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럭키 가이’를 넘어 이제는 ‘흥행 제왕’이다.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가 마침내 1400만 고지를 점령하며 한국 영화 흥행사를 새로 썼다.
20일 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왕사남’은 이날 오전 누적 관객 수 1400만 명을 돌파했다. 개봉 45일 만에 이뤄낸 쾌거다.
이로써 ‘왕사남’은 할리우드 초거대작 ‘어벤져스: 엔드게임’(1397만 명)의 기록을 가뿐히 넘어서며 역대 흥행 순위 5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제 장 감독의 시선은 ‘명량’(1761만 명)이 버티고 있는 난공불락의 정상을 향하고 있다.
‘왕사남’의 이례적인 흥행 돌풍 중심에는 주연 배우 박지훈의 ‘인생 열연’이 있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편견을 비웃듯, 박지훈은 유배지 청령포에서 서서히 메말라가는 어린 왕 단종의 고독을 처연한 눈빛 하나로 완성했다.
실제로 촬영장에서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장항준 감독은 “박지훈이 촬영 쉬는 시간에 너무 배가 고파 몰래 초코바를 먹다 나한테 걸린 적이 있다”며 “그런데 입가에 초콜릿이 묻은 그 모습조차 단종이 겪는 극한의 결핍처럼 느껴져 나도 모르게 ‘그대로 슛 들어가자’고 외쳤다”는 비화를 전했다. 배고픔마저 연기로 승화시킨 박지훈의 ‘과몰입’이 결국 1400만 관객의 심금을 울린 셈이다.
장항준 감독 개인에게도 이번 흥행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평소 아내 김은희 작가의 명성에 기대 사는 ‘신데렐라 남편’ 캐릭터로 대중에게 웃음을 안겼던 그가, 이제는 당당히 대한민국 역대 흥행 5위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영화계 관계자에 따르면 김은희 작가는 남편의 천만 돌파 소식에 “이제 내 카드는 반납하고 당신 카드로 생활비를 결제해도 되겠다”며 특유의 쿨한 축하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장 감독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이제는 아내의 수입을 위협하는 흥행 감독이 되어 기쁘다”며 너스레를 떨어 기사 조회수를 견인하기도 했다.
극 중 단종을 끝까지 지키는 촌장 엄흥도 역의 유해진 역시 흥행의 일등 공신이다. 유해진은 촬영 내내 실제 조선 시대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분장조차 지우지 않고 현장을 누볐다.
강원도 청령포 인근 촬영 당시, 유해진을 새로 이사 온 이웃 주민으로 착각한 실제 마을 어르신이 그에게 찐 감자를 건네며 “이사 왔으면 떡이라도 돌려야지”라고 핀잔을 줬다는 일화는 이미 팬들 사이에서 전설로 통한다. 이처럼 배우들의 ‘피 땀 눈물’이 섞인 진정성이 ‘왕사남’을 단순한 사극을 넘어선 국민 영화로 끌어올렸다.
역대 1위 ‘명량’까지는 약 360만 명의 관객이 남은 상황. ‘왕사남’의 흥행 화력이 한국 영화 역사의 판도를 어디까지 바꿀지 영화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