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건주(26·FC 안양)는 올겨울 비행기를 가장 오래 탄 선수다. 최건주는 스페인에서 시작한 대전하나시티즌의 1차 전지훈련에 동행했다가 안양 이적이 결정되면서 태국으로 장소를 옮겼다. 태국은 안양의 1차 전지훈련지였다.
최건주는 “비행기만 30시간 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건주는 2020시즌 안산 그리너스에서 프로(K리그2)에 데뷔했다. 이후 부산 아이파크를 거쳐 2024시즌부터 2025시즌까지 대전에서 활약했다.
최건주는 지난해 자신감이 있었다. 동계 훈련부터 몸 상태가 아주 좋았던 까닭이다.
최건주는 2025시즌 K리그1 개막전 포항 스틸러스 원정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3-0 완승에 앞장섰다. 최건주는 부상을 당하며 잠시 전력에서 이탈하긴 했지만, 전반기 대전 공격의 한 축을 담당했다.
후반기엔 달랐다. 최건주는 경쟁에서 밀려나며 출전 시간이 확 줄었다. 최건주는 지난 시즌을 리그 15경기 출전 4골로 마쳤다.
최건주가 바란 건 꾸준한 출전이었다. 최건주가 K리그2에서 뛸 때부터 좋은 팀이라고 생각했던 안양 이적을 택한 이유다.
최건주가 안양의 2차 전지훈련지인 경상남도 남해에서 취재진과 나눴던 이야기다.
Q. 올겨울 비행기를 가장 오래 탄 선수 아닌가.
스페인 갔다가 태국으로 이동했다가 한국으로 왔다(웃음). 비행기만 30시간 넘게 타지 않았나 싶다.
Q. 시간이 좀 흐르긴 했지만, 몸 상태는 괜찮았나.
몸이 걱정했던 것보단 괜찮았다. 생각보다 좋았다. 태국이 잘 맞지 않았나 싶다.
Q. 2차 전지훈련 막바지다.
1차 전지훈련지인 태국에선 기초 체력을 만들고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2차 전지훈련지인 남해로 와선 감독님이 요구하는 전술에 녹아들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다. 개막전까지 몸 상태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 신경 쓰고 있다.
Q. 새 소속팀 분위기는 어떤가.
태국에서 안양에 합류했다. 처음 팀에 왔을 때부터 감독님, 코치님, 선수 모두가 반갑게 맞아줬다. 그 덕에 잘 적응했다. 분위기가 정말 좋다. 운동하면서 만족하고 있다.
Q. 어떤 게 가장 좋은가.
운동할 때마다 파이팅을 불어넣어 주는 분위기가 있다. 특히, 운동 분위기가 밝다. 밝은 분위기에서 훈련하다 보니 힘도 더 나고 즐거운 것 같다. 축구가 더 재밌다.
Q. 이적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출전 기회가 줄었다. 내가 바란 건 경기 출전이었다. 경기에 꾸준히 나서려면 ‘팀을 옮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양이랑 처음부터 이야기가 된 건 아니었다. 처음 협상 땐 협의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조금 길어진 듯하다. 그러다 보니 동계 훈련 시작은 대전과 함께했다. 스페인으로 향한 거다. 스페인에서 안양 이적이 결정 났다. 힘들게 온 만큼 의지가 더 남다른 듯하다.
Q. 스페인으로 향했을 때 훈련에만 집중하기 어려웠을 듯한데.
스페인으로 향하기 전 대전에서 3, 4일 정도 훈련했다. 그리고 스페인으로 넘어갔다. 사실 마음이 잡히진 않았다. 이적 협상 중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결정이 나든 빨리 결론이 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스트레스를 받았던 게 사실이다.
Q. 비행기를 30시간 이상 탔다. 몸 관리가 쉽지 않았을 듯한데.
살면서 비행기를 이토록 오래 타본 적이 있나 싶다. 처음엔 조급했다. 다른 선수들은 동계 훈련에 돌입한 상태였다. 동료들이 땀 흘릴 때 나는 이동으로만 5일을 잃었다. 안양에 합류해선 마음을 차분하게 하려고 했다. 무리하면 부상이 올 수도 있지 않나. 몸은 회복에 집중하면서, 멘털이 흔들리지 않으려고 했다.
Q. 연습경기를 보니 몸이 굉장히 좋아 보이던데.
나도 그렇게 느낀다. 생각했던 것보다 몸이 빠르게 올라왔다. 좋은 컨디션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Q. 안양이 더 강한 압박, 공격적인 축구를 준비하고 있던데.
강한 압박을 준비하고 있다. 압박이란 게 상대를 앞에서부터 괴롭히는 거다. 나 혼자선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라운드에 나선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서 해내야 한다. 우리 팀이 하는 거다. 압박 훈련을 하면서 팀으로 더 끈끈해진다는 걸 느낀다. 개막전까지 완성도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
Q. 유병훈 감독과 따로 나눈 얘기가 있나.
처음 태국에 합류했을 땐 유병훈 감독께서 정말 바쁘셨다. 감독님은 축구 열정이 대단하시다. 훈련을 지휘하시고 나선 훈련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집중하셨다. 감독님과의 첫 면담은 태국에서 진행한 1차 전지훈련이 끝나기 1주일 전이었다. 감독님이 방으로 불렀다. 그때 정식으로 인사드린 것 같다. 감독님이 내게 어떤 부분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이야기해 주셨다. 감독님은 내가 내 장점을 최대한 살렸으면 한다. 내가 그라운드를 밟으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해진 계기였다.
Q. 올 시즌 첫 경기가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는 대전전이다. 선수들에게 대전에 대해서 알려준 게 있나.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건 대전 선수들의 특징 정도다. 우리 스태프들이 대전을 나보다 더 잘 안다(웃음). 상대 분석과 정리를 정말 잘 해주셨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 장점, 특히 조심해야 하는 부분을 잘 인지하고 나서야 할 것 같다.
Q. 지난해 K리그1 개막전에서 첫 골을 터뜨리는 등 초반 활약이 좋았다. 하지만, 후반기부턴 경기 출전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를 돌아본다면.
아쉽다. 지난해 동계 훈련부터 몸 상태가 아주 좋았다. 첫 경기부터 ‘무조건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감이 있었다. 개막전을 시작으로 시즌 초반엔 자신감 있게 한 것 같다. 부상이 있긴 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하지만, 후반기부터 출전 시간이 줄었다. 몸이 갑자기 안 좋아진 건 아니었다. 내가 팀 전술에 맞지 않았던 거다. 새로운 선수들도 합류하다 보니 기회가 줄었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속상한 마음이 가장 컸다. 선수는 뛰어야 한다. 경기에 나설 수 없다는 것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아쉽고 속상한 한 해였다.
Q. 새로운 팀으로 안양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오고 싶은 팀이었다. K리그2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안양이란 팀을 좋게 생각했다. 겨울 이적시장 개장 전부터 안양에서 내게 관심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 에이전트에게 안양을 첫 번째로 생각해달라고 이야기했다. 중간에 틀어지기도 했지만, 마지막에 잘 협의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내 의지가 큰 이적이었다.
Q. 출전 시간에 대한 갈망이 가장 컸을 것 같은데.
맞다. 모든 선수가 마찬가지일 거다. 선수는 매 경기 출전하고 싶다. 지난해 출전 시간이 줄어들면서 가장 아쉬웠던 게 잊히는 느낌이 들었던 거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정말 쉽게 잊힌다는 걸 느꼈다. 서러움을 느끼다 보니까 그라운드에서 증명하고 싶은 욕심이 커졌다. 남다른 의지를 가지고 동계 훈련에 임했다. 올 시즌 정말 잘해보고 싶다.
Q. 스트레스는 어떻게 이겨내려고 했나.
대전은 주전 경쟁이 아주 치열한 팀이다. 좋은 선수가 많다. 못 뛰는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무엇이 문제일지 함께 고민했다. 친한 형들이 해준 말이 큰 위로가 됐다. 형들이 나에게 “네가 못해서 못 뛰는 게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런 거다. 자존감이 안 내려갔으면 좋겠다”는 얘길 해줬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내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멘털 관리를 잘 하려고 했다.
Q. 원래 멘털이 강한 편인가.
부산에서 뛸 때만 해도 강한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약한 편이었다. 경험이 쌓이면서 바뀌었다. 멘털이 약하면 나만 손해더라.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려고 한다. 꾸준한 경기력을 보이려면, 어떤 상황에서든 흔들려선 안 된다. 점점 강해지려고 한다.
Q. 특별한 방법이 있나.
잠자리에 들기 전 생각을 정리한다. 훈련에서 무언가 잘 안된 날엔 나를 격려하면서 ‘내일은 더 잘해보자’라고 다짐한다. 내가 나에게 ‘잘하고 있으니까 꾸준히 해보자’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그게 제일 좋은 것 같다.
Q. 힘이 되어주는 선배가 있나.
대전에 있을 땐 (강)윤성이 형과 (김)준범이 형이 큰 힘이 되어줬다. 두 형과 친하게 지냈다. 안양에서 한솥밥을 먹게 된 (황)병근이 형도 큰 위로를 해줬다. 병근이 형 본가가 대전에 있다. 병근이 형과도 대화를 많이 했던 것 같다.
Q. 스피드가 최고 장점 아닌가. 100m 기록은 어떻게 되나.
정확한 기록은 모른다. 100m만 뛰어본 적이 없다(웃음). 안산 때 그랬던 적은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 가면 차량 속도 재는 게 있지 않나. 사람도 뛰면 기록이 나온다. 그걸로 33km/h가 나왔었다.
Q. 속도에 대한 자신감은 어느 정도인가.
처음엔 크지 않았다. 스스로 ‘빠르다’는 생각은 안 했다. 프로에 와서 많은 사람이 ‘빠르다’고 해줘서 ‘빠르구나’란 생각만 하고 있었다. 경기에 나서면 그 장점을 최대한 살리려고 한다. 스피드론 지고 싶지 않다.
Q. 안양에서 제일 빠르지 않은가.
안양에서 (홍)재석이가 제일 빠르다고 하더라. 단거리론 내가 좀 더 빠르지 않을까 싶긴 하다(웃음). 길게 가면 재석이가 더 빠를 수도 있다.
Q. 실전에서 스피드를 살리는 비법이 있나.
내가 좋아하는 움직임이 있다. 상대 수비 대각선으로 움직이는 거다. 가만히 있다가 상대가 ‘안 움직이네’라고 생각할 때 순간적으로 뛰어 들어가는 걸 좋아한다. 타이밍이 정말 중요하다.
Q. 2026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팀의 목표는 명확하다. 파이널 A다. 개인적으론 커리어 하이를 찍고 싶다. 지난해 기록을 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공격 포인트를 최소 2배 이상 해내고 싶다. 꼭 10개 이상 해보겠다. 팀에 큰 도움이 되고 싶다.
Q. 유병훈 감독의 전술 노트를 받았을 땐 어땠나.
신기했다. 감독님의 전술을 책자로 받아본 게 처음이다. 그 책자에 개인 목표를 적는다. 앞서서 말한 목표를 적어놨다. 꼭 이루겠다.
[남해=이근승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