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일본전을 돌아보면 정말 괴롭고 또 절실했던 순간이었어요.”
니콜라스 마줄스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농구 대표팀은 6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7 FIBA 카타르 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 접전 끝 81-79로 승리했다.
대한민국은 충격적인 대만전 19점차 대역전패, ‘고양 대참사’ 이후 간신히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패배는 곧 ‘광탈’이었던 운명의 한일전에서 상상 이상의 투혼을 펼치며 승리, 2라운드 막차를 탔다.
‘KBL MVP’ 이정현은 일본전을 벤치에서 지켜봤다. 일본을 상대로 강했던 그였으나 대만전에 당한 발목 부상 때문에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는 간절한 마음으로 동료들을 응원했고 그렇게 승리의 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
이정현은 지난 대만전 3쿼터 중반, 최준용과 충돌하며 발목 부상을 당했다. 불의의 부상이었다. 최준용은 수비 과정에서 뒤에 있는 이정현을 보지 못했고 뜻하지 않은 충돌이 일어났다. 이정현은 오른 발목이 깔렸고 큰 고통을 느꼈다. 그렇게 교체됐고 대한민국의 좋은 흐름도 끊겼다.
다시 코트로 나온 이정현, 하지만 대만에 넘어간 흐름을 되찾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경기 종료 직전, 75-72를 만드는 클러치 3점포를 성공시키며 영웅이 될 뻔했으나 린팅첸에게 동점 3점포 허용 후 연장 5분을 버티지 못해 결국 패하고 말았다.
이정현은 MK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발목 통증이 심했다. 엄청 크게 다친 느낌이 있어서 바로 교체 사인을 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닌 것 같다”며 “(최)준용이 형이 엄청 미안해하더라(웃음). 괜찮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대만전이 끝나고 김진수 박사님이 오셔서 초음파 검사를 했다. 발목 부분 파열 문제가 있는 상황이지만 2주 정도 잘 쉬고 재활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병원은 따로 가지 않을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아픈 발목으로 성공시킨 4쿼터 클러치 3점포는 하이라이트였다. 만약 대한민국이 대만의 마지막 공격을 막아내고 승리했다면 영웅이 될 명장면이었다.
이정현은 “발목을 다친 후 벤치에서 경기를 봤는데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어 마음 편히 지켜봤다. 더 이상 안 뛰어도 될 것 같았다. 근데 4쿼터부터 추격전이 펼쳐지면서 점수차가 좁혀지더라. 그래서 진통제를 먹고 뛰겠다고 했다. 마지막 3점슛이 들어가면서 그대로 경기가 끝나기를 바랐는데…, 참 아쉽다”고 말했다.
이정현은 일본전에 앞서 엔트리 제외됐다. 발목 상태가 좋지 않아 뛸 수 없었다. 마줄스 감독은 이정현, 그리고 박지훈, 이두원 대신 ‘신인’ 문유현과 강성욱, 이원석을 엔트리에 포함했다.
이현중이 없는 대표팀에서 이정현의 존재감은 대단히 크다. 물론 마줄스 체제에서 그동안 소노, 국가대표로서 보여준 날카로운 공격성이 줄어든 건 명백한 사실. 대신 적절한 볼 배급과 타이트한 수비력을 선보이며 여전히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그가 일본전에 나설 수 없었다는 건 대단히 아쉬운 일이었다.
이정현은 “어떤 선수가 투입되더라도 자기 역할을 120% 해주더라. 그래서 승리할 수 있었다. 중간마다 게임 체인저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들이 경기 흐름을 우리에게 가져왔다”며 “우리가 패배하면 그대로 탈락하는 게임이었다. 그 순간에 코트가 아닌 벤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참 괴로웠다. 그리고 절실했다. 마음이 조금 그랬다”고 밝혔다.
아쉬움은 금방 잊어야 한다. 앞으로 이정현이 치러야 할 국제 경기가 대단히 많다. 8월 15, 16일 일본과의 원정 평가전을 시작으로 27, 31일에 열릴 레바논,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농구월드컵 예선 2라운드 일정이 이어진다. 그리고 9월 중순에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쉴 틈이 없다.
이정현은 “우리는 1라운드에서 거의 죽다 살아났다. 2라운드 역시 반드시 살아남아 꼭 농구월드컵에 갈 것이다. 새로운 장기 레이스의 시작인만큼 첫 두 경기는 무조건 잡아야 한다. 다음은 아시안게임이다. 국제 경기가 계속 이어지는 만큼 좋은 흐름을 길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며 “가장 중요한 건 몸 관리다. 나는 물론 모든 선수의 부상 관리가 핵심이다. 정상 컨디션으로 아시안게임까지 잘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