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人터뷰] 8월의 끝자락, 마이진의 꽃 향기가 전국을 서서히 청색 물결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마이진 2편)

가수 마이진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독특하고 세련된 예명이다. 본명인 ‘김화진’의 발음이 대중에게 조금 어렵다는 선배들의 조언을 얻고 고민하던 20대 시절, 그녀는 쇼파에 누워 TV를 보다가 운명적인 장면을 마주했다.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 재방송되고 있었는데, 극 중 남자 주인공이 남장여자인 고은찬을 향해 정감 어린 목소리로 ‘마이찬~ 마이찬~’ 하고 부르더라고요. 그 뉘앙스가 가슴에 쿵 하고 내려앉았어요. 발음하기 힘들었던 제 이름의 ‘진’ 자를 붙여서 ‘마이진’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지금은 나(My)만의 진(Jin)이지만, 앞으로 대중의 넘버원 진(眞)이 되겠다’는 당찬 포부였습니다.”

그 이름대로 뚜벅뚜벅 걸어가던 마이진에게 대중적인 대성공을 선물해 준 무대는 다름 아닌 MBN ‘현역가왕’(최종 준우승)이었다. 그러나 그 화려한 준우승의 왕관 뒤에는 세상을 등지려 했던 슬픈 비하인드가 숨겨져 있었다.

마이진. 사진=제이제이엔터테인먼트
마이진. 사진=제이제이엔터테인먼트

故 해수의 비극, 그리고 방 안에서 울던 나를 ‘보초 서며’ 지켜준 팬들

2023년 5월, 마이진이 가장 아끼고 의지했던 영텐의 막내 후배 故 해수가 차가운 세상의 등 뒤에서 홀로 외로운 선택을 했다. 청천벽력 같은 비보를 접한 마이진은 모든 문을 걸어 잠근 채 극심한 우울감에 빠져 방 안에서 눈물로 지샜다.

“너무나 미안했어요. 불과 며칠 전에도 통화를 하고 얼굴을 봤던 친구인데, 그 아픔을 미리 알아채고 보듬어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온몸이 천근만근 무너져 내렸죠. 처음으로 가수를 완전히 은퇴하고 싶을 만큼 절망 속에서 방황하던 시기였습니다.”

행여나 마이진마저 벼랑 끝에서 위태로운 선택을 할까 봐 가장 가슴을 졸인 이들은 다름 아닌 팬덤 ‘블루(BLUE)’였다. 당시 팬카페 소수 정예 회원 8~10명은 생업과 일상을 완전히 제쳐두고, 마이진의 스케줄 동선을 따라 행사장에 미리 내려가 복도와 차량 주위를 맴돌며 묵묵히 곁을 지키는 ‘교대 보초(로테이션 당번)’를 서기 시작했다.

“어느 날 대기실 복도를 걷는데 귀퉁이에서 팬들이 나누는 속삭임이 들렸어요. ‘평일인데 일은 어쩌고 어떻게 여기까지 내려오셨냐’는 물음에 다른 팬분이 젖은 목소리로 ‘우리 지니 딴 생각할까 봐, 지켜주려고 휴가 내고 왔어요’라고 흐느끼시더라고요. 그 순간 머리를 한 대 강하게 얻어맞은 것처럼 오열을 쏟아내며 정신을 차렸습니다. ‘내가 지금 나만 생각하느라 본업까지 팽개치고 곁을 지켜주는 저 소중한 사람들을 외면하고 있었구나. 저분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방송에 나와 건강하게 목청껏 노래하는 모습을 하루빨리 당당하게 보여줘야겠다’ 결심하고 눈물로 출전 신청서를 냈던 프로그램이 바로 ‘현역가왕’이었습니다.”

마이진. 사진=제이제이엔터테인먼트
마이진. 사진=제이제이엔터테인먼트

결승 무대를 울음바다로 만든 ‘옹이’에 맺힌 잔인한 흉터

‘현역가왕’ 결승 2라운드에서 마이진이 온 힘을 다해 절규하듯 토해내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든 조항조의 ‘옹이’ 무대에도 잊지 못할 흉터가 아로새겨져 있다.

10년 차 장기 무명 가수로 접어들던 지난 2018년 무렵, 팬들이 정성껏 마련해 준 소규모 미니 콘서트 리허설 현장에서 사진 촬영을 잠시 양해 구하는 소통 과정 중 사건이 터졌다. 팬클럽 회원도 아니었던 관객의 지인이 돌연 마이진의 얼굴 앞에 대고 “내가 너 따위 사진이나 찍으려고 여기 온 줄 아냐”며 입에 담지도 못할 쌍욕과 폭언을 쏟아낸 것이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내가 무슨 담다디 따위나 들으려고 왔냐”는 차가운 조롱까지 들려왔다.

“그날 방 안에 들어와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흘리며 가수를 포기하려 했습니다. 상처투성이가 되어 누워있던 며칠 뒤, 어머니가 말없이 조항조 선배님의 ‘옹이’라는 노래를 들어보라며 건네주셨어요. ‘얼마나 달려가야 이 사랑 내려놓을까, 어디쯤 달려가야 그리움도 볼까’라는 후렴구 가사를 듣는데, 그 구절이 꼭 내 노래 인생의 지독한 미련 같아서 가슴을 쥐어짜며 울었습니다. 이 노래가 제 마음의 고름을 짜내고 마음에 단단한 ‘옹이(굳은살)’를 박히게 해 준 인생의 구원자였습니다.”

결승전 당시 제작진은 “대중적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순위 싸움에 매우 불리할 수 있다”며 선곡을 조심스럽게 만류했으나, 마이진은 뜻을 꺾지 않았다. “순위는 아무 상관없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내 목숨과 인생이 걸렸던 이 곡으로 내 진짜 진심을 대중에게 마지막으로 보여주고 싶다”며 제작진을 끈질기게 설득해 끝내 감동의 기적을 일궈낸 것이다.

사진=제이제이엔터테인먼트
사진=제이제이엔터테인먼트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사람이다” 좌우명과 팬클럽 ‘블루’의 영원한 동행

마이진은 트롯 가요계에서 가장 ‘인간미 넘치는 소통’을 자랑하는 가수다. 매년 생일 신년회, 팬카페 창단식은 물론, 가을이면 천안에서 1박 2일로 팬들과 뒹구는 ‘가을 운동회(올해로 3회째)’를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사인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해 속상해하는 외곽 지역 팬들을 위해 전국을 쪼개 200명 단위의 소규모 릴레이 사인회를 열어주고, 버스킹 투어를 직접 기획해 전국 방방곡곡 팬들의 문턱을 직접 넘는다.

이 경이로운 팬 사랑의 뿌리에는 중학교 1학년 도덕 시간, 담임선생님이 아무 말 없이 칠판에 적어주셨던 평생의 좌우명이 자리 잡고 있다고.

人 人 人 人 人 (사람이면 다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사람이지)

“가수와 팬이라는 관계 이전에, 사람과 사람으로서의 예의와 상호 존중이 먼저라고 굳게 믿어요. 팬클럽 이름인 ‘블루’ 역시 바다와 하늘을 품은 파란색 속에 따뜻함과 깊은 감성, 차가움과 높음(희로애락)이 모두 녹아있기 때문에 제가 직접 제안해 만든 소중한 이름입니다. 그 희로애락을 팬들과 평생 함께 공유하고 존중하며 나아가고 싶습니다.”

“내 인생 꽃이 피었다” 수놓을 음악 인생 2막의 이정표

어제인 8월 29일(목) 발매되어 벌써부터 뜨거운 호평을 얻고 있는 마이진의 신곡 ‘내 인생 꽃이 피었다’는 그녀가 새로 튼 제이제이엔터테인먼트의 둥지 속에서 발표한 첫 음악적 결과물이자, 음악 인생 2막의 포문을 여는 이정표다.

명곡 ‘비비각시’를 부른 선배 가수 서정아가 마이진의 거친 세월을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싶어 선물해 준 이번 싱글곡은, 7080 감성의 아쿠스틱하고 편안한 선율이 돋보이는 고품격 대중 가요다.

“행사 무대에서 폭발적인 성량으로 지르는 곡들만 주로 불러왔다면, 이번 신곡은 ‘지나온 세월들의 어둡고 길었던 시간을 지나, 마침내 오늘 내 인생에 가장 아름답고 눈부신 꽃이 피어났다’는 가슴 벅찬 희망을 담고 있어요. 가사와 멜로디가 제 삶과 너무나도 똑 닮아 있어서 부르면서도 내내 가슴 깊이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 노래로 저뿐만 아니라 일상에 지친 모든 분들에게 따뜻한 봄날의 위로를 건네드리고 싶어요.”

체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든든한 동반자 제이제이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고, 가슴속 ‘흑심’ 가득한 무명 시절의 열정을 몽당연필처럼 무대 위에 아낌없이 꾹꾹 눌러 쓰겠다는 가수 마이진. 8월의 끝자락, 그녀가 피워낸 찬란한 꽃 향기가 전국 강산을 서서히 청색 물결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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