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미국 전역을 들썩이고 있다. 만국 공통의 언어 ‘영화’로 소통하는 그의 재치와 진심이 모두를 홀렸다.
‘기생충’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5일 오후 미국 LA 베벌리힐스에서 개최된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를 연출한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제73회 칸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데 이어 골든글로브 트로피까지 거머쥐며 최초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 관객과 평단 모두에 호평 받은 ‘기생충’ 만큼이나 화제를 모으는 건 봉 감독의 수상 소감, 언변이다. 오죽하면 해외에서는 ‘봉하이브’(#Bonghive)로 일컬어지는 그의 온라인 팬덤이 생겨나고 성씨를 딴 여러 별명과 수식어가 파생되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 사진=ⓒAFPBBNews=News1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수상자로 호명된 봉 감독은 “어메이징, 언빌리버블”이라며 무대에 올라 ‘1인치 장벽’에 대해 말했다. 그는 한국어로 “자막의 장벽, 장벽도 아니죠. 그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오늘 함께 후보에 오른 페드로 알모도바르 그리고 멋진 세계 영화 감독님들과 함께 후보에 오를 수 있어서 그 자체로 영광입니다”라고 말한 뒤 “I think we use only just one language, The Cinema(제 생각에 우리는 하나의 언어를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바로 영화)”라고 영어로 수상 소감을 마무리해 현장에 자리한 모두의 환호를 받았다. 봉 감독의 “온니 원 랭귀지, 더 시네마”는 전 세계 관객들을 뒤흔들었다. 세계 각국 트위터리안, 그중에서도 특히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트위터리안들은 그의 말을 인용하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봉 감독이 무대에서 전한 메시지는 단순한 수상 소감이라기보다 외국어 영화를 기피하는 미국 관객과 영화계로 하여금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시상식 직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봉 감독은 “‘기생충’은 자본주의에 관한 영화인데, 미국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심장 같은 나라니까 논쟁적이고 뜨거운 반응이 있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며 간결한 한편 폐부를 찌르는, 그동안 사회의 어두운 면을 풍자해온 자신의 필모그래피와 상통하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봉 감독의 오스카 레이스에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한 방탄소년단(BTS)도 존재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가진 현지매체와 인터뷰 중 봉 감독은 “제가 비록 지금 골든글로브에 와있긴 하지만 BTS가 누리는 파워와 힘은 저의 3000배는 넘는 거니까요. 그런 아티스트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나라가 아닌가 싶어요. 감정적으로 되게 격렬하고 다이내믹한 나라거든요”라고 말했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 문화와 한류 콘텐츠 관련 질문에 대한 센스 넘치는 이 답변에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는 방탄소년단의 차기 앨범 뮤직비디오를 봉 감독이 연출해달라는 요청을 이어갔다.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 이선균, 이정은, 박소담, 최우식 사진=ⓒAFPBBNews=News1
감격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당시에도 봉 감독은 선배 영화인들에 대한 예우를 갖추고 자신을 낮출 줄 알았다. 그는 프랑스어로 ‘감사하다’라는 뜻을 가진 “메르시”라고 운을 뗀 뒤 “불어 연설은 준비하지 못했지만,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며 영감 받고 있습니다. 앙리 조르주 클루조와 클로드 샤브롤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라고 앞서간 프랑스 감독들에 존경을 표했다. 자신이 영화감독을 결심했던 첫 순간도 떠올렸다. “저는 그냥, 열두 살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되게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습니다. 이 트로피를 제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라는 봉 감독의 수상 소감은 열두 살 어린 아이가 칸영화제 가장 높은 곳에 서게 된 그 감동을 고스란히 전했고, 외신은 앞다퉈 그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기생충’에 담긴 함의만큼이나 빛나는 봉 감독의 말들이 내달 9일 LA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전해지길 바라본다.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