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아직 누나 몰라? 누나는 ‘실패 알레르기’가 있어.”
대사 한 마디를 툭 던진 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아파트 동대표 선거 유세판으로 뛰어들어 무아지경의 막춤을 춰댄다.
전직 조폭 보스 출신이라는 무시무시한 타이틀을 달고 온 지성(박해강 역)의 멱살을 잡고 거침없이 판을 짜는 치밀한 설계자. JTBC 토일드라마 ‘아파트’의 거침없는 시청률 상승곡선 뒤에는, 시청자들의 도파민을 한껏 끌어올리는 독보적인 신스틸러 배우 하윤경의 ‘미친 하드캐리’가 숨어 있다.
그간 대중에게 드라마 속 ‘봄날의 햇살’처럼 단아하고 바른 이미지로 짙게 각인되었던 하윤경이 작정하고 코미디와 사이다를 내뿜기 시작했다. 주말 밤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하는 그의 팔색조 매력에 시청자들의 기분 좋은 입덕 대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극 중 하윤경이 연기하는 ‘강하리’는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 178억 원이라는 거대한 눈먼 돈을 털기 위해 모인 ‘간헐적 가족 프로젝트’의 핵심 브레인이다. 돈 앞에서 영악하게 눈빛이 반짝이다가도, 판이 흔들린다 싶으면 망설임 없이 전면에 나서는 대범함을 가졌다.
특히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선거전에서 박해강을 당선시키기 위해 입주민들 앞에서 추어올리는 ‘흥 폭발 선거유세 막춤’은 단연 이 드라마의 백미로 꼽힌다. 예쁜 얼굴을 무기로 삼는 대신, 온몸을 던져 뻔뻔하고 코믹한 액션과 마리오네트 같은 유연함을 선보인 그의 연기는 단숨에 SNS 숏폼을 도배하며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망가짐을 불사하는 하윤경의 살아있는 표정 연기와 능청스러운 일상 연기는 자칫 무겁고 어두울 수 있는 범죄 코미디 장르에 한 줄기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톡톡히 불어넣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마주 선 상대 배우가 베테랑 지성이라는 점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전직 조폭 보스로 분한 지성 앞에서도 하윤경은 주춤거림이 없다. 오히려 그를 구박하고, 어르고 달래며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찰떡같은 ‘티키타카 핑퐁 케미’를 만들어낸다.
전작들에서 켜켜이 쌓아 올렸던 따스하고 주체적인 청춘의 얼굴에, 이번에는 ‘매운맛 사이다’와 ‘뻔뻔한 도파민’을 한 스푼 크게 얹었다. 아파트 내 갑질 입주민이나 비리 세력의 통수를 시원하게 날릴 때 그가 쏟아내는 차진 대사 처리는 가슴 속 묵은 체증을 단번에 씻어 내린다.
‘예쁜 여배우’의 전형적인 틀에 머무르기를 단호히 거부하고, 극 전체의 템포를 밀고 당기는 핵심 플레이어로 완벽히 분한 하윤경의 연기 변신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자 짜릿한 쾌감이다.
여배우에게 이전의 캐릭터들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은 커다란 모험이다. 그러나 하윤경은 ‘아파트’를 통해 보란 듯이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완벽하게 증명해 냈다.
“실패 알레르기가 있다”는 극 중 강하리의 자신감 넘치는 대사, 곧 배우 하윤경이 대중에게 보여준 확고한 신뢰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지성과 문소리라는 등 대선배 배우들 사이에서도 결코 주눅 들지 않고 자신만의 화려한 플래그를 꽂아 올린 하윤경. 막춤부터 사이다까지 모조리 삼켜버린 그의 독보적인 활약이 있기에, 주말 밤 우리가 ‘아파트’로 퇴근하는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유쾌하고 즐겁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