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23·삼성생명)이 새 역사까지 딱 한판 남겨뒀다.
안세영은 12월 20일 중국 항저우의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왕중왕전’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2025 여자 단식 준결승에서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2-0(21-15 21-12)으로 완파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이전까지 상대 전적이 한 게임 차로 팽팽해 서로의 ‘천적’으로 불리던 두 선수지만, 이날은 안세영의 압도적인 경기가 펼쳐졌다.
안세영은 야마구치가 빠른 템포로 몰아치는데 휘말리지 않았다. 안세영은 차분하게 받아쳤다. 안세영은 영리하게 빈틈을 노리며 38분 만에 여유 있는 완승을 했다.
안세영은 야마구치와의 상대 전적에서 17승 15패로 앞서 나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안세영은 경기를 마친 뒤 밝은 표정으로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한국 취재진을 만났다.
타지에서 한국 취재진을 발견하자 깜짝 놀란 듯 활짝 웃은 안세영은 “올해는 작년, 재작년보다 조금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아서 굉장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조별리그에서도 야마구치와 같은 조에 묶여 2-1로 역전승했던 안세영은 4강 대진 추첨 결과 야마구치와 다시 격돌했다.
안세영은 “어제는 잠을 좀 못 잤던 것 같다. 긴장도 많이 했고, 걱정도 많았다. 또 (야마구치랑) 붙으면 어떡하나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돼서 조 추첨 결과가 나온 이후 계속 랠리 생각만 하며 준비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야마구치는 절대 한 번에 랠리가 끝나지 않고, 끈질기게 받아칠 선수라고 생각해 끝까지 집중하려고 했다”며 “요즘에 조금 계속 변칙적으로, 강하게 플레이하는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고민하며 풀어나가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안세영은 이날 야마구치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들며 체력을 소모하게 했고, 상대의 빈틈이 보이면 기습적인 스매싱을 꽂아 넣으며 점수를 쌓았다.
안세영은 “제가 제일 잘하는 거다 보니 이날도 그런 플레이를 노렸다”며 “적재적소에 잘 사용했다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올 시즌 15개 국제대회에 참가해 10승을 달성한 안세영은 한 경기만 더 이기면 남녀 통합 한 시즌 최다 우승 타이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일본 남자 단식 선수 모모타 겐토가 2019년 11승을 거둔 바 있다.
배드민턴 역사에 남을 기록을 새로 써 내려가고 있는 안세영은 “관심이 어느 정도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그만큼 기대해 주시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저도 욕심이 있기 때문에 의식하지 않고 헤쳐 나가겠다”고 했다.
안세영은 21일 열리는 결승에서 왕즈이(중국)를 상대한다.
그는 “아직 한 경기가 남았는데, 지금 감정은 굉장히 홀가분하다. 작년보다 더 나아졌다는 게 크게 와닿는데,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내일도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지막 경기에서 한 해 마무리를 깔끔하게, 재미있게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