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억 FA 엄상백(한화 이글스)이 끝내 부진을 만회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마감한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1차전을 시작으로 2025 프로야구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일정에 돌입한다. 상대는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LG 트윈스(85승 3무 56패)다.
83승 4무 57패를 기록, 2위에 오르며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에 직행한 한화는 삼성 라이온즈를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꺾고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화가 한국시리즈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19년 만이다. 이들은 이제 1999년 이후 26년 만의 한국시리즈 정상 도전에 나선다.
한화는 25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30명의 한국시리즈 출전 선수 명단을 제출했다. 그리고 여기에서 엄상백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2015년 1차 지명으로 KT위즈의 부름을 받은 엄상백은 지난해까지 통산 305경기(764.1이닝)에서 45승 44패 3세이브 28홀드 평균자책점 4.82를 마크한 우완 잠수함 투수다. 2024시즌에는 29경기(156.2이닝)에 나서 13승 10패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 데뷔 후 한 시즌 개인 최다승 기록을 새로 썼다.
한화는 이런 엄상백과 지난해 11월 4년 최대 78억 원(계약금 34억 원, 연봉 총액 32억5000만 원, 옵션 11억5000만 원)의 조건에 자유계약(FA)을 체결했다. 보다 굳건한 선발진을 구축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엄상백은 한화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28경기(80.2이닝)에 출전했으나, 2승 7패 1홀드 평균자책점 6.58을 올리는데 그쳤다.
가을야구에서도 웃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한화가 1-5로 끌려가던 9회초 1사 후 마운드에 올랐지만, 이재현에게 볼넷을 범했다. 이후 김태훈은 삼진으로 요리했으나, 강민호에게 비거리 105m의 좌월 2점포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류지혁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이날 성적은 0.2이닝 1피안타 1피홈런 1사사구 2탈삼진 2실점으로 남았다. 비교적 여유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반등하지 못한 셈이다.
그러면서 사령탑의 구상에서도 엄상백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만난 김경문 감독은 엄상백에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좋은 이야기만 하시죠”라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후 엄상백은 3~5차전에서 결장했으며, 결국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밖에 통산 타율 0.294(6324타수 1859안타) 155홈런 927타점 139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91을 적어낸 베테랑 내야수 안치홍은 플레이오프에 이어 한국시리즈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올해 안치홍은 타율 0.172(174타수 30안타) 2홈런 18타점으로 부진했다. 플레이오프 1경기에 출장했던 좌투좌타 유틸리티 자원 권광민 역시 한국시리즈에 나서지 못한다.
대신 통산 11승 11패 2세이브 24홀드 평균자책점 4.62를 올린 우완 김종수가 포함됐다. 올 시즌 63경기(63.2이닝)에서 4승 5패 5홀드 평균자책점 3.25를 찍은 김종수는 플레이오프 명단에서 제외됐었다. 당시 김 감독은 “(김)종수와 다른 세 명 정도의 투수를 놓고 고민을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종수가 올 시즌 많이 던졌다 판단했다. 투수 코치와 상의해서 지금은 더 몸을 만들어야 될 때가 아닌가 판단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통산 1승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3.36을 작성한 우완 윤산흠도 한국시리즈에서 한화의 불펜에 대기할 전망이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