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퍼트 굴드, 실화와 진실 사이에서 [김노을의 디렉토리]

매경닷컴 MK스포츠 김노을 기자

연출자의 작품·연출관은 창작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영화, 드라마, 예능 모두 마찬가지죠. 알아두면 이해와 선택에 도움이 되는 연출자의 작품 세계. 자, 지금부터 ‘디렉토리’가 힌트를 드릴게요. 연극계 총아로 주목받던 영국 출신 영화감독 루퍼트 굴드는 실화 속 진실을 찾는다. 실화가 곧 진실이라고 받아들여지는 이야기라도 그의 눈은 그 이면에 감춰졌을지 모르는 진실을 쫓는다.

분더킨트에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길을 걸어가는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 흥미롭다.

루퍼트 굴드 감독 사진=ⓒAFPBBNews=News1
◇ 실화에서 ‘진실’과 ‘스토리’가 나뉜다면 2015년 영화 ‘트루 스토리’(True Story)는 이전에 영국 드라마 ‘맥베스’ ‘텅빈 왕관’ 등을 연출한 루퍼트 굴드 감독의 영화 데뷔작으로 가족 살인범의 실화다. 이미 책으로도 출간된 롱고 사건을 두고 감독은 ‘트루 스토리’를 통해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거기에는 ‘트루’와 ‘스토리’가 각각 존재한다.



가자 기사를 쓰는 바람에 뉴욕 타임스에서 해고된 기자 마이클 핀클(조나 힐 분)은 오리건 지역 신문사의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아내와 세 자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 크리스천 롱고(제임스 프랭코 분)가 핀클 행세를 하며 도주하던 중 체포됐다는 것. 핀클은 직업도 잃고 희망도 잃은, 참담함 그 자체인 상황에서 롱고라는 새로운 소재를 우연히 발견하고 흥미를 느낀다. 모든 기자들을 사절했던 롱고가 마침 유일하게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소식은 핀클에게 더없는 희소식이다.

핀클은 희대의 특종을 잡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롱고를 만나러 교도소를 찾고, 롱고는 핀클에게 글쓰기 코치를 제안한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면 자신에 대한 모든 ‘사실’을 말해주겠다는 그의 말에 핀클은 흔쾌히 제안을 수락한다. 핀클에게 롱고의 사실은 특종감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알려주는 과정에서 핀클은 롱고에게 이중부정에 대해 말한다. 한 번 부정한 것을 또 한번 부정해 결과적으로 긍정을 나타내는 논리식의 형식을 자기 입으로 지적하지만 결국 그는 종반부 바로 그 이중부정의 덫에 걸리고 만다.

영화 ‘트루 스토리’ 포스터 사진=영화 ‘트루 스토리’
롱고가 감옥생활을 세세히 기술한 글을 보고 희열을 느끼는 핀클, 두 사람의 기묘한 우정은 영화 내내 이어진다. 그리고 결국에는 롱고의 이야기는 기사가 아니라 책으로 완성된다. 진실을 전해야 할 직업적 의무가 있는 기자 핀클이 코치한 롱고의 글이 책으로 출간됐다는 점은 영화의 제목과도 결부되어 의미심장하다. ‘진실’이 중요한 기사와 진실보다도 ‘이야기’가 중요한 혹은 책임감이 비교적 덜한 자서전 격의 완성물은 현격한 차이를 지닌다. 감독은 롱고를 바라보는 핀클이 진실을 찾기 바랐다. 그러나 핀클이 뉴욕타임스에서 잘린 이유를 되짚어 보면 결국 ‘거짓’ 때문이다. 롱고는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해주겠노라고 했지만, 핀클은 거짓을 진실로 만들려는 수단으로 진실을 이용하는 어리석음으로 결국 깊은 늪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영화 ‘주디’ 포스터 사진=퍼스트런
◇ 주디 갈랜드의 실화, 그 마음의 공허함 루퍼트 굴드 감독이 ‘트루 스토리’ 이후 또 다시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를 들고 찾아왔다.

르네 젤위거에게 제92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긴 ‘주디’는 20세기 대표 스타 주디 갈랜드의 화양연화와 어두운 내리막 길을 걷던 시점의 이야기를 그린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25일 개봉해 극장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오즈의 마법사’의 영원한 도로시 주디는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이 무색하게 아이들과 머물 집은커녕 하룻밤 머물 숙박비도 없는 신세다. 너무 일찍이 어른들의 눈에 띈 재능 탓에 그것을 착취당하고 어떠한 자유도 누릴 수 없었던, 눈부시지만 암울했던 과거를 지닌 주디는 자신이 그 터널을 진작 빠져나온 줄 알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몸은 어른으로 자랐지만 여전히 마음은 그때 캄캄함에 갇혀 외롭고 고독하고 공허하다.

감독은 주디의 화려한 모습 뒤에 감춰진 고독을 말한다. 사람들은 도로시를 기억하고 그가 부른 ‘오버 더 레인보우’를 아직도 따라 부르지만 주디의 진짜 마음은 모른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낸 생애 마지막 공연 장면은 당시 그의 고충을 몰랐기에 더 큰 저릿함으로 다가온다.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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