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인종다양성, 칸과 반대길 [2020해외영화계②]

매경닷컴 MK스포츠 김노을 기자

아카데미(오스카)의 시계가 역행하고 있다. 흑인 영화인을 심사위원장 자리에 앉힌 칸과 ‘백인잔치’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한 오스카가 올해 시상식에서도 인종다양성 측면에서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칸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의 흑인 감독인 스파이크 리를 올해 심사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칸 역사상 최초의 흑인 심사위원장이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이번 스파이크 리의 심사위원장 임명에 대해 “단지 정치적 결정이 아닌 전 세계적인 메시지다. 영화계에서 흑인 예술가들의 지위는 미약하다”고 말했다. AP 통신은 이 같은 칸영화제 조직위원회의 결정에 “영화계는 이 도발적인 미국 감독이 엘리트들이 모이는 자리를 흔들어 놓기를 바란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다양성이나 젠더에 대해 비판을 받아온 칸영화제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파이크 리 감독 사진=ⓒAFPBBNews=News1
스파이크 리는 “아프리카의 이주민으로서 칸의 첫 심사위원장을 맡아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1986년 데뷔 이래 인종차별을 주제로 한 영화로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다. 예나 지금이나 미국 사회에 팽배한 인종차별을 집요하게 파헤치며 ‘똑바로 살아라’(19890, ‘정글 피버’(1991), ‘말콤 X’(1992) 등을 연출했고, 백인 우월주의 집단 KKK에 잠복한 흑인 형사의 실화를 다룬 ‘블랙클랜스맨’(2018)으로 그해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2016년에는 오스카 공로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스파이크 리는 시상식 참석을 거부하고 백인중심적 오스카에 대한 ‘Oscars So White’ 운동에 동참했다. 다수 인터뷰를 통해서도 할리우드, 특히나 오스카의 인종차별적 성격에 비판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높였다.

칸이 인종다양성 측면에서 진일보하고 있는 가운데 오스카는 도리어 뒷걸음질 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주최하는 오스카는 매년 ‘백인 잔치’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인종차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트위트 등 SNS를 중심으로 ‘Oscars So White’ 운동이 전개되고 있으며 미국 영화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배우 신시아 에리보 사진=ⓒAFPBBNews=News1
올해 오스카 배우상 부문인 남자주연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에는 단 한 명의 배우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백인이다. 흑인으로는 유일하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해리엇’의 신시아 에리보는 백인 일색 노미네이트에 개탄했다. 이 와중에 미국 작가 스티븐 킹이 인종차별 발언을 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올해 오스카 심사위원 중 한 명이기도 한 그는 트위터에 “예술에 있어서 인종 다양성(diversity)을 절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작품의) 질만 따질 거다. 그 반대로 생각하는 게 잘못된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스티븐 킹의 발언에 대해 유색인종 영화인들은 탄식했다. 신시아 에리보는 그의 발언을 두고 “우리는 생각을 하는 방식, 캐스팅을 하는 방식, 프로듀서들과 작가들을 고용하는 방식을 바꿔야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여성감독 에바 두버네이도 “평소 존경하는 사람이 무지하고 퇴보된 생각을 트위터로 남기다니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스티븐 킹은 “인종, 성별, 출신 국가와 관계없이 동등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라며 “일부 집단이 많은 분야에서 소외돼 있는 것을 잘 안다”고 재차 트윗을 남기며 해명했지만, 그의 백인중심적 사고에 많은 이들이 실망감을 드러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Oscars So White’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오스카와 개선의 조짐을 보이는 칸영화제가 시상식 후 각기 어떤 평가를 받을지 눈여겨볼 일이다.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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