타도 터지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다.
김웅빈은 영웅군단의 일원이다. 김웅빈이 말하는 ‘우리 팀’은 가을야구에서 놀라운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다들 이기려는 의지가 강해서 시너지 효과를 얻는다. 또한, SK보다 우리의 필승 의지가 더 강했던 것 같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