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의 뜨거웠던 여정이 준결승 문턱에서 잠시 숨을 고르게 됐다.
MBN 트로트 오디션 ‘무명전설 - 트롯 사내들의 서열전쟁’(이하 ‘무명전설’)에 도전한 JYP 1호 트로트 연습생 최종원의 이야기다.
결승 진출이라는 최종 목표에는 닿지 못했지만, 그가 무대 뒤에 남긴 것은 패배감이 아닌 성장의 선명한 궤적이었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단편적인 탈락 결과가 아니라, 무대 위에서 그가 스스로 증명해 낸 ‘가능성’의 크기다.
수요일 예능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는 ‘무명전설’은 기성 가수와 무명 가수가 계급장을 떼고 맞붙는 서열 파괴의 장이다. 최종원은 이 치열한 전장에서 가장 신선한 돌풍을 일으킨 무명의 대표주자였다.
앞서 KBS 2TV ‘더 딴따라’를 통해 JYP엔터테인먼트 자회사 이닛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한 그의 행보는 가요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K-팝 아이돌의 산실인 JYP가 트로트를 택한 것은, 이 장르가 2030 세대까지 아우르는 킬러 콘텐츠로 자리 잡았음을 방증한다. 최종원은 이 세대교체와 시장 확장의 최전선에 섰다.
용인대 태권도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첫 예선에서 수려한 외모와 절도 있는 퍼포먼스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대중의 뇌리에 ‘가수 최종원’의 진짜 얼굴을 각인시킨 건 화려한 댄스 무대가 아니었다. 패자부활전에서 나훈아의 ‘고장난 벽시계’를 불렀을 때, 무대의 공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2년 전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 그리고 웃음을 잃은 어머니를 위해 준비한 이 무대에는 청년의 절절한 슬픔이 녹아 있었다. 화려한 외형을 앞세우는 대신 자신의 가장 아픈 상처를 꺼내놓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기교보다 묵직한 감정이 트로트의 본질임을 스스로 짚어낸 이 진심은 높은 국민 점수로 이어졌다.
준결승에서 전설 김범룡 등과 함께 마지막까지 가치를 보여준 그는 아쉽게 도전을 멈췄다. 하지만 소속사를 통해 “부족함을 마주하는 순간 속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 값진 시간이었다”고 전한 소감에는 철저한 자기 객관화와 단단함이 묻어난다.
경연 내내 아이돌식의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트로트 특유의 깊은 호흡을 체화해 낸 것은, 그가 장르를 가볍게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트로트 가수로 굳건히 뿌리내리겠다는 결의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JYP 1호 트로트 연습생이라는 수식어를 넘어, 오롯이 ‘가수 최종원’으로 내디딘 의미 있는 첫걸음. 준결승 탈락은 끝이 아니라 그가 K-트로트의 새로운 주역으로 비상하기 위한 진짜 서사의 시작일 뿐이다. 치열했던 서바이벌의 마침표를 찍고 다시 출발선에 선 그의 다음 무대가 몹시도 기다려진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