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그는 잘나가는 개그맨이었다. SBS 개그 프로그램 ‘웃찾사’ 코너 ‘웅이 아버지’에 ‘웅어멈’으로 출연, 이름을 알렸다. 2008년 SBS 방송연예대상에서는 코미디 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웅이 아버지”를 외치던 개그맨 오인택(42)은 2026년, 격투기 단체 ‘도무스(DOMVS)’의 대표가 됐다. 지난해 12월 31일 강남 압구정에 클럽 형태의 경기장을 열었고 지난 7일에는 벌써 세 번째 대회를 개최했다.
‘도무스03’을 앞두고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개그와 격투기는 똑같다. 팬이 없으면 먹고살 수가 없는 직업”이라며 ‘개그맨 출신 격투기 단체 대표’로서 생각을 전했다.
‘도무스’는 라틴어로 집이라는 뜻이지만, 은어로 ‘싸움 장소’ ‘싸움의 성지’라는 뜻도 갖고 있다. 압구정 골목에 있는 이곳은 다른 격투기 대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속에 경기가 진행된다. 팬들은 마치 클럽에 온 것처럼 주류와 음료를 주문하며 경기를 즐기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선수들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격투기 경기’를 보러왔다는 느낌보다는 ‘클럽에 놀러 왔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그는 “압구정에 자리 잡은 이유는 이곳이 ‘핫하기 때문’이다. 이 뜨거운 곳에 격투기와 우리만의 스타일과 공연, 그리고 주류와 음료를 라스베가스처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정말 대한민국에서 엄청난 장소가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생각을 전했다.
그전까지 치밀한 준비 과정이 있었다. 종합격투기 파이터 권아솔과 함께 유튜브 채널 ‘파이터100’을 운영하고 로드FC 대행사도 맡으면서 역량을 쌓았고 마침내 자신만의 경기 단체를 열었다.
그는 “어느 하나 쉬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고 말하면서도 “의욕이 넘친다. 너무 행복하다. 보면 장소도 나쁘지 않다”며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행사 진행 세부 사항을 챙긴 그는 “방송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제일 관심이 있는 것은 격투기 방송이다. 이 대회와 모든 것을 집약시켜 세계적으로 뻗어가고 싶은 욕심이 크다”며 포부도 드러냈다.
“코미디를 하든 극을 찍든 대사가 필요하지 않은가?”라며 말을 이은 그는 “격투기는 땀 한 방울만 봐도 그 사람의 깊이와 역사, 스토리를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스포츠는 전세계적으로 통한다고 생각한다”며 자기 생각도 전했다.
도무스가 다른 격투기 단체와 가장 차별점은 둔 것은 ‘후원 제도’다. 팬들은 경기를 지켜보다가 주문창을 통해 즉석에서 경기를 치르는 선수에게 후원금을 보낼 수 있다. 마치 온라인 생방송 도중 ‘별풍선’을 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오랜 시간 격투기 세계를 지켜봤던 그는 “격투기 선수들이 생활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 운동과 일을 병행하는 모습을 자주 지켜봤다. 여기서 버는 돈이 인생 전체로 보면 큰돈이 아닐지라도, 이 순간은 친구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며 후원 제도를 도입한 이유도 설명했다.
방송 무대에 서기전 대학로에서 오랜 시간 활동했던 그는 자기 경험을 선수들에도 심어주기를 원한다.
“웃찾사에 가면 400명의 방청객이 온다. 그런데 나 같은 개그맨이 50명이 있다. 이 50명이 인기를 나눠 갖는 방식이다. 그런데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면 하루에 120명씩 네 번 공연하는데 나 같은 사람이 열 명밖에 없다. 여기 나와서 같이 사진 찍어주고 팬들 얘기도 들어주고 주먹 인사도 나누고 선물도 받아주고 관심을 가져주면 이 친구들은 나의 천사 같은 존재가 된다. 그 시절 내가 인지도가 있었을까? 인지도가 없어도 팬분들은 나를 지지해주시고 존중해주셨고, 그런 경험이 개그맨으로서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을 우리 선수들에게 심어주고 싶다. 인지도를 피부로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그런 선수들이 많이 생기면 격투기도 부흥할 것이다.”
도무스는 경기장 규모가 작은 대신, 선수와 팬이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교감하고 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함께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낸다.
“이곳은 나만의 천사를 만들 수 있는 공간, 내 인기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라며 말을 이은 그는 “어떤 선수가 ‘여기서 계속 뛰고 싶다’고 그러더라. 그래서 왜냐고 물었더니 ‘모르는 사람이 나를 후원해줘서 가서 인사드리고 사진을 찍어줬더니 그분이 다음에 또 와서 네가 뛰면 언제든 와서 후원해주겠다’라고 했다더라. 그렇게 그분은 그 선수의 팬이 된 것이다. 그런 것이 잦아지면 엄청나게 가까운 관계가 되는 것”이라며 선수들이 자신만의 팬덤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곳을 발판으로 더 큰 무대에서 이름을 떨치는 선수가 있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는 지난 대회에서 뛰었던 송현빈 선수를 “빠르게 성장할 선수”로 지목했다. “편예준 선수처럼 빠르게 성장하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수로는 로드FC의 이신우를 꼽았다. “그 친구는 고아로 컸다. 부모가 자신을 찾을 수 있게 유명한 선수가 되어야겠다며 열심히 운동하는 친구다. 얼마나 힘들었겠는가?”라며 힘이 돼주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앞서 그가 언급했듯, 개그도 격투기도 결국은 팬이 있어야 먹고 살 수 있다. 개그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오 대표는 이제 격투기로 다시 한번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여기에 개그와 격투기의 공통점을 한 가지 더 제시했다.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이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먹힌다”는 것이 그의 생각.
이어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덧붙였다. “처음 여기서 경기할 때 ‘나이트 나이트클럽 같다’ ‘엑셀 방송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이것이 그 선수의 커리어를 낮추는 것일까? 나는 그 선수가 자부심만 있다면, 자기 인생, 커리어에 흠이 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웅이 아버지’를 시작하고 6주간 웃찾사 게시판에 내 욕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웅이 아버지’가 망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 시절 나이트 행사 하러 갔을 때 사람들이 침도 뱉고 구두나 병으로 맞기도 했다. 그렇다고 개그맨으로서 자부심, 자존감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나는 내가 내 일에 자신감만 있다면, 전혀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이를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제 격투기 단체 대표로서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그는 앞으로 어떤 것을 꿈꿀까? ‘한국의 데이나 화이트(UFC 사장)’같은 존재가 되고 싶을까?
그는 “그건 아니다”라며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대신 “롤모델은 없다. 내가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서울(신사동)= 김재호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