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27. LA에인절스)가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오타니는 5일(한국시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경기에서 선발투수 겸 2번 타자로 출전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상 2번 타자가 다른 포지션 소화 없이 투수로만 등판한 것은 1903년 이후 118년 만이다. 오타니는 이 기록만으로도 메이저리그 역사에 영원히 남게 됐다.
어찌보면 오타니는 이 순간을 위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는지 모른다. 오타니는 2017년 메이저리그행을 선언한 뒤 30개 구단에 공개 서한을 보냈다. 6가지의 질문을 던져 자신을 가장 원하는 구단을 골랐는데 그 중 하나가 ‘투수-타자로서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였다. 다시 말해 투수-타자 겸업이 가능한 팀에 가겠다는 강력한 의지였다.
오타니는 고등학교 시절 이미 40세까지 계획을 세워놨다고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투수-타자로 한 경기에 나가는 만화 같은 일을 실현시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목표였다. 2018년 10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주변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뜻을 이뤄낸 것을 보면 의지력이 대단한 선수다.
한국 프로야구 유일의 투-타 겸업 선수였던 김성한. 그는 1982년 10승과 3할 타율을 동시에 달성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사진=MK스포츠 DB
‘야구선수’ 오타니에게 한없는 부러움과 존경심을 보내며 1982년 한국 프로야구로 되돌아가 본다. 그해 동국대를 졸업한 김성한(전 KIA 감독)은 해태 타이거즈 창단 멤버로 입단한다. 전체 선수가 고작 14명이었던 해태는 투수가 단 4명(김용남 강만식 방수원 이상윤)밖에 없어 페넌트레이스 80경기를 소화하기 역부족이었다. 김동엽 해태 감독은 대학교 2학년 때까지 투수를 했던 김성한을 눈여겨보고 투-타 겸업을 시킨다. 김성한은 펄펄 날았다. 10승5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88, 타율 3할5리 13홈런 69타점을 기록했다. 김성한은 두자릿수 승리와 3할 타율을 한 시즌에 달성한 유일무이한 선수로 남아 있다. 특히 1982년 5월15일 광주 삼성전에선 0-1로 뒤진 6회말 구원 등판해 7회말 2점 홈런, 11회말 연장 끝내기 안타를 치는 잊지 못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오타니와 직접 비교할 수 없지만 김성한의 ‘10승-3할’은 지금까지도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비록 프로 원년이라고 하나 투-타 겸업의 어려움이나 희귀성 그리고 중요성이 묻혀졌다. 더욱이 당시 선수 관리가 전혀 없던 상황에서 온전히 자신의 능력만으로 이뤄낸 성과란 면에서 놀라운 기록이라 할 만하다.
김성한은 1982년 시즌 뒤 팔꿈치 부상을 입고도 1985년까지 4시즌 동안 투수와 타자를 겸했다. 통산 투수 성적은 15승10패2세이브. 김성한의 이 기록은 한국 야구역사에 전설로 남기에 충분하다. MK스포츠 편집국장 daeho902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