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야구가 어렵다”
폰세와 와이스가 11실점이라니. 야구 진짜 모른다. 2025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1~2차전을 지켜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이야기를 했을 지도 모르겠다. 한화가 올 시즌 최강의 원투펀치로 꼽힌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를 내고도 1승 1패에 그쳤다. 산전수전 다 겪은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도 2차전 패배 이후 한숨을 내쉬었다.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19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PO 2차전서 김경문 감독의 한화 이글스를 7-3으로 완파했다. 전날 한화의 슈퍼 에이스 폰세를 상대로 무려 6점을 뽑고도 선발과 불펜이 연달아 무너지면서 8-9로 패한 충격을 씻어내고 1승 1패로 시리즈 균형을 맞췄다.
이날 삼성 타선은 장단 12안타를 뽑아 7점을 냈다. 무엇보다 올 시즌 30경기에 나서 16승 5패 평균자책점 2.87을 올린 ‘대전 예수’ 라이언 와이스를 완벽하게 공략했다.
3회초 구자욱의 땅볼 타점과 르윈 디아즈의 1타점 우전 적시 2루타, 김영웅의 2타점 중전 적시타로 4득점했다. 4회초에는 디아즈의 1타점 우전 적시 2루타까지 나왔다. 이 같은 삼성의 파상공세에 와이스는 4이닝 9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5실점으로 악몽같은 하루를 보내야 했다.
비록 패하긴 했지만 18일 1차전서도 올 시즌 최고의 투수로 꼽힌 폰세를 완벽하게 눌렀다. 폰세는 올 시즌 29경기(180.2이닝)에서 17승 1패 252탈삼진 평균자책점 1.89를 찍었다 .NC 다이노스 라일리 톰슨(17승 7패 평균자책점 3.45)과 공동 다승왕에 등극했으며,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0.944)에서도 모두 1위에 올라 4관왕을 완성했다. 외국인 투수로 역대 최초의 기록이었다.
당초 플레이오프 시리즈를 앞두고 많은 이들이 한화의 우세를 예상했던 것도 단기전에서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할 폰세-와이스의 원투펀치의 존재 덕분이었다. 하지만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줬던 폰세와 와이스는 정규시즌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난조 속에 속절 없이 흔들리고 있다.
반대로 삼성 타선은 완전히 자신감이 붙었다. 원정에서 1승 1패를 했지만 분위기는 그 이상이다.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익숙한 홈으로 향하는 만큼 기세를 탔다. 경기 종료 후 박진만 삼성 감독도 에이스 2명을 무너뜨린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
박진만 감독은 “그래도 한화 원투 펀치하면 KBO 최강인데 우리 타선이 공략했다. 그런 부분에서 전력분석을 잘한 것 같다. 잘 준비한 것 같다. 폰세를 두들길 거라곤 생각 못했다. 와이스는 시즌 때도 좋은 결과물을 냈다. 우리 타자들이 준플레이오프부터 좋은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타석에서 자신감 있게 하는 모습들이 보인다”며 미소를 지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타선의 리듬이 정규시즌의 좋은 흐름을 되찾았다. 그런 기세를 보여주는 삼성 타선 앞에서 폰세와 와이스도 소용이 없었다.
2차전이 끝난 뒤 김경문 감독 또한 폰세, 와이스의 동반 난조에 대해 “그래서 야구가 어렵다. 더그아웃에서 보면서 이 정도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선수가 다음에는 잘 던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결과적으로 양 팀 모두에게 플레이오프 3차전이 시리즈 승부의 향방을 가를 매우 중요한 경기가 됐다. 3차전에서는 선발 투수들에게 많은 비중이 쏠릴 전망이다. 21일 대구구장에서 열리는 3차전서 한화는 토종 에이스 류현진, 삼성은 외인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를 선발로 예고했다.
이제 혼돈이다. 시리즈 예상도 금물이다. 한화와 삼성의 플레이오프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