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타자들이 잘 쳤다 생각한다. 한 번 더 만나면 자신있다.”
에상치 못한 부진에도 ‘슈퍼 에이스’ 코디 폰세(한화 이글스)는 여전히 씩씩했다.
명실상부 폰세는 올해 리그 최고의 투수다. 29경기(180.2이닝)에서 17승 1패 252탈삼진 평균자책점 1.89를 찍었다. NC 다이노스 라일리 톰슨(17승 7패 평균자책점 3.45)과 공동 다승왕에 등극했으며,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0.944)에서도 모두 1위에 올라 4관왕을 완성했다. 외국인 투수로 범위를 좁히면 역대 최초다. 이런 폰세를 앞세운 한화는 정규리그에서 83승 4무 57패를 작성, 2위에 오르며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하지만 폰세에게 지난 18일은 힘든 하루가 됐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했지만, 삼성 라이온즈 타자들의 공세에 고전한 것. 당시 그는 2회초 3실점, 3회초 2실점, 4회초 1실점하는 등 도합 6실점 5자책점을 떠안았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구단들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폰세였기에 너무나 충격적인 결과였다.
그럼에도 의연했다. 최근 만난 폰세는 “부담을 가진 것은 아니다. 잘 던졌다 생각한다. 상대 타자들이 잘 쳤다 생각한다. (정규시즌과 느낌이 다른) 그런 생각은 딱히 안 들었다. 나는 잘 던졌고, 삼성 타자들이 잘 쳤다”고 이야기했다.
최악의 결과도 피했다. 타선이 터지며 한화가 9-8 승리를 거둔 것. 폰세도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는 책임감을 보였다. 7회를 앞두고는 한 이닝 더 던지겠다는 의사를 표현했지만, 김경문 한화 감독이 만류했다.
폰세는 “팀에 좀 더 보탬이 되고 싶었다. 7회까지 던지고 싶었다. 5회부터 몸 컨디션이 좋아졌다. 한 이닝 더 던지고 싶었다”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많이 던지긴 했지만, (팀 승리라는) 좋은 결과가 나와 너무 기쁘다. 좋은 승리였다 생각한다. 타자들이 매우 잘해 경기를 이길 수 있었다”고 전했다.
3회초에는 구자욱과 투구 간 인터벌 및 피치 클락으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폰세가 지나치게 투구 간격을 길게 가져간다는 구자욱의 항의로 신경전이 시작됐고, 주심도 폰세에게 빨리 투구하라는 듯한 동작을 해 보이는 등 6분 넘게 다음 투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주자가 있었던 상황이기 때문에 폰세는 25초 이내에 투구하면 된다. 단 피치 클락 시행 세칙에는 ‘투수가 피치 클락 잔여 시간을 이용해 고의로 지연시킬 경우 심판이 주의 또는 경고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당시를 돌아본 폰세는 “피치 클락 시간을 좀 더 좋게 쓰려고 길게 끌어서 그런 상황이 발생했다”며 시인한 뒤 “(심판이 경고 줄 수 있다는 규정은) 처음 들었다. 피치 클락 시간 내에만 던지면 된다 알고 있어서 시간을 좀 더 끌었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시리즈 진출이지만, 삼성에 대한 설욕 의지도 있다. 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갈 경우 폰세는 삼성과 한 번 더 만날 수 있다.
그는 “목표는 시리즈를 이기는 것이다.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LG 트윈스와 삼성 중) 누구를 상대하든 상관없다”면서 “(플레이오프 1차전은) 올해 삼성 상대 두 번째 등판이었다. 한 번 더 만나면 자신있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올해 워낙 대단한 성적을 거뒀기에 강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변없이 MVP를 차지할 경우,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 과거 이글스 선수 소속으로 MVP를 받았던 장종훈(1991·1992) 구대성(1996·이상 은퇴), 류현진(2006)에 이어 벽화로 자신의 모습을 남길 수 있다.
폰세는 “나보다는 팀을 위해 (MVP)를 받고싶다. 한화 선수가 받았다는 것이 좀 더 자랑스러울 것 같다”며 “지난번에 (벽화를) 봤다. 거기 있으면 영광스러울 것 같다. 조금 욕심은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전=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