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감정선의 드라마로 반가운 출현을 알렸던 윤성현 감독이 영화 ‘사냥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윤 감독은 첫 장편영화 ‘파수꾼’(2011)으로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을 비롯해 제48회 대종상영화제 신인감독상, 제32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등을 수상하며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재능을 인정받았다. 러닝타임 32분의 ‘아이들’(2008)에서 시작해 ‘파수꾼’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이후 수많은 ‘제2의 파수꾼’을 만들어냈을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사냥의 시간’은 윤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파수꾼’에서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 배우 이제훈과 박정민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고, 여기에 충무로 대세 최우식, 안재홍, 박해수가 가세했다. 전작들과 달리 장르적 색채가 짙은 이 영화를 통해 윤 감독은 또 한번 새로운 첫 발을 뗐다.
윤성현 감독이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넷플릭스
이하 윤성현 감독과 일문일답. Q. 이제훈, 박정민이 출연한다는 점과 더불어 ‘사냥의 시간’의 청춘들의 암담함 같은 게 ‘파수꾼’이 떠오르게 한다. 실제로 두 작품이 비슷하다는 평이 많은데 감독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A. 윤성현 감독: 그렇게 봐주실 수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사냥의 시간’과 ‘파수꾼’은 기본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다. ‘파수꾼’은 대사가 전부다. 대사가 가득하고 감정을 현미경 같이 들여다보고 섬세하게 포착하는 데 목적을 둔다. 그러나 이번 영화는 장르와 액션, 서스펜스다. 특히나 서스펜스에 치중하기 위해 오히려 감정이나 캐릭터성 요소는 생략된 부분도 있다. 결국 다른 형태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Q. ‘사냥의 시간’에서 이제훈과 박정민이 처음 만나는 씬이 ‘파수꾼’을 연상케 하더라.
A. 윤성현 감독: 일부러 그렇게 연출하지는 않았다. ‘파수꾼’이 섬세하고 내러티브 위주라면 ‘사냥의 시간’은 단순하고 직선적인, 형태적인, 장르적 요소에 초점을 맞췄다. 물론 ‘파수꾼’에서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리얼한 고교생, 마초적인 형태도 있긴 했다. 이번 영화도 환경 자체가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다 보니 거친 모습이 비춰지니까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은 했다. 의도한 건 아니다.
Q. 이제훈이라는 배우의 활용 방식도 궁금하다. 이번 재회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A. 윤성현 감독: ‘파수꾼’에서는 아무래도 섬세하고 감정적이었다. 다층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춘 목적성이 있었다면 ‘사냥의 시간’에선 남성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제훈 배우가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강렬한 어떤 모습들과 얼굴을 가져가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영화 ‘사냥의 시간’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Q. 이제훈이 연기한 준석을 비롯 기훈(최우식 분), 장호(안재홍 분)에 비해 박정민이 맡은 상수 캐릭터의 분량이 현저히 적다. 상수의 롤을 딱 거기까지만 잡은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윤성현 감독: 의도한 건 아니다.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상수의 비중은 그 정도였다. 박정민 배우와 대화를 나눴을 때 출연하고 싶다고 하더라. 워낙 역할이 크든 작든, 롤 순위를 중요하게 보기보다 본인이 하고 싶은가에 초점을 맞추는 배우라서 그 정도 비중임에도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된 거다.
Q. 영화 내내 강렬한 사운드와 화면 연출이 인상적이다. 작은 소리 하나, 총기를 다루는 소리 하나까지도 모두 긴장감을 위한 장치처럼 느껴진다.
A. 윤성현 감독: 총기의 질감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 1막과 2막이 다른데, 2막은 서스펜스와 추격이다. 마지막 총격전은 서부극을 떠올렸다. 인물들이 만지는 총기 하나하나가 가진 질감과 소리를 살리려 노력했고 그걸 만들어준 사운드 디자이너 실장님에게 감사하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만들 수 없는 영역이었을 거다.
윤성현 감독이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넷플릭스
Q. ‘파수꾼’ 이후 10년이 걸렸다. 혹시 지금 준비 중인 차기작이 있는지, 다음 영화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A. 윤성현 감독: ‘파수꾼’은 드라마 위주였고, 나도 드라마를 좋아하고 그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었던 영화다. ‘사냥의 시간’은 장르적으로 단순하게 밀어붙이고, 이야기로서는 목적만 갖고 만들었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해오던 방식이 아니라서 더 그랬다. 다음 작품은 조금 더 익숙하고, 쉽게 말해 주특기인 영역의 영화를 만들어보고자 생각 중이다. 감정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다. /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