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훈의 황태자’ 표승빈이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안양 정관장은 지난 22일 안양 정관장 아레나에서 열린 부산 KCC와의 2025-26 LG전자 프로농구 1라운드 홈 경기에서 60-57로 승리했다.
이로써 정관장은 3연승과 함께 단독 1위로 올라서며 1라운드 최고의 자리를 탈환했다. 유도훈 감독은 ‘1라운드 최강’이라는 타이틀을 이번에도 증명하고 있다.
사실 정관장은 올 시즌 전만 하더라도 상위권으로 평가받지 못했다. 워낙 강력한 팀들이 존재한 것도 사실이지만 정관장의 전력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평가를 뒤집은 건 유도훈 감독이 꺼낸 뉴 페이스들이었다. 그중 표승빈은 독보적이다. 과거 한양대 에이스였던 그는 2023 KBL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1순위로 지명된 후 지난 두 시즌 동안 5경기 출전에 그쳤다. 올 시즌은 다르다. 정관장이 치른 8경기 중 7경기에 출전했다.
표승빈은 정관장에서 김영현과 함께 상대 앞선 에이스를 막는 스토퍼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게 올 시즌 7경기 출전, 평균 11분 46초 동안 2.4점 2.1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지난 KCC전에서는 7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 3스틸, 인생 경기를 펼쳤다.
표승빈은 KCC전 후 “모든 팀원이 다 함께 열심히 해서 단독 1위, 3연승을 해냈다. 정말 기분 좋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지만 내가 뭘 해야 뛸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유도훈)감독님이 오시면서 방향성을 알려주셨고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준비했다. 그렇다 보니 기회를 주신 것 같다”며 “사실 감독님, 코치님들 입장에서 보더라도 우리 팀에는 (박)지훈이 형과 (변)준형이 형 등 공격력 있는 선수들이 있는데 나의 공격성을 보고 기용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먼저 수비부터 하고 기회가 됐을 때 득점하면서 전체적인 에너지 레벨을 올리는 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표승빈의 생각은 정확했다. 유도훈 감독은 그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계획이 있었고 표승빈 역시 잘 따라갔다. 그 결과는 현재까지 대박이다. 특히 KCC전에서 ‘1라운드 MVP 후보’ 허웅을 잘 막아낸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표승빈은 “수비는 나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팀원들이 많이 도와줬다. 나의 수비가 높은 점수를 받을 정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빅맨 형들부터 외국선수, 준형이 형 등 많은 선수가 도와줬기에 그런 수비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뛰어난 선수들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방법을 모를 때마다 (김)영현이 형에게 질문하거나 어떻게 하는지를 많이 본다. 수비력이 굉장히 뛰어난 선수다. 여러 부분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 더했다.
단순히 몸으로 하는 수비만 잘하는 게 아니었다. KCC의 패스 루트를 차단하는 본능적인 수비도 놀라웠다. 이후 달려나가는 속공도 대단했다.
표승빈은 “스피드만큼은 자신 있다. 나의 수비가 대단히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주변에서 주는 조언 덕분에 자신감이 생긴다. 힘이 좋고 빠르니까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 심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며 “물론 이곳이 패스 길인 것 같아 본능적으로 손이 나가는 경우도 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운 좋게 얻어걸린 상황도 있다”고 전했다.
표승빈의 KBL 커리어는 이제 시작이다. 아직 1라운드도 끝나지 않았고 상대 역시 앞으로 그를 분석, 더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
표승빈은 이에 대해 “앞으로 잘해야 한다는 마음보다 더 열심히 해서 팀에 도움이 된다는 마음으로 뛸 것이다”라고 모범적인 답을 했다.
[안양=민준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