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성적을 다짐하며 구슬땀을 흘리는 스프링캠프 기간. 적지 않은 선수들이 새 출발에 앞서 몸과 마음을 다잡기 위해 훈련 방법은 물론 준비 과정에서 변화를 주기도 한다.
등번호 교체 역시 그중 하나다. 등번호는 프로야구 선수에게 애정을 담고 있는 또 다른 자신이기에 쉽게 바꾸지 않는다. FA나 트레이드로 팀을 옮길 경우 양해를 구하고 자신의 등번호를 유지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선수 스스로 쇄신과 분위기 전환을 위해 과감하게 정들었던 등번호를 교체하는 경우도 있다.
LG 트윈스 외야수 이형종(32)이 올 시즌을 앞두고 등번호를 36번에서 13번으로 교체했다. 사진=MK스포츠 DB
LG 트윈스 외야수 이형종(32)은 올 시즌을 앞두고 등번호를 36번에서 13번으로 바꿨다. 36번은 이형종이 2016 시즌 1군에 자리 잡을 때부터 달아왔던 의미가 큰 번호다. 선수 스스로도 “프로에서 함께 성장해온 등번호”라고 밝히며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매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등번호 교체를 택했다. 이형종은 이달 1일 시작된 팀의 스프링캠프부터 새 등번호 13번을 달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형종은 “등번호를 바꾼 건 기분 전환이 필요할 것 같았다”며 “올해는 정말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 야구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SK 와이번스 외야수 한동민(32)도 2013년부터 달아왔던 등번호 62번과 결별했다. 올 시즌부터는 35번을 등 뒤에 새기고 뛴다.
한동민은 프로 입단 2년차였던 2013년부터 62번을 달았다. 2017 시즌 29홈런, 2018 시즌에는 41홈런과 함께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19 시즌 12홈런으로 주춤했고 지난해에는 부상으로 62경기 출장에 그치면서 마음고생을 했다. 올해 부활을 다짐하면서 등번호를 바꿨고 이와 더불어 개명 역시 함께 진행 중이다. 행정 절차가 마무리된 뒤 새 이름과 새 번호로 2021 시즌을 뛰게 된다. 키움 히어로즈 한현희(28)도 1번에서 63번으로 등번호를 바꿨다. 63번은 한현희가 2012년 프로 입단 때부터 2016년까지 달던 번호다. 2017 시즌을 앞두고 1번으로 등번호를 교체한 뒤 지난해까지 달고 뛰었다.
한현희가 63번으로 되돌아간 건 가장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염원이 담겨있다. 63번을 달고 2013, 2014 시즌 홀드왕을 차지했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키움 히어로즈 투수 한현희. 사진=MK스포츠 DB
한현희는 “사실 지난해부터 63번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었다”며 “올해는 특히 야구를 더 잘해야 할 것 같아 1번에서 63번으로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프로 입단 3년차를 맞이하는 LG 트윈스 이정용(25)도 28번에서 31번으로 등번호를 교체했다.
31번은 이정용이 대학시절 달았던 번호다. 이정용 개인에게는 대학 시절 자신의 기량이 크게 향상됐던 시기 함께했던 번호이기 때문에 올 시즌 성장을 기원하며 다시 31번을 달게 됐다.
이정용은 “31번은 내가 야구로 가장 꽃피웠을 시기에 달던 번호라 애정이 크다”며 “31번과 함께 실력도 많이 늘었고 좋은 일도 많았다. 31번과 다시 함께하게 된 만큼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gsoo@maekyung.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