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신데렐라가 탄생했다. 가면무도회에서 베네딕트 브리저튼의 마음을 사로잡은 ‘은빛 드레스의 여인’이자, ‘브리저튼’ 시즌4의 신데랄라, 여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하예린이 작품에 대한 솔직한 생각부터, 인종차별,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동양인 배우의 책임까지,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4일 오후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 3층 라이브홀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 시즌4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브리저튼’ 시즌4의 여주인공 하예린이 참석했다.
‘브리저튼’ 시즌4는 결혼에 무심한 자유로운 영혼 베네딕트 브리저튼(루크 톰프슨)이 가면무도회에서 만난 ‘은빛 드레스의 여인’과 현실의 하녀 소피 백(하예린) 사이에서 사랑과 정체성, 계급의 경계를 넘나드는 로맨스 시리즈다.
무엇보다 넷플릭스 시리즈 ‘서바이버스’ 드라마 ‘헤일로’에서 활약하며 주목을 받았던 한국계 배우인 하예린이 ‘브리저튼’ 시즌4의 여주인공 소피 백으로 캐스팅되면서 국내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캐릭터를 벗어난 소피 백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하예린은 “소피는 위트감도 엄청 많고, 지능도 뛰어난 하녀이기도 하다. 겉모습은 강한데 안은 연약한 부분이 있는 것이 신기했다.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새롭게 공개한 시즌4의 경우 시청수는 2800만회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국내를 비롯해 82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브리저튼’ 전 시리즈들의 인기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글로벌 탑 1위를 한 것에 대해 “실감이 안 났다”고 솔직하게 말한 하예린은 작품 합류 과정에 대해 “한국 태안에서 엄마와 함께 장을 보고 있는데 에이전트에서 ‘브리저튼’을 아느냐, 오디션이 있는데두 장면을 찍어 제출하라고 하더라. 차(tea)와 호수 장면을 외워 찍어 보냈다. 아무 기대 없이 보냈고, 당연히 연락이 안 올 줄 알았는데, 이후 줌으로 미팅을 하자는 이메일을 받았다. 시차로 인해 한국 시간 밤 11시에 줌 미팅을 하게 됐다. 하루 종일 엄청 떨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루크 톰슨과도 연기를 맞춰봤다. ‘연기가 잘 흐르고 있구나’라는 생각은 했지만, 저보다 예쁘고 재능이 있으며, 실력도 좋은 배우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최선을 다하면서 했야지 했는데, 이후에 여주인공을 맡게 됐다고 연락이 왔다. 강남에서 브런치를 먹고 있었을 때였는데, 연락을 받고 엄마와 같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이후 루크가 ‘등장과 동시에 소피 백이 보였다’고 인터뷰한 걸 봤다”고 고백했다.
하예린은 한국에서 ‘베서방’으로 불리는 베네딕트 브리저튼 역의 루크 톰슨과의 케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루크 톰슨과의 케미는 억지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쌓아나갔다”고 말한 하예린은 “‘브리저튼4’의 시간과 찍는 과정이 순서대로 비슷하게 흘러갔다. 많이 서로 알아가게 됐던 시간을 가졌고, 특히 호수신을 통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고 속마음까지 많이 알게 되면서 서로 친해졌던 것 같다. 루크와는 웃음코드가 비슷하다. 너무 존경하는 배우이자 친구이기도 하고, 친구로서 사랑이 많은 사람이어서, 인간으로서, 그게 케미로 나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에는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한국계인 하예린부터 다양한 인종의 배우들이 등장한다. 시대적 배경은 19세라고 설정됐지만, 이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만드는가가 해당 작품이 힘이라 생각한다고 밝힌 하예린은 “‘브리저튼’의 중심은 사랑이다. 소피가 19세기에 어떻게 속하냐 보다는, 인간의 감정과 진심을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중요했기에, 이에 집중했다. 영국을 시대적 배경으로 두기도 하지만, 숀다랜드(‘브리저튼’ 제작사)가 잘하는 것 중 하나가 시대의 배경을 오늘날처럼 하는 것이다. 상상하는 사랑 이야기를 각자가 가지고 있는 환상에 투영해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이기에 전 세계 사람들에게 닿는 것이라고 봤다. 이는 다양한 인종과 성적 취향이 포함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브리저튼’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노출 연기’에 대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노출신에 대해 “부담과 고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 하예린은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여성의 몸에 대해서 얼마든지 비난하고 판단해도 되는 그런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런 생각 때문에 저도 찍기 전에 두려움, 부담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더욱더 어떤 서구 세계에 비해 조금 더 미의 기준이 더 엄격하고 다른 면도 있지 않느냐. 저 역시 한국에서 자라면서 내 몸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흘러가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다행히 제가 작업을 하면서 저희가 인티머시 코디네이터(Intimacy Coordinator) 분과 함께 일을 할 수 있었다. 여배우가 수위 있는 장면을 찍을 때 반드시 있어야 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훌륭하게 역할을 해주셨고, 수위가 높은 장면을 하나의 안무인 것처럼 짜주셨다. 배우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는 스태프들도 그런 장면을 촬영할 때 안전하게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셨다. 현장의 사람들이 그곳(촬영장)이 안전한 공간이라 생각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퍼포먼스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브리저튼’ 시즌4는 브리저튼 가문의 차남 베네딕트(Benedict)를 주인공으로 하는 ‘신사와 유리 구두’를 바탕으로 한다. ‘유리구두’라는 단어에서 나오듯 ‘신데렐라’ 이야기를 재창조한 ‘브리저튼’ 시즌4에 대해 하예린은 “신데렐라 이야기라고 하지만, 1회를 빼고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신데렐라와 비교하지만, 저는 전혀 다르게 생각했다. 소피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던 트라우마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으며, 영국의 발음, 무용, 역사적인 부분도 많이 조사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소피와 저 사이에 있는 공통점을 찾아내고자 했다. 소피의 성격부터 감정적인 부분을 많이 구체화 했다”고 털어놓았다.
‘신데렐라’와 다른 지점에 대해 하예린은 “신데렐라 이야기는 금지된 사람임에도 왕자가 손을 내밀었을 때 신데렐라가 주저 없이 그 손을 잡는다. 소피는 메이드로 일하는 상황에서 베네디트라는 구원해 줄 수 있는 손이 내밀어졌음에도 즉각 바로 잡지 않는다. 거기서 차이가 있다”며 “저희의 이야기는 ‘상대방이 과연 누구인가’를 알아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계층이나 외모, 사회적 지위를 넘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이야기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사회가 가로막더라도 그 사랑을 얻기 위해서 싸울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차별화된 지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원작 소설에서의 성씨는 ‘베켓(Beckett)’이지만 드라마판에서는 한국계 배우가 배역을 맡은 것을 고려해 성씨가 한국 성씨인 ‘백’으로 바뀐것도 ‘브리저튼4’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같은 맥락으로 소피 친부의 성은 ‘건’ 의붓어머니와 의붓자매들의 성은 ‘리’로 바뀐 것도 흥미롭다. ‘백’이라는 성은 하예린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으로, 이에 대해 하예린은 “줌 미팅 당시, 단순하게 한국에서 ‘B’로 시작하는 성이 뭐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베켓’이기에 ‘백’이 낫지 않나 싶어 바꿨다. 큰 대화를 나눴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속 시원했던 것이 저는 한국 배우이기도 하니, 제 정체성에 맞는 성으로 바꾸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하예린은 다양한 인종의 배우와 스태프들이 모여있었던 ‘브리저튼’의 촬영 현장과 분위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진짜 다들 너무 착하다”고 칭찬에 칭찬을 거듭한 하예린은 “이미 친해진 상황에서 새로운 인물로 가면 분위기가 흐트러질까, 걱정도 많이 했는데 현장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원했고, 굉장히 반갑게 대해주셔서 좋았다. 7년 동안 배우 활동을 했는데 이번 작품이 제일 평등하고 다양성을 기렸던 현장이었다. 이번 촬영했던 기간이 제일 행복했었다”고 고백했다.
“‘브리저튼’이 잘 하는 것중 하나가 피부색이나 그 외 어떤 외적 요인에 대해 상대방을 판단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 하예린은 “가장 이상적인 상태의 사회 모습 편견이 없고 인종차별이 없고. 작가가 현장에서 희망이 가득 차고 빛이 가득한 현장을 만드는 역할을 잘 수행했다. 밖에서 볼 수 있는 일상의 모습을 잘 그리지 않았나 싶다.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아마도 그것은 호주에서 자라고, 미국에서 보낸 시간이라든지, 실제로 다양한 인종과 어울려서 살았기에 당연한 것이고 그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며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코어 정신은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맞고, 사랑에 있어서 어떤 것도 분리시키고 분단시키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작품의 정신이라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브리저튼’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홍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인종차별’ 해프닝에 휘말리기도 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홍보할 당시 현장을 찍은 사진 속에서 배우들의 구도가 여주인공인 하예린 대신 베네딕트 브리저튼의 여동생 한나 도드가 부각 됐으며, 또 다른 홍보 콘텐츠인 토크 영상에서는 하예린이 가장자리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로 인해 세로 버전의 영상에서는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됐다는 점이 문제가 됐던 것. 더불어 한 스페인 매체가 하예린의 이름 철자를 ‘Yerin Ha’가 아닌 ‘Yern Ha’로 오기입한 사실까지 문제가 됐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하예린은 “흥미로운 지점은 사실 제가 그런 현장에 있을 때 전혀 인종차별이거나 어떤 형태로든 차별을 느낀 것은 없다. 다만 세부적인 디테일이 간과된 지점은 있지 않았나 싶다. 결코 의도적이었거나 의식적으로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되돌아서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봤을 때 왜 그렇게 반응했는지 이해되는 지점이 있다. 이런 순간들은 우리가 그런 상황에 대해 간과한 디테일에 대해 관용을 보일 수 있는 기회지 않나 싶다. 다양한 매체들로 하여금 그런 디테일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를 배울수 있는 기회”라며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고민이 됐거나, 그런 부분을 겪어 냈어야 하는 지점도 있었다.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그런 상황을 통해 함께 배워나가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하면서도 “지나친 비난이나 혐오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생각을 전했다.
할리우드를 무대로 활동하는 아시아계 배우로서 ‘동양인’에 대표하는 입장에 서게 된 책임감에 대해 “가면 증후군을 겪고 있는 거 같고, 때로는 이 자리에 온 것이 운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때로는 그 운이 언제 다할까 무섭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책임감을 느낀다. 그 책임감을 절대 가볍게 느끼지 않는다. 여전히 저는 할리우드에서 ‘동양인’을 대변하는 일에 있어 갈 길이 멀다. 앞서서 제가 변화를 선두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것에 기쁘게 생각한다. 저 이후 업계의 많은 사람들을 위해 변화를 이룰 수 있다면 기쁘게 감당할 수있다”며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느낄 수 있다. 유색 인종 배우에게 어떻게 대하고 대화를 하는지에 대한 태도의 변화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공평하고 평등함이 생겼다는 느낌이 든다. 제가 오디션을 조금 더 많이 볼 수 있게 된 것이 변화의 시작이지 않을까 싶다. 주연은 아니더라도 조연이나 비중이 작더라도 동양인 배우에게 오디션 기회가 주어진 것 자체가 변화가 있다”고 강조했다.
‘브리저튼’ 시즌4를 촬영하면서 리더십을 배웠다고 고백한 하예린은 “주연 배우로서 주변 사람을 잘 챙겨야 하는 것에 대해 많이 배웠다. 이 업계는 인간관계가 중요하기에, 그 관계가 잘 이뤄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저는 그런 환경을 만드는 것을 좋아할 뿐 아니라 가장 최선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또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불편함을 기꺼이 경험하면 어떤 것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겪었다. 수위 높은 촬영이라는 두려움을 넘어섰을 때 나는 비로소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브리저튼’ 시즌4를 통해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만큼, 차기작에 대한 부담은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 “어떤 것을 할 것인가에 대한 부담보다는, 제가 어떤 배역을 하고, 누군가에게 만족감을 주고 배울 수 있는지에 더 집중하고 있다. 제가 추가적으로 증명한다기보다는 나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차후 ‘브리저튼’ 시리즈에서 계속 볼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 “브리저튼 가문에 속했으니, 아마 나오지 않을까 싶다. 다음 시즌에도 볼 수 있을 거 같다”고 웃었다.
[명동(서울)=금빛나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