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아내를 떠나보낸 ‘배그 부부’ 남편 김정환 씨가 아내의 휴대전화 번호를 지키려다 멈춰 있던 이별의 시간을 다시 마주했다.
20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다시, 사랑 그후’에서 김정환 씨는 고(故) 김혜빈 씨의 전화번호를 자신의 명의로 바꾸기 위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아내의 번호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담원이 가족관계증명서에 ‘사망’으로 기재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안내하자 김정환 씨는 곧바로 답하지 못했다. 수화기를 든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삼켰다.
아내가 떠난 뒤에도 그의 하루는 같은 생각으로 시작됐다. 김정환 씨는 “아침에 눈을 뜨면 ‘또 나만 살아남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혼자 남은 집에서는 사진첩을 열어 아내의 생전 모습을 바라보거나, 아내의 손이 담긴 사진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두 아이 앞에서는 이별을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김정환 씨는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마지막 날의 기억도 남아 있었다. 평소에는 “빨리 다녀오라”고 말하던 아내가 그날만은 “어서 가보라”며 그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혼자 남아 있던 아이들을 돌봐야 했던 그는 병실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다음 날 남편이 없는 사이 눈을 감았다. 김정환 씨는 마지막 순간을 지키지 못했다는 기억을 꺼내며 “아내와 함께한 모든 순간을 죽을 때까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다시 카메라 앞에 선 이유는 두 아이였다. 김정환 씨는 “현재 상황에서 저와 두 아이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만들기 위해 두 번째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아내를 잃은 남편으로 멈춰 있기보다 두 아이의 아빠로 하루를 이어가기 위한 선택이었다.
아침이면 잠에서 깨자마자 아이들을 살피고 등원 준비를 시켰다. 아이들이 집을 나간 뒤 혼자 남은 방에서는 다시 아내의 사진을 들여다봤지만,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 되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지난 방송에서 눈을 뜨자마자 울던 첫째 아이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어느새 아빠 옆에서 이부자리를 함께 정리할 만큼 자란 아이는 이날도 작은 손으로 자신의 자리를 정돈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두 아이의 아빠로 살아가겠다는 김정환 씨의 하루도 그렇게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