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등판에서는) 한 타자씩 (강)민호 형 원하는 곳에 던질 것이다.”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다. ‘가을 사나이’로 발돋움한 최원태(삼성 라이온즈)가 앞으로의 활약을 예고했다.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19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2차전에서 김경문 감독의 한화 이글스를 7-3으로 물리쳤다. 전날(18일) 펼쳐진 1차전에서 8-9로 분패했던 삼성은 이로써 시리즈 균형을 맞추게 됐다. 정규리그에서 4위(74승 2무 68패)에 오른 삼성은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에서 각각 5위 NC 다이노스(71승 6무 67패), 3위 SSG랜더스(75승 4무 65패)를 제쳤다. 이후 1차전에서는 아쉽게 패전을 떠안았지만, 이날 승전고로 한국시리즈 진출 희망을 이어갔다.

선발투수 최원태의 활약이 눈부신 경기였다. 시종일관 한화 타선을 꽁꽁 묶으며 삼성 승리에 앞장섰다.

최종 성적은 7이닝 4피안타 1피홈런 2사사구 4탈삼진 1실점. 총 투구 수는 91구였다. 패스트볼(45구)과 더불어 체인지업(21구), 커터(12구), 투심(8구), 커브(5구)를 구사했으며,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9km까지 측정됐다. 승리투수가 따라왔으며, 데일리 MVP도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은 “그동안 (최원태가) 포스트시즌에서 약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가을 사나이가 된 것 같다. 완벽한 피칭을 해줬다. 1회 홈런 맞고 정신 차린 것 같다. 완벽히 한화 타선을 막았다. 완벽하게 던져서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다”고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최원태는 “오늘 이겨서 기분좋다. 1승 1패만 되면 해볼만 하다 생각했다. 이겨서 기분 좋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2015년 1차 지명으로 히어로즈의 부름을 받았으며, LG 트윈스를 거친 뒤 올해부터 삼성에서 활약 중인 최원태는 경험이 풍부한 우완투수다. 프로 통산 244경기(1258.2이닝)에서 86승 65패 평균자책점 4.42를 올렸다. 올 시즌 성적은 27경기(124.1이닝) 출전에 8승 7패 평균자책점 4.92다.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17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11.16에 그치며 가을에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이제는 ‘옛말’이다.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는 0이닝 1사사구 무실점에 머물렀지만, SSG와 만났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호투했다. 6이닝 2피안타 1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을 적어내며 삼성의 5-2 승리에 앞장섰다. 이후 이날도 쾌투한 최원태다.

그는 “(큰) 생각 안 하고 (포수) 민호 형 사인대로 던졌다. 민호 형이 잘 리드해주셨다. 그게 호투의 비결인 것 같다”며 “오늘도 불펜 피칭하면서 기대 안 했는데, 결과가 좋게 나왔다. 다 민호 형 덕분”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강민호는 최원태의 선전 비결에 대해 “카운트 싸움 할 수 있을 때 스트라이크 존에 공이 들어온다 생각한다. 시즌 때는 말을 안 들었다. 공만 세게 던지려 했지 많이 벗어났다. 가을야구 들어 구속을 줄이고 네모 안에 많이 던지라 했는데, 2경기 연속 잘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최원태는 왜 정규리그에서 강민호의 말을 안 들었냐는 질문에 “저도 고집이 있다. (정규리그 때는) 일단 세게 해보려 했다. 흥분 많이 되니 주체를 못했는데 지금은 주체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앞으로는) 말 잘 들을 것이다. 캠프에서부터 열심히 연습하기로 약속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준플레이오프 1차전과 플레이오프 2차전 데일리 MVP 상금으로는) 민호 형에게 밥 한 번 사겠다. 덕분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서) 승리도 하고 있다. 감사의 의미로 시간 내주시면 밥 한 번 사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를 들은 강민호는 “시간 많다. 너무 많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끝으로 최원태는 “(그동안 가을야구에서) 너무 못했다. 비판을 많이 들을만 했다. 더그아웃에서 형들이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셔서 부담 없이 경기에 나가고 있는데, 더 잘 되는 것 같다. 편하게 하자, 즐기자 하셨다. 진짜 즐겼는데 잘 된 것 같다”며 다음 등판에서 8회를 욕심낼 것이냐는 취재진의 발언에는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한 타자씩 민호 형 원하는 곳에 던질 것이다. 오늘도 그것만 생각했다. 그래서 길게 던질 수 있었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대전=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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