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김하성의 옵트 아웃은 당연한 선택이다.
김하성이 다시 시장에 나온다. 지난해 탬파베이 레이스와 2년 29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한 그는 1년 뒤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옵트 아웃 조항을 포함했다.
원래 계획은 2025시즌 좋은 모습을 보인 뒤 다시 시장에 나와 몸값을 높이는 것이었다.
이 계획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어깨 수술 이후 복귀 과정은 험난했다. 복귀가 계속 늦어지면서 7월초가 돼서야 돌아올 수 있었고 이후에도 잔부상에 시달렸다. 48경기에서 타율 0.234 출루율 0.304 장타율 0.345 5홈런 17타점 6도루 기록했다.
그러나 중간에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로 이적한 이후 24경기에서 부상없이 꾸준히 활약하며 타율 0.253 출루율 0.316 장타율 0.368 3홈런 12타점 기록했다. 일단 부상없이 주전 유격수로 준수하게 활약한 것이 중요했다.
완벽하게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았지만, 일단 그는 시장에서 재평가받는 쪽을 택했다.
현지 언론의 평가는 엇갈린다. ‘디 애슬레틱’ 칼럼니스트 팀 브리튼은 현지시간으로 4일 주요 FA 선수들의 몸값을 예측하면서 김하성은 별다른 언급없이 3년 5000만 달러의 계약을 받을 것이라는 다소 박한 평가를 내렸다.
반면, 같은 매체의 애틀란타 담당 기자로 김하성이 뛰는 모습을 조금 더 가까이서 지켜본 데이빗 오브라이언 기자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최소 연평균 2000만 달러의 다년 계약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 평가를 내렸다.
주위의 평가가 어떻든, 지금 김하성이 시장에 나가는 것은 옳은 선택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김하성은 애틀란타에서 보낸 한 달의 시간 동안 ‘건강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보낸 4년간 bWAR 15.1로 꾸준한 활약을 보여줬던 그가 2026년 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뛸 수 있는 상태다. 최소한 지난해보다는 상황이 좋아졌다. 시장에서 재평가받는 것이 마땅하다.
시장 상황도 그에게 우호적이다. 이번 FA 시장에는 보 비셋을 제외하면 주목받는 유격수가 많지 않다. ESPN에 따르면 유력 FA 후보였던 트레버 스토리는 옵트 아웃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
반면 유격수를 원하는 팀은 많다. 김하성이 뛰었던 애틀란타도 유격수가 절실한 팀이다. 김하성이 처음 빅리그에 진출했을 때 관심을 보였던 토론토 블루제이스도 비셋보다 더 안정적인 유격수를 원할 수도 있다. 유격수의 타격 생산력이 실망스러웠던 클리블랜드 가디언즈, 밀워키 브루어스, 에이스 폴 스킨스의 황금기를 더 이상 낭비할 여력이 없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앤소니 볼피에 대한 의심이 커져가고 있는 뉴욕 양키스 등도 유격수 영입에 관심을 보일 팀이다.
만약 그가 마르커스 시미엔이 그랬던 것처럼, 시장에서 더 나은 대우를 받는다는 조건 아래 2루수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관심을 보일 팀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여기에 리그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메이저리그 노사는 내년 12월 현재 협약이 만료되고 새로운 단체 공동 교섭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2시즌을 앞두고 그랬듯, 2027시즌도 직장폐쇄 여파로 시즌이 파행 운영될(혹은 아예 취소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22시즌을 앞두고도 결국 계약을 받을 선수들은 받아냈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시간에 쫓겨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지금 시장에 나서는 것이 훨씬 더 그에게는 유리할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