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드 엔딩인데 해피 엔딩처럼 끝났다. 아주 잘 쳐주고 달려줘서 좋은 경기했다.”
양의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조성환 두산 베어스 감독 대행의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번져 나갔다.
조 대행은 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리는 2025 프로야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양의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양의지는 4일 창원 NC전에서 5타수 4안타 1홈런 3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두산의 12-3 대승에 앞장섰다. 단 3루타를 치지 못해 아쉽게 사이클링 히트(한 경기에 안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치는 것)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2회초 좌전 2루타, 3회초 중전 안타, 6회초 좌월 솔로포(시즌 20호), 7회초 유격수 플라이를 기록한 양의지는 8회초 3루타에 도전했다. 2사 1, 2루에서 상대 우완 불펜투수 최우석의 2구 144km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중간으로 향하는 장타성 타구를 생산했다.
그 사이 두 명의 주자는 모두 홈을 밟았고, 양의지는 3루를 향해 돌진했다. 스코어가 11-3이 된 상황에서 사이클링 히트를 노려본 것. 그러나 홈으로 향했던 공은 3루로 되돌아왔고, 양의지는 그대로 그라운드 밖으로 이탈하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양의지의 유쾌한 도전은 막을 내렸다.
사령탑은 어떻게 봤을까. 5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조성환 감독 대행은 “(그 순간) 저는 좀 진지했다. (양)의지가 (사이클링 히트에) 3루타 하나 남았다 하길래 좋은 타구 하나 날려봐라 했다. (좌중간으로) 빠지는 것 보고 홈으로 공이 송구 될 경우 잘하면 승부 되겠다 싶어 진지하게 봤다. 막판 새드 엔딩인데 해피 엔딩처럼 끝났다(웃음). 화면 통해 봤다. 그래도 어제 아주 잘 쳐주고 달려줘서 좋은 경기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명실상부 양의지는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포수다. 2006년 2차 8라운드 전체 59번으로 두산의 부름을 받은 뒤 NC를 거쳐 2023시즌부터 다시 두산에서 활약 중이다. 통산 1954경기에서 타율 0.309(6334타수 1958안타) 282홈런 119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92를 적어냈다.
올해에도 존재감은 크다. 121경기에 나서 타율 0.333(430타수 143안타) 20홈런 86타점 OPS 0.939를 올리며 두산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조 대행은 “리그에 큰 형님들이 몇 명 있다. 전준우(롯데 자이언츠), 최형우(KIA 타이거즈), 우리 양의지도 있다. 김현수(LG 트윈스)도 큰 형님이다. 이 선수들이 언제까지 잘 칠지 궁금하다. 물론 상대 팀에서 우리 양의지 상대할 때 그런 느낌이겠지만, 아직까지 버겁다. 정말 좋은 선수들이라 생각한다”며 “제 생각에는 체력 관리도 잘하지만, 기본기가 잘 돼 있는 선수들인 것 같다. 체력이 받쳐준다면 슬럼프가 와도 길지 않다. 큰 형님 소리를 들으면서 긴 시간 후배들하고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어 “큰 형님이면서 큰 산이다. (양)의지 선수가 가끔 ‘돈 많이 받았으니 돈 값 해야죠’라는 이야기를 한다. 원론적인 이야기 같지만 그 정도 책임감을 가지고 야구장에서 플레이 하니 결과로 연결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여러가지 모범이 돼 주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두산은 이날 투수 잭 로그와 더불어 안재석(유격수)-박준순(2루수)-제이크 케이브(우익수)-양의지(포수)-김인태(좌익수)-강승호(1루수)-김재환(지명타자)-박계범(3루수)-정수빈(중견수)으로 선발 명단을 꾸렸다.
[창원=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