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회장이 꼽은 좋은 지도자와 행정가···“유소년 육성에서 가장 중요한 게 지도자”···“지도자들이 프로만 바라봐선 안 돼” [MK인터뷰]

바이에른 뮌헨 헤르베르트 하이너(72·독일) 회장은 경기인 출신이 아니다.

하이너 회장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에서 15년 이상 근무했다. 2019년부턴 뮌헨 회장직을 맡아 팀을 이끌고 있다.

하이너 회장은 8월 2일 뮌헨 선수단과 제주도 서귀포를 찾았다. 4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제주 SK와의 친선경기를 위해서였다. 하이너 회장이 3일 서귀포의 한 호텔에서 취재진과 나눈 이야기다.

바이에른 뮌헨 헤르베르트 하이너 회장. 사진=이근승 기자
바이에른 뮌헨 헤르베르트 하이너 회장. 사진=이근승 기자

Q. 아디다스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당시 쌓은 경험이 뮌헨 회장으로 일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 한국과의 인연도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 올 때마다 많은 영감을 받고 감탄한다. 처음 한국을 찾은 건 2001년이었다. 당시 아디다스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2002 한·일 월드컵 조 추첨 행사와 관련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후에도 아디다스에서 일하면서 한국을 여러 차례 찾았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느낀 게 있다. 한국 사람들은 굉장히 공손하고 효율적이다. 목표를 향해 진취적으로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뮌헨 회장으로선 2024년 처음 한국을 찾았다. 당시 서울에서 굉장히 좋은 경험을 했다. 다시 한국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2026년 다시 방문하게 됐다. 이번엔 서울이 아닌 제주를 찾았다. 제주 구단과 여러 경험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 공항에서부터 우리를 환영해준 모습에서도 한국 사람들의 친절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아디다스에서 경영자로 일할 때나 뮌헨 회장으로 일하는 지금이나 중요한 건 비슷하다. 사람을 잘 이끌고,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다. 뮌헨에서도 선수단만 이끄는 게 아니다. 홍보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이 충분한 동기부여를 얻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축구단에선 경기에서 승리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구단의 모든 구성원이 같은 동기부여를 갖고 함께 움직여야 한다.

뮌헨 하이너 회장. 사진=이근승 기자
뮌헨 하이너 회장. 사진=이근승 기자

Q. 어린 시절 축구와는 어떤 인연이 있었나. 축구 행정이나 경영을 꿈꾸는 젊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

나는 어릴 때부터 스포츠와 가까웠다. 동생은 프로축구 선수였고, 형은 체육 교사였다. 자연스럽게 축구와 스포츠를 가까이하며 성장했다. 아디다스에 입사한 뒤에도 축구와의 인연은 이어졌다. 아디다스가 오랫동안 뮌헨과 함께해온 파트너인 만큼 구단과도 밀접하게 교류했다. 원래 축구를 좋아했고, 아디다스에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축구계와 더 가까워졌다.

2002년부터는 뮌헨 감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면서 구단에서 여러 역할을 맡았다. 젊은 사람들이 축구 행정이나 경영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열정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 축구에 대한 열정, 자신이 세운 목표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열정이 중요하다. 뮌헨의 역사를 돌아봐도 그렇다. 울리 회네스, 프란츠 베켄바워, 칼하인츠 루메니게 같은 인물은 선수 시절 경기장에서 누구보다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은퇴 후에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면서 열정적으로 구단을 위해 일했다. 그런 열정이 뮌헨의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바이에른 뮌헨은 세계 최고의 팀으로 꼽힌다. 사진=AFPBBNews=News1
바이에른 뮌헨은 세계 최고의 팀으로 꼽힌다. 사진=AFPBBNews=News1

Q. 뮌헨을 상징하는 표현이 ‘미아 산 미아(Mia san mia)’다. 회장이 생각하는 ‘미아 산 미아’는 어떤 의미인가.

간단하게 설명하면 ‘자신감’이다. 그렇다고 오만함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90분이 지나 추가시간이 주어져도 끝까지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자신을 믿고 동료를 믿으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미아 산 미아’다. 항상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한 팀이자 가족처럼 함께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끝까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미아 산 미아’다.

Q. 팬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는 가장 큰 요인은 결국 경기력과 성적이라고 한다. 그 외적으로 뮌헨이 팬들을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 있을까.

뮌헨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세 가지다. 스포츠적인 성공, 경제적인 안정성, 그리고 사회적인 책임이다. 사회적인 책임에는 구단과 팬이 항상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포함된다. 우리는 팬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소통 창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알리안츠 아레나(뮌헨의 홈구장)에서 열리는 뮌헨의 경기는 7만 5,000석이 가득 찬다. 회원 수도 굉장히 많다. 팬들이 스스로를 뮌헨의 일원이라고 느끼고, 우리가 하나의 가족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가 2019년 뮌헨 회장으로 취임했을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게 있다. 나는 뮌헨을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 우리는 축구단이다. 축구단으로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름 투어를 통해 미국, 일본, 한국 등을 찾는다. 전 세계에 있는 팬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소통의 창구를 만들기 위해서다. 팬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더욱 가까워지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에른 뮌헨. 사진=AFPBBNews=News1
바이에른 뮌헨. 사진=AFPBBNews=News1

Q. 뮌헨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유소년 육성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유소년 육성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나.

굉장히 중요하다. 뮌헨은 유소년 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2017년 문을 연 FC 바이에른 캠퍼스다. 우리는 캠퍼스를 통해 어린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데 많은 힘을 쏟고 있다. 그 결과 자말 무시알라, 알렉산다르 파블로비치, 요시프 스타니시치, 레나르트 칼 같은 선수를 키워냈다.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구단의 육성 체계를 거쳐 1군까지 올라왔다. 어린 선수들이 성공적으로 프로에 진입할 수 있도록 유소년과 1군을 긴밀하게 연결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건 경기 경험이다. 어린 선수들에겐 경기 경험이 아주 중요하다.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Q. 제주와 유소년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 유소년 축구를 지켜보면서 느낀 점이 있을까.

유소년 육성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다. 유소년 단계에서 지도자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 뛰어난 지도자들이 프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훌륭한 지도자는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는 단계에서 더 필요하다. 좋은 지도자를 길러내는 것이 좋은 유소년 선수를 육성하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펩 과르디올라 전 맨체스터 시티 감독. 사진=AFPBBNews=News1
펩 과르디올라 전 맨체스터 시티 감독. 사진=AFPBBNews=News1
빈센트 콤파니 바이에른 뮌헨 감독. 사진=AFPBBNews=News1
빈센트 콤파니 바이에른 뮌헨 감독. 사진=AFPBBNews=News1

Q. 그렇다면 뮌헨이 생각하는 좋은 지도자의 기준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축구 지도자로서의 전문성이다. 축구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전술적인 능력, 선수들에게 축구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둘째는 교사로서의 자질이다. 유소년 선수들은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이다. 단순히 축구를 잘하는 선수로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성적인 부분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선수들과 얼마나 잘 대화할 수 있는지, 선수들을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축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11명이 함께 뛰어야 한다. 동료를 이해하고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선수의 인격적인 성장까지 아우를 수 있어야 좋은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좋은 사례가 펩 과르디올라와 빈센트 콤파니다. 두 사람 모두 훌륭한 선수였다. 특히 콤파니는 맨체스터 시티에서 오랫동안 주장으로 활약했다. 선수로서 성공과 좌절을 모두 경험했다.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금 선수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잘 이해하고 동기부여를 줄 수 있다. 축구적인 부분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선수들에게 많은 영감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지도자다.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사진 오른쪽)과 그의 아들인 차두리 화성 FC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사진 오른쪽)과 그의 아들인 차두리 화성 FC 감독. 사진=이근승 기자
손흥민.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손흥민.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Q. 차범근부터 손흥민까지 많은 한국 선수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다. 뮌헨에선 정우영이 뛰었고, 김민재가 뛰고 있다. 한국 선수들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세계 최고 수준에서 경쟁하는 데 필요한 요소도 궁금하다.

한국 선수들은 국제무대에서 항상 좋은 능력을 보여줬다. 차범근이 대표적이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도 한국은 준결승까지 올라 독일과 맞붙었다. 당시에도 한국엔 굉장히 좋은 선수가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선수들에게서 인상적으로 느끼는 건 ‘태도’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열정을 갖고 자신의 목표를 이루려고 한다.

김민재도 마찬가지다. 김민재가 ‘어린 시절 타이어를 끌고 산을 오르며 훈련했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다. 성공하기 위해 무엇이든 해내겠다는 자세가 느껴진다. 유럽 최고의 클럽에서 뛰는 건 정말 어렵다. 아시아나 아프리카를 비롯해 전 세계의 재능 있는 선수들이 유럽 진출을 꿈꾼다. 정상급 클럽에서 뛰기 위해선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하고, 때로는 운도 따라줘야 한다. 그런 경쟁 속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보여주는 축구에 대한 태도는 굉장히 인상적이다. 그 자세가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Q. 한국은 축구 인구나 환경이 유럽보다 부족한 게 사실이다. 반면 크로아티아처럼 인구가 많지 않아도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보여주는 나라가 있다. 환경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한국이 축구를 잘하지 못하는 나라라는 데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은 좋은 축구 선수를 많이 배출해왔고, 좋은 축구를 하는 나라다. 대표팀의 경기력에는 사이클이 있을 수 있다. 한국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준결승까지 올라갔다. 그런 순간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독일도 마찬가지다. 독일이 축구 강국이라고 하지만 대표팀이 언제나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 건 아니다.

크로아티아와 한국을 단순하게 비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크로아티아는 유럽에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를 비롯한 유럽대항전을 훨씬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 유럽은 축구 경쟁이 굉장히 치열한 환경이다. 선수들이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장점도 있다. 그렇다고 한국이 뒤처졌다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다. 한국에서도 훌륭한 선수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김민재. 사진=AFPBBNews=News1
김민재. 사진=AFPBBNews=News1

Q. 지난 시즌 종료 후 김민재를 둘러싼 이적설이 이어졌다. 김민재의 향후 거취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김민재가 뮌헨과 함께하고 있어 정말 행복하다. 미디어에선 언제나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김민재가 SSC 나폴리에서 뮌헨으로 이적하기 전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중요한 건 김민재가 지금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게 굉장히 기쁘다. 김민재는 아주 열정적인 선수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팀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면서 뛴다. 김민재는 빠른 스피드와 강한 피지컬도 갖추고 있다. 그런 능력으로 팀에 많은 도움을 주는 선수다. 김민재가 뮌헨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에 정말 만족하고 있다.

하이너 뮌헨 회장. 사진=이근승 기자
하이너 뮌헨 회장. 사진=이근승 기자
토마스 뮐러. 사진=이근승 기자
토마스 뮐러. 사진=이근승 기자

Q. 최근 토마스 뮐러가 손흥민을 언급하면서 과거 두 선수가 ‘함께 뛸 수도 있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해 화제가 됐다. 뮌헨이 실제로 손흥민 영입을 추진했던 적이 있나.

그 부분은 뮐러가 자신의 바람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손흥민의 플레이를 보면 정말 훌륭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기술적으로 뛰어날 뿐 아니라 경기장에서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한다. 완성도가 굉장히 높은 축구 선수다. 손흥민이 뮌헨에서 뛰었다면 정말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서귀포=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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