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이정후를 부상자 명단에 올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토니 바이텔로 감독이 그 배경을 설명했다.
바이텔로는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홈경기를 4-9로 패한 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등 근육 염좌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이정후에 관해 말했다.
보통 부상 이탈 선수에 대해서는 경기전 인터뷰에서 언급하는 것이 관례지만, 경기 후 인터뷰에서 질문이 나온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현지시각으로 오후 5시경 이정후의 IL 등재를 발표했다. 바이텔로 감독이 경기전 인터뷰를 진행할 때만 하더라도 부상자 명단 등재 가능성이 언급됐을 뿐, 어떤 것도 확정된 것이 없었다.
보통 부상 정도가 애매해 부상자 명단 등재와 출전 강행을 놓고 고민하는 경우 이렇게 발표가 늦어질 때가 있다. 이번이 그런 경우였던 것.
바이텔로는 이날 발표가 늦었던 것이 “그가 얼마나 경기에 나서고 싶어했는지, 경기에 뛰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당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재량권을 허용했는지도 알 수 있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이정후의 부상자 명단 등재 여부가 늦어지면서 샌프란시스코는 이에 따른 선수 이동과 선발 라인업 발표도 자연스럽게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바이텔로는 “마지막 순간까지 상황을 지켜보다가 선수들에게 라인업 변경을 전달했고 막판 변동을 담담하게 받아들여 준 선수들에게 내용을 통보하기도 했다”며 말을 이었다.
이정후는 지난 애리조나 원정 첫 경기에서 경기 도중 등에 경련 증세를 느껴 교체 아웃됐다. 이후 두 경기를 결장하고 휴식을 취했지만, 결국 추가 휴식을 취하는 쪽을 택했다.
바이텔로는 “모두가 이번 결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 이것이 ‘최선의 결정’이었는지에 관해 말한다면, 이정후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을 두고 기분 좋게 생각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정후는 이 상황과 싸워 이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그렇지만 나는 이번 결정이 트레이너들이 내린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며 말을 이었다.
이정후가 빠진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4회초에만 9점을 허용하며 허무하게 무너졌다. 선발 트레버 맥도널드가 첫 두 타자를 사구로 내보낸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특히 무라카미 무네타카의 사구의 경우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정도로 상황이 애매했다.
바이텔로는 “3루쪽 카메라 앵글에서 봤을 때는 공이 맞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리플레이 판독실에서는 충분히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판정을 뒤집으려면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리플레이를 자세히 살펴봐도 공이 타자의 바지나 신체를 스치듯 지나간 것처럼 보였을 뿐이었다. 겉보기에는 타자에게 맞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맞았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3루수 맷 채프먼과 함께 전광판으로 이 장면을 지켜 본 선발 맥도널드는 “리플레이 화면을 봤는데 꽤 분명하게 맞은 모습이었다”며 판정을 인정했다.
바이텔로는 “공짜 출루를 허용하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는 경우가 생긴다. 상대에게 운이 따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국 그 이닝에서 상대가 결정적으로 해낸 한 가지는 베닌텐디의 안타였다. 그 타구로 대량 득점이 나왔다”며 이닝을 돌아본 뒤 “마법의 지팡이라도 있어서 그 이닝만 지워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야구는 그런 빅 이닝에 의해 승패가 갈리곤 한다. 우리도 득점 기회에 접근했고, 몇 차례 문을 두드렸지만 ‘결정적인 한 방’을 찾아내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맥도널드는 “불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야구다. 가끔은 뜻 대로 풀릴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운은 믿지 않는다. 내가 주자를 내보내지 않았으면 아웃이 됐을 타구들도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운보다는 나 자신을 탓할 뿐”이라며 스스로를 탓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패배로 4연패 수렁에 빠졌다. 바이텔로는 “지금 우리 경기력이 훌륭하다고 느끼는 이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시즌 초반 실책으로 허무하게 패배를 내주거나 역전당하는 경기가 이어지면서 팀 분위기가 위축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는 ‘한 방’이 절실한 상황에 처했다. 경기에 패한 뒤 침울해하거나, 속상해하거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겪는 마음의 상처가 쌓여서 일종의 흉터 조직처럼 된다. 우리는 이미 침울함과 좌절감을 느낄 상황을 충분히 겪었다. 이렇게 쌓여가는 흉터들이 훗날 긍정적인 자산이 되어주기를 희망한다”며 현재 팀의 정신 상태에 관해서도 말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3만 7524명의 팬들은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열정적인 응원을 보냈다. 경기 막판에는 타 구장에서 유행중인 상의를 벗어 흔드는 응원이 이어지기도 했다.
바이텔로는 “우리 팀은 최고의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팬의 숫자도 많지만 활동성도 최고다. 이 팬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간절해지는 지점에 이르게 된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 실망감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듯한 아픔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당시 상황을 보면 경기 자체에 집중하고 싶으면서도 관중석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신경을 끄거나 그 상황을 지켜보지 않기가 힘들었다”며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좌절감도 드러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