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근이 ‘1박 2일’ 초창기 시절의 속마음을 처음으로 털어놨다.
그가 밝힌 건 단순한 예능 비하인드가 아니라, 한 코미디언이 새로운 무대에 적응하며 겪은 낯섦이었다.
최근 유튜브 채널 ‘짠한형 신동엽’에 출연한 이수근은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누리던 시절, 모든 세상이 거기뿐인 줄 알았다. 그런데 ‘1박 2일’은 완전히 달랐다”고 고백했다. 그는 “노홍철이 ‘형님’ 하면서 웃는데 내용은 웃긴 게 하나도 없더라. 그냥 톤에 웃더라”며 당시의 혼란을 솔직히 털어놨다.
예능의 리듬은 다르고, 웃음의 온도도 달랐다. 그 차이를 느끼며 “버라이어티에 적응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함께 출연한 은지원은 “유일하게 나만 웃어줬다”며 그 시절의 이수근을 떠올렸다. “형이 의기소침해 있었어요. 자기가 친 멘트가 안 먹히니까 혼잣말로 툭툭 던지는데, 그게 너무 웃겼어요. 근데 방송에는 안 나갔죠.”
이수근은 그 시절을 “괴로웠다”고 회상했다. “‘개콘’에서는 그렇게 잘 나가는데, ‘1박2일’만 갔다 오면 힘들었다. 상렬이 형이랑 소주 마시면서 버텼다”고 털어놨다. 그가 의지했던 건 유일한 선배 지상렬이었다. “상렬이 형도 욕 많이 먹었다. 그래도 같이 마시면서 서로 위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는 그 시간을 “배움의 시간”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내 개그의 방향을 바꿔줬다. 웃음은 기술보다 관계라는 걸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예능의 한 장면 뒤에 있던 고민과 좌절, 그리고 다시 웃음을 찾기까지. 그의 말투는 여전히 가벼웠지만, 그 속엔 오랜 세월이 깃들어 있었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