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배우 김정은이 ‘나의 위험한 아내’에서 심재경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색다른 연기 변신을 꾀한 그는 또 한 번 탄탄한 연기력을 입증하며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MBN 드라마 ‘나의 위험한 아내’(이하 ‘나위아’)는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어느덧 결혼이란 생활을 그저 유지하고만 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수의 부부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부 잔혹극’이다.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가정에서 가장 위험한 적과 살아왔다는 섬뜩한 깨달음과 동시에 ‘위험한 전쟁’을 시작하는 부부를 통해 결혼 안에서의 승리와 실패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결혼의 ‘민낯’을 과감하게 파헤쳤다.
김정은은 극중 빼어난 지성과 미모, 착한 심성 뿐 아니라 넘치는 재력까지 두루 갖춘 완벽녀 심재경 역을 맡았다. 남편의 외도에 맞서 납치 자작극을 주동하는, 독한 것에 더한 것으로 맞서는 전무후무한 아내 캐릭터로 완벽 분한 김정은은 한층 깊어진 감정선과 디테일한 표현력으로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배우 김정은이 ‘나의 위험한 아내’ 관련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뿌리깊은 나무들 / 매니지먼트 레드우즈
#. ‘나의 위험한 아내’를 통해 파란만장한 결혼 생활을 그렸다. 처음 드라마를 보고나서의 남편의 반응은? “열혈 시청자로서 매우 응원하고 지지하고 환호해주었다. 또한 처음에 보고 나서 좀 놀란 눈치였다. 이렇게 디테일 할지 몰랐다며 왜 넷플릭스에 안 팔았냐고 난리 난리였다(내가 파는 것도 아닌데!!) 미국 중국 많은 곳에 팔렸다고 하니, 홍콩 중국 친구들에게도 알려주고 홍보를 많이 해주었다.”
#. 남편이 본 김정은이 그린 ‘심재경’에 대한 반응도 궁금하다. “남편은 이제 어느덧 5년차 여배우의 남편으로서 전문가적인 관점에서 모니터를 해주려고 노력한다. 꽤 예리하게 연기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고 디테일한 면을 이야기해주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던 몇몇 장면들은 너무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절대 혼자 밤에 보면 안 되겠다며 깜짝 놀란 반응이었다. 11월에 서울에 도착해서 격리 후에 지금은 같이 있는데, 가끔 내가 재경이처럼 보여서 무섭다고 종종 얘기한다. 가끔 내가 웃을 때 무서우니 그렇게 웃지 말라고도 한다.(웃음)”
#. 이번 작품 결말에 만족하는지? “경쾌하고 재미있고 또한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되었던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재경이는 은혜와 여러 사람들에게, ‘넌 남편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결혼이라는 계약을 지키고 싶은 거잖아!!!’라며 늘 공격받는다. 근데 결혼을 지키고 싶은 게 왜 마치 속물처럼 공격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되는지 모르겠다. 그럼 재경이는 당장 이혼을 해야 맞는 것일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그렇다. 그렇지만 우리 드라마는 처음부터 남자들을 응징(?)하고 한 대 때려주는 재경의 화려한 복수극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등장한 남편의 외도와 불륜 등등을 미화 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은 복수를 위한 매우 폭력적이고 과장된 설정이었고, 또한 우리 드라마는 부부간에 용서에 대한 서사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배우 김정은이 ‘나의 위험한 아내’ 관련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뿌리깊은 나무들 / 매니지먼트 레드우즈
#. ‘나의 위험한 아내’를 하면서 ‘결혼’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 오고갔을 것 같다. “만약 내가 결혼을 안 했다면 재경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을까? 나도 결혼 5년 차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사실 인간의 점점 늘어나는 수명을 고려했을 때 결혼이라는 제도 아래 평생 한사람만을 사랑해라! 하는 자체가 모순이 아닐까? 우리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가슴 뛰는 설레임은 오래 지속되는 힘이 없고 점점 다른 형태의 감정들이 부부 사이에 존재하게 된다. 그것이 의리든 존경이든 동지애든.. 수많은 인간관계 중 가장 은밀하고 가까우면서도 가장 어렵고 깨지기 쉬운,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결혼이라는 제도는, 그만큼 지키고 견뎌내기 힘들기 때문에 지켜냈을 때의 더 큰 값어치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오히려 요즘같이 쉽게 이혼하는 시대에, 결혼이라는 약속을 서로 지켜가려고 노력하는 미덕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기혼자로서 많이 든다. 마지막에 재경이가 놓은 160억이라는 덫에 오히려 남편인 윤철이 본인의 의지로, 그러나 마음을 졸이며, 하지만 옴짝달싹 못하게 살게 되는, ‘뛰는 남편 위에 나는 아내가 있다!’라는 우리 드라마의 미덕을 아주 경쾌하게 잘 끝냈다고 생각한다. 주부들, 여자들이라면 사이다 같은 감정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 작품하면서 남편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었을 터다. 특히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욱 힘들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촬영 기간 동안 연기에 집중하는 시간 외에 일상을 어떻게 보냈나. “사실 드라마에 더없이 몰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신랑과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3일 정도 시간이 나도 만약 보고 싶으면, 내가 잠깐 홍콩을 다녀오거나, 남편이 주말을 이용해서 서울에 오거나 했을 텐데, 이제는 세상이 달라져서 외국을 오가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홍콩 서울 둘 다 각자 2주 격리를 해야 하니까, 적어도 한 달이라는 시간을 외부활동을 못하는 거 아닌가. 신랑은 회사 때문에 나는 촬영 때문에 말도 안되는 일이었고 오고가는 게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3월에 같이 서울로 나와서 같이 격리하고 난 촬영 준비하고, 신랑은 온라인으로 서울에서 업무를 보다가 어쩔 수 없이 홍콩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생겼고, 6월에 남편이 홍콩으로 가서 11월까지 약 5개월간 떨어져 있었다. 만약 드라마를 안했으면 그렇게 헤어져서 혼자 못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집중해야 할 무언가가 있어서 견딜 수 있었다. 혼자 서울에 있으면서, 쉬는 날도 있었지만 딱히 다른 할 일도 없고 같이 놀 사람도 없고 해서, 집에서 대본 보거나 정원 가꾸거나 그러면서 지냈다. 그래서 다행히 온전하게 드라마에 집중할 수 있었다.”
#. 그동안 ‘나의 위험한 아내’를 시청해준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월, 화 밤 11시는 나에게는 사실 한밤 중이다. 신랑이 아침 일찍 출근을 하는 터라 결혼 후에 나도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어서, 11시쯤이면 이미 자고 있는 시간이었고, 나도 시청자의 입장에서 재미있는 11시대 드라마가 있을 때는 아주 가끔 졸면서 시청했었다. 보통 10시 50분 시작인데, 우리 드라마는 심지어 11시 정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방사수를 해주신 분들에게 특별하게 감사드린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 잘 알고 있다. 또한 시청률보다 몸으로 느끼는 피드백이 더 큰 드라마였다. 다음날이나 다 다음날 재방 후에 받는 문자가 더 많았으니까. 드라마를 시청해주신 여러분들께는 말로 표현 못 할 만큼 감사한 마음뿐이다. 봐주신 여러분들이 없었다면 힘든 시간을 견딜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배우 김정은이 ‘나의 위험한 아내’ 관련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뿌리깊은 나무들 / 매니지먼트 레드우즈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 없다. 좋은 작품이 있으면 할 수도 있고, 맘에 드는 게 없으면 남편 따라 홍콩에 갈 수도 있다.(웃음)”
#.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안타까운 현 시점에 대중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덧붙이자면. “지금은 힘이 되는 한마디를 고민하려 하니 좀 슬퍼진다. 어떤 말이 지금 위로가 되고 힘이 될 수 있겠는가. 이 모든 상황들이 걱정스럽고 가엽고 측은할 뿐이다. 이젠 정말 물질적인 것이 문제가 아니라 ‘건강’만이 모두의 염원인 것 같다. 이제 바이러스의 경로조차 알 수가 없고, 어제는 괜찮았는데 갑자기 오늘 누가 코로나 판정을 받았다고 하고,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인 듯하다. 모두 건강만 하세요. 조금만 더 조심하고 견디면 이것도 꼭 지나갈 거예요. 라고 기도드린다.” / jinaaa@mkculture.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