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은 구장 규모에 맞는 거포형 외야수를 원했고 마침 그에 적합한 자원도 있었다. 하지만 최종 승자는 그였다. 홈런을 펑펑 치는 타자는 아니지만 확률 높은 공격력으로 외야 한 자리를 차지했다.
삼성 주전 좌익수 김헌곤(33) 이야기다.
김헌곤이 한 걸음 뒤쳐져 있던 주전 경쟁에서 승리하는 반란 스토리를 쓰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김헌곤은 삼성의 주전 좌익수다. 올 시즌 좌익수로 가장 많은 144타석을 기록했다. 삼성의 선두권 질주에서 김헌곤은 빼 놓을 수 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19일 현재 타율 0.318 3홈런 14타점을 올리고 있다. 많은 타점을 올린 것은 아니지만 25득점으로 많은 점수를 올리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출루율이 0.396으로 높고 약점이던 장타율도 0.406으로 4할대로 끌어 올리며 OPS 0.802를 기록하고 있다. 좋은 출루율과 만만찮은 장타력으로 좋은 기회를 많이 만들고 있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그림이다. 지난해의 김헌곤은 위기의 남자였다. 타율은 떨어졌고 경쟁자는 커리어 하이에 가까웠다.
2017시즌 이후 4년만에 100경기 이하로 출장하며 기회를 잃는 듯 보였다.
김헌곤의 자리엔 거포 김동엽이 더 많은 경기에 나섰다. 김동엽은 지난해 0.312의 타율에 다시 20홈런 고지를 밟으며 코칭 스태프의 기대를 충족 시켰다.
KBO리그 구장 중 가장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하는 라이온즈 파크를 홈 구장으로 쓰는 삼성이다. 홈런에 대한 갈증이 그만큼 크다. 허용한 만큼 받아내는 것이 매 시즌 목표가 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헌곤 보다 김동엽이 더욱 주전으로 나설 확률이 높았던 이유다. 김동엽은 언제든 홈런을 칠 수 있는 거포형 선수다. 터지기만 하면 어느 팀에서건 주전이 될 수 있는 힘이 있는 선수다. 경쟁자 치고는 대단히 부담스러운 상대인 셈이다.
하지만 김헌곤은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김동엽이 타율 0.200으로 부진하며 어려움을 겪는 사이, 많은 안타를 생산해내며 입지를 굳혔다.
외야가 좁은 라이온즈 파크에서 김헌곤의 넓은 외야 수비 범위는 매력이 한정적일 수 밖에 없다. 중견수 박해민이 워낙 수비 범위가 넓기 때문에 사이드 외야수는 범위가 조금 좁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김헌곤이 철저하게 방망이로만 승부를 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A팀 전력 분석 관계자는 "김헌곤은 안타 확률이 높은 타자다. 타구 발사 각도는 낮지만 타구 스피드는 삼성 선수들 중 톱 클래스에 속해 있다. 발사각이 낮아 비거리가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워낙 타구 속도가 좋기 때문에 안타가 될 확률은 그만큼 높은 선수라 할 수 있다. 장타자가 필요한 삼성의 팀 사정이 있겠지만 김헌곤은 쓰지 않을 수 없는 기록을 찍고 있다. 거포를 원하는 팀 분위기 속에서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본다. 그만큼 김헌곤의 타구 스피드는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팀이 더 원하는 그림은 따로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김헌곤은 자신만의 장점을 앞세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있다. 작은 거인의 커다란 반란인 셈이다.
김헌곤은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쟁취하고 있다. 함부로 뺄 수 없는 성적을 찍으며 팀의 선두권 비상에 힘을 보태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장점을 앞세워 경쟁에서 이겨 나가고 있는 김헌곤. 그의 반란이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