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황정음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영상은 단순한 선후배의 만남을 넘어, 인생의 짙은 풍파를 견뎌낸 두 배우의 진솔한 고백이자 거장을 향한 묵직한 헌사였다.
과거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부녀로 호흡을 맞췄던 황정음과 정보석은 성북동 자택에서 마주 앉아 이혼, 경제적 위기, 가족에 대한 고민 등 삶의 민낯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무엇보다 이번 영상이 대중에게 깊은 잔상을 남긴 이유는,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던 후배를 기꺼이 품어준 선배의 따뜻한 품격 덕분이다.
앞서 황정음은 기획사 자금 약 43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뼈아픈 자숙의 시간을 보냈다. 대중의 싸늘한 외면과 비난 속에서 공백기를 거쳐야만 했던 그에게, 故 이순재의 부고는 나서기도, 숨기도 힘든 잔인한 딜레마였을 것이다.
이때 먼저 손을 내민 것은 ‘하이킥 부녀’의 연을 맺었던 정보석이었다. 쏟아지는 언론의 관심과 비난의 화살 속에서 홀로 움직이기 힘들 후배의 처지를 헤아린 그는 “혼자 가기 불편하면 내가 같이 가줄까?”라며 먼저 동행을 제안했다. 여기에 동료 줄리엔 강까지 합세해 큰 덩치로 취재진의 카메라를 가려주며, 황정음이 온전히 스승의 마지막 길을 배웅할 수 있도록 묵묵한 방패막이가 되어주었다.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던 후배를 끝내 외면하지 않은 이들의 행보는, 무한 경쟁과 흠집 내기가 난무하는 연예계에서 진정한 ‘어른’과 ‘동료’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게 만든다.
두 사람의 대화는 실패의 아픔을 숨기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건강한 태도를 보여준다. 황정음은 이혼 후 월세살이를 했던 시절을 스스럼없이 언급하며 뼈아픈 개인사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안고 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보석 역시 화려한 명배우 이면에 숨겨진 현실적인 가장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아내의 관절 통증에도 빵집 일을 돕지 않는 아들의 독립심을 키워주기 위해 수억 원의 장비를 두고 과감히 폐업을 결단했다는 그의 고백은 깊은 공감을 자아냈다. 더불어 과거 주식 ‘개미털기’ 사기에 휘말려 큰 금전적 손실을 보았던 일화를 담담히 회술하며, 위기를 버텨낸 유일한 힘은 40년간 단 한 해도 쉬지 않은 연기에 대한 끈기였음을 증명했다.
매일같이 은밀한 카카오톡 대화방이 까발려지고, 조금의 흠집라도 생기면 진흙탕 폭로전으로 번지는 작금의 연예계다. 자신의 치부와 아픔을 애써 포장하지 않고 세상 밖으로 끌어내 치유하는 두 사람, 그리고 비난의 한복판에 선 후배를 묵묵히 이끌어준 선배의 다정함. 이들이 보여준 뭉클한 인간미야말로 대중이 피로감 가득한 연예면에서 진정으로 갈구하던 묵직하고 따뜻한 위로일 것이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