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 돋보기] 치의대 포기하고 선 바닥…‘무명전설’ 3위 장한별이 증명한 진짜 전설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MBN ‘무명전설-트롯 사내들의 서열전쟁’이 뜨거운 여운을 남기며 12부작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기성 가수들의 이름값이 무참히 깨지고 매회 이변이 속출했던 이 잔혹한 피라미드 서바이벌에서, 시청자들의 가슴에 가장 선명한 궤적을 남긴 이는 다름 아닌 302호 장한별이었다.

당당히 제1대 ‘무명전설’의 최종 3위(TOP3)에 오르며 기적의 주인공이 된 그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뜨겁다. 종영 직후 방송된 스핀오프 예능 ‘무명전설 디너쇼’가 연일 화제성을 견인하고 있고, 지난 5월 30일에는 TOP3 멤버들과 함께 뉴스 예능 ‘김주하의 데이앤나잇’에 출연해 그 파급력을 증명했다. 대중은 왜 장한별이라는 이름 석 자에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장한별. /사진=김영구 기자
장한별. /사진=김영구 기자

아이돌에서 말레이시아 슈퍼스타, 그리고 다시 무명(無名)으로

장한별의 지난 궤적은 그 자체로 한 편의 굴곡진 드라마다.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된 치의대의 길을 과감히 포기하고 무대를 택한 그는, 지난 2011년 밴드 ‘레드애플’의 보컬로 데뷔했다. 하지만 아이돌 밴드로서의 활동은 대중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길고 뼈아픈 공백기로 이어졌다.

그의 인생에 찾아온 극적인 전환점은 바다 건너 말레이시아였다. 2019년 현지 대형 오디션 프로그램 ‘Big Stage’에서 외국인 최초로 최종 우승을 차지하며 일약 국민적 ‘슈퍼스타’로 군림한 것이다. 그러나 화려한 글로벌 영광을 뒤로하고 고국으로 돌아온 그가 마주한 현실은, 계급장의 가장 밑바닥인 ‘무명층’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차가운 출발선이었다.

장한별. /사진=빅오션ENM
장한별. /사진=빅오션ENM

아이돌 보컬에서 트롯 감성 장인으로

과거의 화려한 왕관을 스스로 내려놓고 뛰어든 트롯이라는 광야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오랜 시간 팝과 K-팝에 최적화되어 있던 세련된 음색은 트롯 특유의 짙은 한(恨)과 깊은 꺾기를 표현하는 데 있어 오히려 덜어내야 할 기교에 가까웠다.

하지만 장한별은 도망치지 않았다. 탑프로단의 날카로운 심사와 매 라운드 닥쳐오는 탈락의 위기 속에서도, 그는 백지상태로 돌아가 자신의 보컬을 밑바닥부터 다시 깎고 다듬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그의 목소리에서는 불필요한 힘이 빠졌고, 그 빈자리에 묵직한 진심과 짙은 감성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 지독한 성장의 결과물은 결승 무대에서 찬란하게 만개했다. 결승 1차전 신곡 미션에서 선보인 ‘그대는 나의 별이오’를 통해 정통 트롯 보컬리스트로서의 확실한 진화를 알린 데 이어, 최종회 무대를 장식한 ‘그대 내 친구여’는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기에 충분했다.

화려한 기교를 모두 걷어내고 오직 목소리의 힘과 절절한 감성만으로 무대를 꽉 채운 이 순간은, 그가 더 이상 ‘트롯에 도전한 아이돌’이 아닌 ‘진짜 트롯 감성 장인’으로 우뚝 섰음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자리였다.

사진=MBN
사진=MBN

“인생 역전 안 할 거야? 언제까지 무명으로 있을 거냐!”

참가자들의 절박함을 일깨우던 MC 김대호의 묵직한 외침에, 장한별은 무대 위에서 흘린 땀방울과 최종 3위라는 빛나는 타이틀로 완벽한 해답을 내놓았다.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가장 낯선 곳에서 가장 뜨겁게 자신을 증명해 낸 장한별. 무명(無名)의 단단한 껍질을 완벽히 깨부수고 제1대 전설의 주역이 된 그의 목소리가 앞으로 대한민국 트롯 판에 어떤 지형도를 새롭게 그려낼지, 전 국민이 그의 찬란한 다음 페이지를 숨죽여 주목하고 있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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