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새로움에 도전하는 배우 박보영은 이번엔 다크해진 얼굴로 대중을 찾았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골드랜드’로 첫 범죄 장르물에 도전한 그는 한계 없는 연기력을 입증하며 또다시 스스로의 벽을 뛰어넘는데 성공했다.
‘골드랜드’는 밀수 조직의 1500억 금괴를 손에 넣은 ‘희주(박보영)’가 탐욕과 배신이 뒤엉킨 아수라장 속에서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금빛 욕망 생존 스릴러’로, 영화 ‘공조’ 드라마 ‘수사반장 1958’로 탄탄한 연출력을 입증한 김성훈 감독과 영화 ‘올드보이’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집필한 황조윤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박보영은 ‘골드랜드’를 이끌어가는 중심축에 서서 열연했다. 1500억 금괴로 인해 욕망에 눈을 뜨게 되는 평범한 세관원 김희주로 분한 그는 우연히 금괴를 손에 넣은 뒤 점차 참아왔던 자신의 욕망 앞에 솔직해지는 과정을 통해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을 선보였다.
“촬영은 이미 끝났지만 방송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니, 뭔가 아쉽고 막 이렇다기보다 진짜 끝인 것 같아서 기분이 좀 이상하다는 얘기를 팀끼리 조금 나눴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제 방송도 다 끝났으니까 조만간 만나서 맛있는 거 먹자 하고 얘기를 나눴다. 뭐 매번 그렇긴 하지만 이번에도 조금 시원섭섭하다.”
김성훈 감독은 욕망의 가장 먼 극단에 있을 것 같은 박보영을 통해 평범한 욕망이 커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이 말은 박보영이 ‘골드랜드’를 선택하는데도 큰 힘이 됐다. “제가 사실 욕심으로는 희주 캐릭터를 너무 하고 싶은데, 이걸 제가 하는 게 맞나라는 고민이 많았다. 감독님을 만나 뵙고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다 생각이 들어서 감독님을 만났었는데, 감독님이 그때 저에게 해주신 말씀이 ‘개인적으로 보영 씨가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이미지는 금괴가 손에 들어왔을 때 돌려줄 것 같은 사람인데 그 돌려줄 것 같은 사람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고 욕심을 내고 결국에는 가지기 위해서 많은 일들을 하면, 그런 모습이 많은 분들한테 조금 어떠한 다른 모습으로도 비춰질 수도 있고 카타르시스까지는 아니지만 어떠한 감정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 하시더라. 그게 저에게 설득이 됐다. 그리고 장르적인 것들도 있지만 그 안에서 여자 캐릭터가 중심이 됐다는 게 저한테는 좀 제일 큰 부분이기도 하다.”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거칠고 독기 어린 변신을 꾀한 박보영은 금괴를 손에 넣은 뒤 욕망과 생존 사이에서 점차 변화해가는 김희주의 복합적인 내면을 밀도 있게 그리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극한의 상황으로 내몰릴수록 점점 더 푸석하고 메말라 가는 인물의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체중 감량까지 감행한 그는 김희주의 생존 서사를 보다 현실감 있게 구축했다.
“사실 어둡고 이런 장르를 제가 이렇게 중심으로 크게 끌고 나간 적이 없어서 저도 그 안에서 잘 묻어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을 좀 스스로도 했었다. 하지만 하는 내내 이런 장르를 하는 것도 재밌구나 싶었다. 희주가 뒷부분에 얼굴이 많이 망가지는데 감독님이 제 얼굴이 심심하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아니 뭐 원하시면 할수 있는데 명분이 없다’라고 했었다.(웃음) 탄광에서 굴러도 얼굴이 문대지 않는데 명분만 있으면 하겠다고 했는데 중반 이후부터는 너무 만족스러워하셨다. 구르면 구를수록 좋아하시더라. 처음 보는 얼굴들이 나온 거 같아서 좋았다. 근데 이제 나중에 저도 보니까 조금 더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더 적극적으로 했던 것 같다. 그러고선 모니터를 봤는데 저도 좀 처음 보는 얼굴들이 나온 것 같아 되게 재미있게 촬영을 했던 기억이 있다.”
매회 반전의 엔딩과 숨 쉴 틈 없는 전개 속에서 누구보다 열연을 펼친 박보영은 고충도 있었다. 바로 ‘다이어트’였다. “가장 힘들었던 건 체중 감량이었다. 감독님이 매번 이제 희주가 뒤에 가면 갈수록 좀 더 말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셨다. 제가 ‘골드랜드’로 진짜 체중을 제일 많이 뺀 것 같다. 그래서 얼굴 살을 엄청 뺐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식단을 했는데 정말 힘이 안 나더라. 기운이 너무 없었다. 근데 뒷 부분으로 갈수록 희주가 많이 힘들어 하는 부분이 있는데 오히려 그 부분이 좀 사실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매번 기운이 없이 있다가 감독님 몰래 간식 먹고 버티고 그랬다.(웃음)”
그럼에도 얻은 것도 많은 작품이었다. “생각보다 힘든 것보다 재밌는게 더 있었다. 로코를 하거나 할 때 예쁘게 나와야 하고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번에 하면서 신경을 안 쓸 수 없었지만 자유로움이 있었다. 구르고 사람들이 피 땀 눈물이 있었을 때 쾌감이 있더라. 장르적으로 도전한 건 만족스럽고 기회가 된다면 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왜냐면 처음이었으니까 하다보면 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욕심을 부려보자면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으니까. 대신 예쁜 거 한 다음에 또 하고 싶다.(웃음)”
[손진아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