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 공중분해 위기… ‘슈퍼걸’의 날개 없는 추락, DC 유니버스 이대로 침몰할까?

할리우드 히어로물 블록버스터 시장의 공식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 제임스 건과 피터 사프란이라는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며 야심 차게 돛을 올렸던 새로운 DC 유니버스(DCU)가 두 번째 주자만에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전작 ‘슈퍼맨’(2025)이 전 세계적인 호평을 받으며 브랜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던 것과 달리, 무려 4,0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자본이 투입된 후속작 ‘슈퍼걸’이 글로벌 극장가에서 그야말로 날개 없는 추락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관객들은 단순히 ‘슈퍼맨의 사촌’이라거나 화려한 로고가 박혔다는 이유만으로 지갑을 열지 않는다. 영리해진 대중을 설득할 명확한 비전과 완성도가 없다면 아무리 거대한 자본이라도 순식간에 공중분해 될 수 있다는 준엄한 경고장이다.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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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단과 관객이 동시에 등을 돌린 ‘세 가지 결정타’

‘슈퍼걸’이 비평과 흥행 모두에서 처참하게 무너진 배경에는 영화 내적인 치명적 패착들이 존재한다. 글로벌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54%라는 초라한 수치는 이 작품에 가해진 평단의 냉혹한 평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가장 큰 문제는 서사의 빈약함이다. ‘우먼 오브 투모로우’라는 깊이 있는 원작 그래픽 노블의 서사를 스크린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각본(아나 노게이라)이 힘을 잃었다. 원작의 입체적인 매력은 온데간데없고, 어디서나 본 듯한 전형적이고 지루한 복수극에 그치며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했다.

여기에 시각적 피로감이 정점을 찍었다. 태양 에너지를 동력으로 삼는 가장 밝고 강력한 영웅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음에도, 영화는 내내 색감을 잃어버린 듯한 칙칙하고 어두운 외계 사막 행성만을 배경으로 고집했다. 2시간 내내 이어지는 단조로운 비주얼은 블록버스터 특유의 미학적 쾌감 대신 눈의 피로감만을 안겼다.

무엇보다 압권은 후반부 연출의 대참사였다. 영화 ‘크루엘라’ 등에서 감각적인 연기 톤을 잡아냈던 크레이그 질레스피 감독은 거대 히어로 서사와의 완벽한 엇박자를 냈다. 특히 주인공이 각성하는 가장 엄숙하고 감정적인 후반부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뜬금없이 경쾌한 모던 록 사운드(Jimmy Eat World의 ‘The Middle’)를 삽입한 이른바 ‘최악의 니들 드롭(Needle Drop)’ 연출은 평단과 관객의 몰입을 완벽하게 깨뜨리며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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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객들의 빛의 속도 탈출, ‘뱃살’보다 매서운 시선의 심판

포털 연예 섹션 메인을 들끓게 만드는 것은 국내 관객들의 즉각적이고 냉정한 반응이다. 한국 시장에서 체형 변화나 사생활 이슈 하나에도 엄청난 검열과 품평을 쏟아내는 예리한 관객들은, 완성도가 떨어지는 할리우드 대작을 가장 먼저 귀신같이 걸러냈다.

국내 박스오피스 데이터는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이다. 개봉 첫날 3만 4,943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 동시기 경쟁작인 ‘눈동자’와 단 2명 차이로 접전을 벌이며 기대를 모았으나 입소문이 퍼진 이튿날 관객 수는 1만 4,328명으로 반토막 이상 급락했다. 7월 초 기준 누적 관객 수는 고작 12만 명 선에 머물고 있으며, 박스오피스 순위는 일주일 만에 10위까지 곤두박질치며 턱걸이 중이다.

실관람객들의 평가 지표인 CGV 에그지수는 78%까지 떨어졌고 네이버 평점 역시 5~7점대에 머물며 코어 팬덤조차 등을 돌렸음을 시사한다. 게다가 가족 관객층이 쏟아져 나오는 여름 성수기 시장에 지나치게 어둡고 성인 지향적인 톤의 히어로물을 배치한 배급 전략의 실패는, 강력한 가족용 IP인 ‘토이 스토리 5’ 같은 작품들 사이에서 스스로 무덤을 판 격이 됐다.

과거 마블(MCU)이 다져놓은 견고한 팬덤 층과 달리, 전작 ‘슈퍼맨’이 국내에서 86만 관객에 그친 데 이어 ‘슈퍼걸’까지 무너지며 DC 브랜드는 한국 시장에서 다시 한번 깊은 슬럼프에 빠지게 됐다.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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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사프란의 방어전, 과연 DC 유니버스는 회생할 수 있을까

순 제작비 최대 1억 8,600만 달러(약 2,500억 원)에 마케팅비 1억 2,000만 달러(약 1,600억 원)를 쏟아붓고도 손익분기점인 3억 달러 중반 근처에도 가지 못해 최대 1,700억 원 이상의 순손실이 예견된 상황.

DC의 공동 수장인 피터 사프란 Co-CEO는 이번 참패를 두고 “거대한 장기적 전략의 일부”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투자자들과 시장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주연을 맡은 밀리 앨콕이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주었음에도 캐릭터 자체의 매력을 각인시키는 데 실패하면서 향후 로드맵 전체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10월 개봉을 앞두고 바디 호러 풍의 파격을 예고한 ‘클레이페이스’가 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 성향 속에서 마케팅 화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더욱이 2027년 7월 개봉을 앞두고 슈퍼맨과의 크로스오버를 노리던 메인 타이틀 ‘맨 오브 투모로우’는 이번 단독 영화의 대실패로 인해 세계관 확장의 동력 자체를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기자의 눈에, 이번 ‘슈퍼걸’의 추락은 ‘로고의 힘’만으로 연명하던 시대의 종말을 고하는 신호탄이다. 이제 대중은 영리하다. 친숙한 IP 뒤에 숨은 빈약한 서사와 연출적 오판을 단숨에 꿰뚫어 본다. 이번 상처뿐인 비행이 제임스 건 체제의 종말이 아닌, 비즈니스 구조와 작품 완성도를 뼈아프게 재정립하는 교훈이 되지 못한다면 DC 유니버스의 다음 비상은 영영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올해 연말 시상식과 시청률 대권을 노리며 안방극장을 삼킨 국내 드라마들의 기세와 비교해 보아도, 극장가 텐션을 완전히 잃어버린 할리우드 영웅의 뒷모습이 유난히 쓸쓸해 보이는 2026년 여름이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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