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장윤정이 올해로 데뷔 27주년을 맞았다.
무대 위에서 늘 여유로운 웃음을 잃지 않는 명실상부한 ‘트로트 여왕’이지만, 그가 2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털어놓은 데뷔 당시의 기억은 자못 인간적이고 애틋하다.
그는 1999년 8월 20일, 제20회 강변가요제 대상을 받으며 연예계에 첫발을 내디뎠던 날을 회상했다. 이번 데뷔 기념일은 단순한 축하를 넘어, 그가 직접 만든 신곡과 묵직한 심경 고백이 더해져 대중에게 더욱 큰 울림을 주고 있다.
27년 전, 비 쫄딱 맞고 센 척했던 소녀
장윤정은 SNS 글을 통해 “1999년 8월 20일 비 쫄딱 맞고 긴장을 하다 못해 센 척을 해가면서 무대에 섰던 그날”이라며 치열했던 첫 무대의 기억을 소환했다. 27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온도, 물기, 감정까지 어쩜 이렇게 시간이 지나도 어제 일처럼 기억이 나는지 모를 그날을 시작으로 그렇게 27년 동안 같은 일을 하고 있다”며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키며 한국 트로트계의 부흥을 이끌어온 그지만, 이 담담한 고백 속에는 화려한 조명 뒤에서 남몰래 견뎌야 했던 긴 시간의 무게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일기장처럼 써 내려간 위로가 담긴 자작곡 ‘하늘에’
이 뜻깊은 날을 맞아 장윤정은 20일 낮 12시, 새 디지털 싱글 ‘하늘에’를 발표했다. 지난 2023년 12월 발표한 ‘바람처럼 하늘처럼’ 이후 약 2년 8개월 만에 대중 앞에 내놓은 신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장윤정이 ‘장공장장’이라는 작곡가명으로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까지 곡의 전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명화의 ‘진짜배기’, 박지현의 ‘녹아 버려요’, 김희재의 ‘이런 날 기다렸나요’ 등 후배 가수들의 곡 작업에 참여하며 창작 역량을 뽐내온 그가, 이제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신의 짙은 색깔을 오롯이 담아냈다.
장윤정은 이 곡에 대해 “그 의미 있는 날 힘들었던 시기 제 마음을 담은 일기와도 같았던 글을 멜로디에 담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하늘에’는 간신히 일어섰지만 다시 주저앉고 싶은 순간,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한 채 홀로 버텨야 하는 마음을 녹여낸 트로트 곡이다. 힘들어도 맘 편히 울지 못하는 이들에게 노래가 잠시 마음을 내려놓는 울음의 핑계가 되어주길 바라는 장윤정의 진심은, 그 특유의 애절한 목소리를 타고 듣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시련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대세의 품격
그가 언급한 “힘들었던 시기”라는 표현은 최근 그를 둘러싼 안타까운 가족사와 맞물려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최근 장윤정의 모친이 지인에게 수천만 원을 빌린 뒤 약속한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아 사기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3년 방송인 도경완과 결혼해 슬하에 1남 1녀를 두며 단란한 가정을 꾸려온 그에게, 또다시 불거진 친모의 불미스러운 소식은 감당하기 벅찬 상처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윤정은 무너지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쉽게 기대지 못하고 홀로 삭여야 했을 아픔을 그는 결국 ‘음악’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방식으로 승화시켰다.
“제 자리에서 있을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그의 인사는, 수많은 풍파 속에서도 자신을 놓지 않게 해 준 대중과 팬들을 향한 깊은 신뢰의 표현이다. 27년 전 비를 맞으며 센 척해야 했던 소녀는, 이제 자신의 아픔으로 세상을 위로할 줄 아는 단단한 아티스트로 우뚝 섰다. 신곡 ‘하늘에’가 단순한 컴백 곡을 넘어, 장윤정의 가장 솔직하고 눈물겨운 ‘인생 일기장’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