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레드카펫, 같은 그룹이었지만 해답은 달랐다. 에스파 닝닝과 카리나는 같은 공간에 섰음에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선을 끌어당겼다. 닝닝은 ‘선’을 만들었고, 카리나는 ‘길이’를 증명했다.
25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2025 SBS 가요대전’ 레드카펫에는 에스파 멤버 닝닝과 카리나가 나란히 등장했다. 같은 팀, 같은 공식 행사였지만 두 사람이 선택한 스타일링의 방향은 뚜렷하게 갈렸다.
먼저 닝닝은 실루엣으로 승부했다. 오프숄더 디자인의 다크톤 드레스는 어깨선을 과감히 드러내면서도 허리와 골반 라인을 부드럽게 감쌌다. 몸에 밀착된 소재가 자연스럽게 굴곡을 만들어내며 전체 비율을 ‘세로’보다 ‘곡선’으로 읽히게 했다.
여기에 긴 웨이브 헤어와 풀 메이크업이 더해지며, 체구를 보완하는 대신 존재감을 응축하는 방향을 택했다. 161cm라는 숫자는 이 장면에서 크게 의미를 갖지 않았다. 시선은 키가 아니라 선에 머물렀다.
반면 카리나는 길이를 극대화했다. 스트랩과 컷아웃이 들어간 화이트 드레스는 허리선을 끊지 않으면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흐르며 다리를 강조했다. 군더더기 없는 직선 실루엣과 슬릿 디테일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체감 키를 더욱 길게 만들었다. 헤어 역시 스트레이트로 정리해 수직 이미지를 강화했고, 메이크업은 힘을 빼 드레스의 구조가 먼저 보이도록 했다. 168cm라는 신체 조건이 스타일링과 만나 가장 직관적으로 전달된 순간이었다.
두 사람의 선택은 겹치지 않았다. 닝닝은 선으로 밀도를 높였고, 카리나는 길이로 공간을 넓혔다. 누가 더 돋보였다고 말하기보다, 같은 레드카펫 위에서 전혀 다른 답안을 제출한 장면에 가까웠다.
이날 에스파 투샷이 오래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교를 부르는 숫자는 존재했지만, 결국 기억에 남은 건 키가 아니라 전략이었다. 같은 무대, 다른 공식. 레드카펫은 다시 한번 스타일의 방향이 이미지를 결정한다는 걸 증명했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